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39] 여두목의 활약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39] 여두목의 활약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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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던 성문이 홍패의 도끼질에 금세 부숴졌다. 성문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누나, 저기 관군이 옵니다.”
동생 석이가 소리쳤다. 정말 조선군의 깃발을 든 기병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미 여진족은 거의 전의를 잃고 도망가기 시작한 때였다. 사태를 알아차린 조선군의 대장이 앞으로 나왔다.
“나는 종성에 있는 조선군 진영에서 나왔소. 댁은 뉘시오?”
조선군 대장은 홍득희를 보고 의아한 눈초리로 물었다. 민간인 복장으로 여진 군사와 싸우는 것을 보면 분명 조선 백성인데, 행색이 이상하게 보인 것 같았다.
“우리는 사다노에 사는 조선 백성들입니다. 이만주의 군대가 경원성을 짓밟는다는 소식을 듣고 조선 백성을 도우러 온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나는 조석강이라고 합니다.”
조석강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때 성문이 열리고 조선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송희미가 앞장서서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홍득희는 성안에서 조선군 장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백성들이 이렇데 처참하게 목숨을 잃고 있는데 조선군 장수가 성문을 닫고 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석강 교위 아닌가?”
송희미가 나서며 아는 척했다. 조석강은 무과에 급제하여 정6품 진용교위의 벼슬에 있으면서 종성에 주둔하고 있었다.
“장군님 큰일 날 뻔했습니다.”
송희미는 조석강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딴 소리를 했다.
“어떻게 알고 왔는가?”
“북변을 순시하러 나온 김종서 도절제사께서 나한테 급보를 주셨습니다. 빨리 가서 경원을 구하라고 하셨습니다.”
“뭐야? 김종서가?”
송희미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이 되었다.
듣고 있던 홍득희도 놀랐다. 김종서 장군이 벌써 회령까지 왔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이 사태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 수가 있었단 말인가?
“김종서, 아니 김 도절제사는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송희미의 얼굴은 어느새 흙빛이 되어있었다. 김종서가 이 사태를 모두 알게 되었으니 이제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깐깐한 김종서가 왜 이때에 도절제사가 되었는지 원망스러웠다.
“도절제사님은 여진족 우디거 진영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 같습니다.”
조석강이 설명했다. 홍득희는 옛날 김종서가 사다노에 와서 여진 문자를 수집할 때 우디거와 친하게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진족을 추격해서 잡혀간 조선 백성을 구하라.”
조석강이 군사를 향해 명령했다.
“섣불리 추격하지 마라! 포로를 죽이는 수도 있다.”
송희미가 조석강의 명령을 중지시켰다.
“장군! 추격해서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조석강이 완강하게 말했다.  
“경원성의 지휘관은 이 송희미다. 군령을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다.”
송희미가 낯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조석강은 주춤했다.
곁에서 보고 있던 홍득희는 기가 찼다. 저런 사람이 조선의 장수라고 변방에 나와 있다는 것이 너무나 한심했다.
“여진족을 추격해서 조선 백성을 구하라!”
홍득희가 소리치며 홍패를 이끌고 추격을 시작했다.
“저놈들을 막아라!”
홍득희가 말을 달려 여진족을 쫓아가자 송희미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홍패들은 즉시 두목 홍득희를 뒤따라 달려나갔다.
이백경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으나 조석강은 달랐다.
“추격해서 여진족을 모조리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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