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7]  포로가 된 홍두령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7]  포로가 된 홍두령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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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는 않지만 여연에 주둔한 조선 병영에서 나온 정보라고 합니다.”
“여연 병영? 그럼 또 박호문의 짓이란 말인가? 전하께서 용서하고 백의종군하라고 하셨는데...”

김종서는 어이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직 확신은 없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김종서는 그런 허위 정보 때문에 이만주가 대군을 움직였다면 싸울 것이 아니라 이해를 시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지.”

박이녕도 김종서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빙긋이 웃었다.

“날이 밝는 대로 이만주와 달달족 추장에게 특사를 보내도록 준비하시오. 특사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을지도 생각 좀 해 놓고. 자, 잠이나 자자.”

김종서가 명을 내린 뒤 참았던 하품을 크게 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김종서의 본영에는 뜻밖의 급보가 또 날아들었다. 함길도 북쪽 변경에 새로운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이었다. 홍패의 송오마지가 밤낮 이틀을 말로 달려 알려온 소식에 김종서는 크게 놀랐다.

“범찰이 사다노를 포위하고 투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범찰 추장이?”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범찰은 이만주와 동맹을 맺고 여진 땅에서 조선군을 몰아내겠다고 합니다.”

김종서는 다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여연에서 이만주가 군사를 동원한 것은 범찰과 내통이 되어서 한 일이고, 동서에서 함께 조선을 공략하자는 약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 지금 전황은 어떠하냐?”

김종서가 송오마지의 어두운 얼굴을 보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인근에 있는 울라합 추장에게 구원을 요청했습니다만...”

송오마지가 말끝을 흐렸다.

“결과는 모르고 왔습니다.”
“홍패는 병력이 얼마나 되나? 거기 있는 조선 병사는 몇 명이나 되느냐?”

김종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홍득희 두령은 백여 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조선 병사는 50여 명 있는데 정정호라는 은성 절제사 소속 패두가 지휘하고 있습니다.”
“범찰의 군사는 얼마나 되느냐?”
“2천 명이 훨씬 넘습니다.”
“원래 범찰의 병력은 다 모아도 천 명이 안 되는데 2천 명이 무슨 말이냐?”
“이만주나 달달족 병사가 합세한 것 같습니다.”

전선이 양쪽에서 벌어지고 있어 어려움이 겹친 상황이었다.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동투서화’(東鬪西和) 전략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쪽의 이만주와는 오해를 풀도록 설명하여 여진과 달달족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동쪽에서는 홍득희와 울라합을 도와 범찰을 물리친다는 전략이었다.
김종서는 우군 절제사 이징옥을 불러 당부했다.

“이만주를 만나야 하오. 우리가 여진족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군사를 거두라고 설득하시오. 나는 군사 천 명을 거느리고 조석강 절제사와 함께 함길도로 가겠소.”

김종서는 갑산을 떠나 사다노로 가는 도중 박이녕 절제사로부터 이만주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사다노 외곽 종성에 도착한 김종서는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홍득희 두령이 완전히 패하여 범찰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홍득희 산하의 늙은 참모인 여진족 퉁두산의 말이었다.

“울적합의 군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두만강 변에 배수진을 치고 있습니다만 범찰과 달달족이 워낙 강력해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득희와 함께 전원이 포로가 되었단 말인가?”
“아닙니다. 대부분 홍득희 두령이 구출했습니다. 홍 두령은 우리를 구하려다가 포로가 되었습니다. 홍 두령과 함께 잡혀 있는 동지는 모두 10여 명입니다.”

김종서는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우선 급한 일은 홍득희의 안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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