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6]  윤관 국경비를 찾아라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6]  윤관 국경비를 찾아라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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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 변경의 완성은 6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려의 윤관 장군이 개척한 고려 영토를 모두 찾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윤관 장군이 개척한 우리 영토의 북방 경계는 공험진이라는 기록이 전해온다. 일설에는 공험진이 아닌 선춘령이라고도 한다. 이 지점은 두만강에서 북쪽으로 7백 리에 있다고 하니 꼭 구토를 찾아 우리 영토로 확실하게 해야 한다.

윤관은 고려지경(高麗之境)이라는 비석을 세웠다고 하니 그 비석을 찾아내 위치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윤관의 비석은 그 외에도 고성에 남아 있을지 모르니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김종서는 임금의 친서를 받고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김종서가 종성에서 부령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도중에 한성으로부터 온 급보를 받았다.

- 평안도 파저강을 넘어 이만주와 달달족 대군이 여연을 위협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이들 대군은 여연을 휩쓸고 함길도로 향할 것이라고 하니 김 도절제사는 일각도 늦추지 말고 모든 병사를 독려, 이만주의 연합군을 막으라.

달달족이란 원나라 패망 후 흩어진 몽골족들로, 여러 갈래로 뭉쳐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박이녕과 하한이 급보를 직접 가지고 왔다. 

“전하께서 친서와 함께 부월과 새 활을 내리셨습니다.”

세종 임금이 한성에 간 박이녕과 하한을 임금의 침실에 직접 불러 부월과 새 활을 주며 김종서에게 전하라 명했다는 보고였다.

“평안도 도절제사 한확은 어떻게 되었느냐?”

김종서가 물었다. 적이 강을 넘어 왔는데도 나서는 관군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한확 감사는 친상을 당해 낙향 중이라고 합니다.”

박이녕이 대답했다.

“종성과 회령에 있는 모든 군사를 갑산으로 집결시켜라. 각 고을에 있는 잡색군도 모두 동원하라.”

잡색군이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을 말한다.

삽시간에 집결한 조선군은 3천 명이 넘었다. 김종서는 박이녕을 중군, 조석강을 좌군, 이징옥을 우군으로 삼아 전투 진영을 갖추고 낭림산맥으로 향했다. 이만주와 달달족 연합군이 만도, 강계를 거쳐 낭림산맥을 넘어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적이 1만 명이라고 하나, 달달족과 이만주는 근본이 다른 종족이다. 말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니 숫자만 많지 전력은 겁낼 것 없다. 우리 조선군은 일사불란하게 훈련을 받았으니 모두 일당 백으로 싸울 수 있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김종서가 세종 임금이 보낸 활을 높이 쳐들고 절제사와 비장들을 격려했다.
조선군 선발 부대는 김종서의 예상대로 낭림산과 갑산 중간 지점 좁은 평야에서 이만주 연합군의 탐후부대와 조우했다. 1백여 명의 적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다.

“적은 기마에 능숙한 달달족이다. 모두 말에서 내려 말을 산 위 숲속에 숨기고 활로 대적한다.”

김종서의 명대로 조선군은 모두 말을 숨겼다. 그러는 사이 우군 이징옥의 척후 부대가 산을 타고 여진연합군의 배후로 돌아갔다.

연합군이 거침없는 공세로 평야를 가로질러 산등성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조선군 사령이 공격 깃발을 흔들었다. 순간 숲 속에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말위에서 갑자기 돌아설 수도 없는 연합군은 당황했다. 때 맞추어 후방으로 돌아간 이징옥의 탐후병들이 창과 칼을 휘두르며 연합군을 치기 시작했다. 연합군은 제대로 대항도 해보지 못하고 모두 항복하고 말았다.
30여 두의 말과 달달군 20여 명을 사로잡은 조선군은 의기양양하게 진영으로 돌아왔다. 첫 전투에서 거둔 완벽한 승리였다.

그날 밤, 포로가 된 연합군과 달달인 병사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캐낸 박이녕이 김종서의 막사를 찾아왔다.

“장군, 잠잠하던 이만주가 왜 갑자기 달달인을 앞세우고 전쟁을 일으켰는지 알았습니다.”
“이만주가 원래 믿을 만한 추장은 아니지만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한 것이 이상하긴 했소. 그래 무슨 이유요?”

김종서는 낮의 전투에서 적의 화살이 스치고 지나간 팔꿈치 상처를 돌보며 물었다.

“도절제사님이 육진 개척이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이만주를 쳐서 파저강 이후의 불안을 없앨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조선군으로부터 이만주가 입수했다는 것입니다.”
“뭐야? 나는 그런 계획은 전혀 없는데...”
“그런 허위 정보를 주어 함길도 북쪽을 기습해서 조선군을 재기 불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답니다.”

 

“그게 도대체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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