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5] 수양대군 구원의손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5] 수양대군 구원의손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문자답을 하던 세종 임금은 마침내 행동하기 시작했다. 세종 임금은 영의정 황희를 불러 김종서의 후임자를 은밀히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전 도승지 김돈과 도승지 성염조를 불러 김종서의 죄상을 상세히 조사하고 처벌을 논의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세종 임금은 의정부의 우의정 신개, 우찬성 하연을 불러 김종서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

“함길도 절제사 김종서는 오랑캐 추장 범찰과 동창 등을 포용하지 못하고 폭압적으로 눌러서 마침내 많은 야인들이 도망가게 하였다. 그뿐 아니라 사첩(私妾)이 오랑캐들에게서 아교를 뇌물로 받는 등 해괴한 일을 많이 저질렀다는데 엄중히 처리하라.”

조정의 분위기는 박호문이 바라는 대로 흘러갔다. 김종서는 이제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변방까지 달려가서 김종서를 만나고 온 황보인으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들은 세종은 잠시나마 김종서를 의심한 것을 크게 후회했다.
김종서는 박호문이 제시한 비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장문의 탄원서를 세종 임금에게 올렸다.

“여진족 추장으로부터 아교를 선물로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아교는 활을 메는 등 병기를 수리하는데 요긴하게 썼습니다. 사첩이나 관기가 아교를 뇌물로 받아 무엇에 쓰겠습니까? 물론 소신은 사첩이나 관기를 둔 일도 없습니다.”

김종서의 탄원 서신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진상을 알게 된 세종 임금은 탄식하였다.

“박호문이 전에도 김종서를 모함하여 말썽을 일으켰는데도 내가 변방 개척의 공을 참작하여 불문에 붙였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을 저질렀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세종 임금은 진노하여 의금부에 철저한 조사를 명했다.
의금부는 조사 결과를 임금에게 상계하였다.

“박호문의 죄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군신의 사이를 이간질하여 임금을 혼란에 빠트리게 하였습니다. 둘째, 여진족이 침입했을 때 즉각 출병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의관에게 뇌물을 주어 병이 있다고 거짓 진단서를 만들게 하여 변방에서 한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세 가지 죄로 참형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의금부의 의견은 단호했다.
세종은 고민에 빠졌다. 걸핏하면 사람을 죽여야 하는 임금의 역할이 너무나 괴로웠다.

“양반을 죽일 수는 없다. 장을 쳐서 유배하라.”

임금의 이러한 비답에 조정과 의금부에서는 펄쩍 뛰었다. 사간원의 박직선은 참형이 타당하다는 장문의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박호문은 목숨을 건졌다.

“장형 1백 대를 치고 북방 여연으로 귀양 보내라. 여연에서는 백의종군토록 하라.”

세종 임금의 배려로 목숨을 건지게 된 박호문은 이 일로 더욱 이를 갈고 김종서를 미워하게 되었다.

박호문의 귀양살이를 뒤에 풀어준 사람은 뜻밖에도 수양대군이었다. 수양 대군은 눈에 띄지 않게 인재를 포섭하고 있었다. 수양이 유자광, 한명회 등을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인재를 은밀하게 포섭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종서는 수양대군의 움직임을 멀리서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함정에서 벗어난 김종서에게 세종 임금은 다시 중요한 엄명을 문서로 내려 보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