[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67] 맹호 명중!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67] 맹호 명중!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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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군. 준비되었습니까?”

여진족의 부장이 여진 말로 크게 외쳤다.

“준비되었습니다.”

송오마지가 대답했다.
김종서는 동저고리에, 망건만 쓴 맨 상투 바람으로 활을 메었다. 전통도 메지 않고 홍석이가 특별히 만들어 준 화살 한 대만 쥐고 걸어 나갔다.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 나가던 김종서가 갑자기 되돌아왔다.
그런 김종서를 보고 모두 의아해 했다.

“이 가죽 전투화는 필요 없겠어. 모래 바닥은 맨발로 걷는 것이 가장 좋아. 신발을 신으면 발을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거든.”

김종서는 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맨발로 되돌아 나갔다. 누가 보아도 그런 모습으로 맹호와 겨룬다는 것이 우습게 보였다. 그러나 김종서는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호랑이를 풀어라!”

범찰의 명이 떨어지자 암벽 위의 달달인 병사들이 우리에서 호랑이를 풀어 놓았다. 엄청나게 큰 붉은 털의 호랑이였다. 호랑이는 하늘을 향해 크게 울부짖은 뒤 암벽 밑을 바라보았다. 보잘 것 없는 먹이가 있는 듯 한참 노려보다가 암벽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모래사장 위의 2천여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홍득희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호랑이와 김종서를 번갈아 보았다.
암벽을 거의 다 내려온 호랑이가 백사장으로 껑충 뛰어 내렸다. 이제 김종서와의 거리는 50보도 채 남지 않았다. 

“죽여라!”
“장군님! 쏘세요.”

조선군 진영에서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쏟아졌다.

“으르렁!”

사람들의 함성에 흥분한 호랑이가 뒷발로 모래를 차내면서 김종서를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 남은 거리는 20보 남짓.

“으악!”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쌩-’

그 순간 김종서의 화살이 호랑이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화살은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호랑이의 미간에 깊숙이 꽂혔다.

“어흥!”

호랑이가 하늘이 떠나갈 듯 크게 비명을 지르며 높이 뛰어 올랐다. 다음 순간 호랑이는 모래 위에 떨어져 널브러졌다. 바로 김종서의 코앞에 철퍼덕 나자빠진 호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와-”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선군 진영의 병사들은 미친 듯이 환호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호랑이가 숨이 끊어졌는지 보아라.”

범찰이 사색이 되어 명령했다.
김종서는 이마에 흐른 땀을 소매로 훔친 뒤 침착하게 활을 다시 메었다. 그리고 호랑이의 고개를 손으로 들어 보였다. 두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호랑이는 숨을 쉬지 않았다.

“죽은 것이 확실하오.”

김종서가 범찰을 향해 소리쳤다.

싸움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김장군이 이기셨소. 정말 대단하오. 해동의 명궁임에 틀림없소.”

범찰이 김종서를 추켜세웠다. 여진족 군사와 달달인들은 풀이 죽어 고개만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만인을 무찌르자!”

조선군 병사 중의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조 절제사는 지금 소리 지른 놈을 찾아 엄중히 다스려라.”

김종서는 불호령을 내린 뒤 범찰을 향해 사과했다.

“추장, 조선 병사가 흥분해서 한 말이니 개의치 마시오.”
“나라도 그렇게 소리치겠소. 괜찮소.”

범찰은 의외로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약속대로 홍득희 두령과 포로를 돌려보내겠소. 그리고 우리 군사도 모두 두만강 너머로 철수하겠소.”

범찰은 깨끗하게 항복했다.

“약속을 지켜주어 고맙소. 우리 조선은 원래 여진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합니다. 태조 성상께서 여진 군사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일으켰는데 어찌 여진을 적으로 삼겠습니까? 퉁드란(이지란) 장군의 업적을 우리는 기리고 있습니다.”

김종서의 말에 범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주의 계략에 우리가 말려들어 낭패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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