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2] 여진군의 추락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2] 여진군의 추락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른쪽은 가파른 바위산이었다. 산 밑으로는 두만강이 시퍼렇게 출렁거렸다. 바위산과 강 사이 가파른 곳에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이 있었다. 
홍득희는 그 좁은 길로 말을 몰았다. 말은 주춤거리지도 않고 좁은 길로 들어섰다. 석이와 다른 부하들도 일렬로 서서 뒤를 따랐다. 자칫 헛발을 디디면 두만강으로 굴러 떨어질 판이었다. 
홍득희가 그 길로 들어서자 여진족들은 잠깐 망설이다가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한 줄로 서서 올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홍득희는 홀라온 휘하에 있을 때 조선군 이징옥 부대에 쫓기면서 이 길로 가본 일이 있었다. 물론 홀라온이 가르쳐준 길이었다. 아무리 많은 병력이 추격하더라도 1대 1로 싸울 수 있는 요새였다.
상당히 깊숙한 곳까지 여진군을 유인한 홍득희는 말에서 펄쩍 뛰어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곳은 입구와는 달리 바위산이 낮아 말에서 뛰어 올라갈 수 있었다. 
석이와 다른 산적 여섯 명도 바위산으로 뛰어올라갔다. 갑자기 주인을 잃은 말들은 쩔쩔매고 있었다. 길이 좁아 뒤로 돌아설 수가 없는 곳이었다.
홍득희는 바위산 위로 재빨리 기어 올라갔다. 놀랍도록 날쌘 솜씨였다. 바위산 위에 올라서자 한 줄로 서서 바위 길로 들어오는 여진군을 한눈에 볼수 있었다.
홍득희는 화살을 뽑아 들었다.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기수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여진군 기수가 목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뒤따르던 말이 놀라 앞발을 쳐들고 비명을 질렀다. 말 위의 여진 병사는 말을 돌리려고 하다가 낙마했다. 병사는 두만강 푸른 물로 떨어졌다.
홍득희는 잇달아 화살을 쏘았다. 여진군은 앞으로 갈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말을 돌리려고 발버둥 치다가 말을 탄 채 강물로 빠지는 병사도 있었다.
석이와 다른 산적들도 여진군 사냥을 계속했다. 홍득희의 남은 부하들이 외길 함정에 빠진 여진군을 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 명밖에 대항할 수없는 여진군은 얼마가지 않아 앞 뒤 산적의 협공을 받고 모두 섬멸 당했다.

홍득희는 이적합을 앞세우고 다른 여진군 진지를 계속 공격해서 볼모가 된 조선인 아녀자들을 구해냈다.
잡혀갔다가 온 사람이 1천여 명, 다시 빼앗아온 소가 20여 두, 돼지와 닭 등 가축도 수백 마리에 이르렀다.
홍득희는 구출된 조선 사람들을 경원성 입구에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거기서 발길을 돌려 사다노로 향했다. 경원성에 들어가 송희미를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돌아선 것이었다.
“아저씨.”
돌아가는 길에 홍득희가 송오마지를 불렀다.
“경원성을 떠날 때 조석강 장군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김종서 아저씨가 회령에 와 있다고 했어요.”
“나도 들었다.”
“아저씨는 이 길로 회령으로 가서 경원성의 일을 사실대로 알려 주십시오. 송희미는 틀림없이 자기가 모든 공을 세웠다고 거짓 장계를 올릴 것입니다.”
“알겠다. 다녀오겠다.”
송오마지가 말머리를 돌려 경원성 쪽으로 향했다.

송오마지는 경원성은 들르지 않고 지름길로 해서 회령에 도착했다.
회령의 이징옥 절제사 본영에 김종서 도절제사가 머물고 있었다. 김종서는 송오마지를 보자 반가워 손을 덥석 잡았다.
“이게 누구인가? 송오마지 아닌가. 여기서 만나다니.”
김종서는 송오마지의 손을 한참 동안 놓지 않았다.
“홍 두령은 잘 있는가?”
“예. 지금 사다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가?”
“경원성에 나아가 여진족을 물리치고 돌아가면서 저한테 도절제사님께 보고를 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아니, 홍득희가 경원성에?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김종서는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워했다.
“홀라온 두목의 급보를 받고 급히 경원성으로 갔습니다.”
“조석강을 내가 보냈는데...”
“우리가 만났습니다.”
송오마지는 그간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김종서는 기가 막혀 입만 딱 벌렸다.
“송희미가 이젠 미쳤구먼.”
“그자가 또 무슨 거짓 장계를 임금님께 올릴지 모르니 진상을 장군님께 알리라고 했습니다.”
“그렇고말고. 송희미라면 틀림없이 거꾸로 보고를 할 거야. 정말 잘 와 주었네. 내가 자세한 장계를 임금님께 올릴 테니 염려 말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