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25] 화포도 가진 산적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25] 화포도 가진 산적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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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사다노에서 어머니가 조선 관군에게 수모를 당하고 아버지와 함께 죽은 것은 조선 군사가 저지른 일이었으니 홍득희 남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또한 잔혹한 일을 저지른 병사들은 모두 송희미의 수하들이었으니 책임을 질 사람은 송희미 상호군일 수도 있었다.

“송희미는 그 뒤 승승장구하여 해주 목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조선 땅에서 정의는 땅에 떨어졌지요. 그러니 저희가 응징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이의 말을 받아 홍득희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송희미는 그 뒤에도 경원군에서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가렴주구를 계속했습니다. 처녀나 유부녀 가릴 것 없이 반반하게 생긴 여자는 모두 관기로 데리고 가서 욕을 보였습니다. 정절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규수나 안방 어머니가 한 둘이 아닙니다. 아저씨도 잘 아시는 송오마지의 누이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오마지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송가 놈을 처단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럼 너희들이 해주 목사 송희미를 처단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단 말이냐?”

김종서는 남매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송희미는 인간도 아닙니다. 여진족 족장들에게 조선 땅을 팔아먹기도 했습니다. 영남과 호남에서 온 보충병들의 식량도 여진의 이만주에게 팔아넘겨 많은 병사들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한성에서 사정을 조사하러 온 조정의 관리들에게는 여자와 뇌물을 안겨 입을 막아 보냈기 때문에 조정에 보고될 리가 없었습니다.”

홍석이가 분통을 터뜨렸다. 김종서는 송희미가 옛날 자기에게 관기를 안겨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던 생각이 났다.

“꼭 그것만을 위해서 온 것은 아닙니다. 아저씨가 여기 토적 대장으로 올 줄은 모르고 한성으로 숨어들어 아저씨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홍득희가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느냐?”

“예. 이번에 명나라로 가는 봉물에는 금덩이와 비단 외에 처녀 50명도 포함되어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끌려온 불쌍한 조선 처녀들을 구해서 고향으로 돌려보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잡혀가는 처녀는 없었습니다.”

“그런 소문은 잘못 들은 것 같구나. 처녀 50명을 명나라 황실로 보내라는 재촉은 받았지만 아직 선발하지는 못했다.”

“그럼 언제 이곳을 통과하나요?”

홍득희가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른다. 그리고 안다고 하더라도 산적한테 알려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

김종서는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가 다시 알아내서 구출하겠습니다.”

“구출? 그건 역적 행위와 같은 짓이다.”

김종서가 점잖게 나무랐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득희 너를 홍패, 또는 홍적이라고 하던데 무리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느냐?”

김종서가 궁금하던 말을 마침내 꺼냈다.

“지금 황해도에 와 있는 동지는 80명 정도입니다. 사다노와 공험진에 백 오십 명 정도가 더 있습니다.”

“80명이라고?”

김종서는 조금 놀랐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80명이라고 하지만 훈련 받은 군사들이 아니니까 관군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김종서의 말은 오히려 걱정스러워 보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관군은 우리 동지와는 상대가 안 됩니다. 무기도 그렇고 훈련도 그렇고... 그야말로 오합지졸이라는 것을 저희들은 잘 압니다.”

“아무려면 산적보다야 못 하려고?”

김종서가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말했다.

“저희는 비록 산적이지만 무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북쪽 변경 조선 부대 지휘관들에게 곰 가죽, 호랑이 가죽 같은 뇌물을 주고 화약까지 바꿔서 장만했습니다. 여진족 우두머리들이 명나라에서 사온 화포도 여러 문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마도 16마리나 있습니다. 말을 타고 장창을 가진 저희 동지들에게 관군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홍득희의 설명을 들으며 김종서는 걱정이 많아졌다. 산적들은 관군이 가지지 않은 무기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사기 또한 관군이 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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