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69] 안평대군 왕 계승설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69] 안평대군 왕 계승설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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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의 책사라고 불리는 이현로라는 자가 있는데, 그자의 말이...”

승규는 이현로가 퍼뜨렸다는 정룡(正龍)과 방룡(傍龍)설을 이야기했다. 조선의 왕은 세종대로서 4대를 이어왔는데 장자가 왕이 된 일이 없었다. 장자가 왕위를 잇는 것을 정룡의 계승이라고 보고 방계, 즉 다른 형제나 조카가 잇는 경우를 방룡이라고 했다.
제2대 왕위도 계비 소생 8자인 방석이 세자로 내정되었다가 이루지 못하고 같은 방계인 정종에 이어 방원이 왕위를 이었고, 4대도 정룡인 양녕 대군이 세자로 책봉되었다가 방룡인 충령 대군이 왕위를 이어 세종 임금이 되었다. 
풍수에 재주가 있다는 이현로의 방룡설은 왕조가 정룡으로 전통을 잇지 못하는 것은 정궁인 경복궁의 위치 때문이라고 했다. 정궁을 백악산 뒤로 옮기지 않는 한 백악산 후방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왕통을 잇는다는 풍수설을 내놓았다. 

“안평대군이 방룡이라는 뜻인가?”

김종서가 승규한테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백악산 방룡설에 발끈한 사람이 수양대군입니다.”
“수양대군이야 당연히 그렇겠지. 장자 왕통 계승을 주창한 전하의 명을 지켜줄 사람 아닌가?”

김종서의 말에 승규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그게 그러하지가 않습니다. 수양대군이 발끈 한 것은 안평이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고 자기가 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수양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다.”

김종서가 화를 벌컥 냈다.
승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아버지를 침실로 모시고 갔다.

이튿날 아침 문안을 드리러 찾아온 두 아들을 보고 김종서가 어젯밤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수양대군이 성격이 괄괄하면서 야망도 넘치는 인물이야. 하니까 무슨 빗나간 생각을 잠깐 할 수도 있겠지.”

승규는 아버지의 생각이 기울어졌다는 감을 잡고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수양대군이 요즘 은밀하게 사병을 기르고 인재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병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전하의 엄명이 있었는데...”
“사병이라기보다는 힘깨나 쓰는 건달들과 삼군부에 있는 야심에 찬 젊은이들을 은밀히 만나고 있습니다.”
“어떤 젊은이들인가?”
“경덕궁 궁직 한명회라든가, 권람, 홍윤성, 이흥상, 유지광, 홍달손, 양정 같은 자들입니다.”
“한명회는 양녕대군의 심복 노릇을 하더니 수양대군을 따른다고? 그리고 양정은 송희미의 휘하에 있던 패두 말이냐?‘
“예. 북방 변경에 와서 송희미와 박호문 밑에서 군역을 한 일이 있지요.”
“그렇지. 박호문이 가까이 하기도 했지.”
“박호문도 요즘 수양대군과 은밀히 술자리를 자주 한다고 들었습니다.”
“박호문이?”

김종서는 박호문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누가 음모를 꾸민다고 사직이 쉽사리 바뀌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그런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말단에 있더라도 전하와 나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자, 아침 먹고 사냥이나 한번 나가자.”

김종서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방문을 나섰다. 모처럼 만난 두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피비린내 나는 자신의 운명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전하께서 병환이 심상치 않다니 걱정이다. 거기다가 세자 저하마저 문약한데, 만약 큰일이라도 생긴다면 사직이 위태롭게 된다. 왕실 안의 종친들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 내가 이곳 외방에 나와 있어 모든 일이 걱정되는구나. 내가 북방으로 떠나기 전 전하께서는 나를 침실로 은밀히 불러 세자와 세손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면서 내 손을 잡고 눈물이 글썽해지셨다. 강인하고 대범한 전하의 약한 모습을 보고 차마 한성을 떠날 수 없었으나, 국가적 중대사라 떠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은 항상 전하와 세자 저하를 지킨다는 각오로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약 왕실 종친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즉각 나한테 알려라.”

김종서는 승규와 승벽 두 아들을 다시 한양으로 보내면서 당부했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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