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34] 대호 옥에 갇히다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34] 대호 옥에 갇히다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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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센 김종서는 세종 임금의 비위를 여러 번 거슬렀다. 양녕대군을 척결하라는 상소를 여러 번 올리고 임금의 간곡한 사정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정실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려 임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세종 임금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김종서를 찾았고 뒷처리를 맡겼다. 그래서 김종서는 승정원에서 우대언, 좌대언과 우승지 좌승지로 7년을 임금과 지근에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김종서는 임금의 최측근으로 찍혀 조정 사람들의 질시를 받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모함의 글이 쉼 없이 올라왔다.

승정원이란 왕명의 출납을 맡은 부서로 나쁜 마음을 먹으면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자리였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대소신료들에게 항상 두려움과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수 년 전에는 김종서가 양녕대군의 탄핵을 멈추지 않자 임금이 김종서를 가두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김종서가 도승지와 품계가 같은 당상관인 우승지로 있을 때의 일이었다. 느닷없이 사헌부의 탄핵을 받아 의금부에 하옥되는 신세가 되었다. 죄목은 부당 인사 개입이었다. 김종서의 비리 행적을 워낙 구체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세종 임금은 일단 김종서를 가두고 시비를 가렸다.
비리의 내용은 함께 의금부에 갇힌 병조판서 최사강과 짜고 병조 참의 박안신과 전사의 박용, 이간 등을 근장(近杖)에 임명했다는 것이었다. 
근장이란 궁궐을 경호하는 직책으로 임금의 안위와 관계되는 중요한 자리였다. 신임이 두터운 병조 관원만이 갈 수 있는 자리로 다음에 승진이 약속된 직위이기도 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이다 보니 경합이 심하고, 자리를 노리다가 차지하지 못한 무신들의 모함을 받기 좋은 자리였다.

나중에는 병조참판 박서생까지 잡혀와 의금부에 하옥되었다.

닷새 동안 엄중한 추국이 계속이 계속되었으나 의금부는 김종서의 죄상을  입증하지 못했다. 사헌부의 상소는 모두가 거짓 투서였다.

김종서가 무혐의로 풀려나자 세종 임금이 불러 위로했다.

“그간 고생이 많았소. 과인은 경이 그런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경을 구하지 않으면 다시 임금의 측근이라 감싼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오. 병조 못난이들이 경을 시기해서 얽어 넣은 것이오. 사건이 있던 날 경이 기생집에서 주색에 곯아 있었다고 과인에게 고자질한 사람들이 있는데 누군지 짐작이 가시오?”

세종 임금이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설마 그런 모함이야 있었겠습니까?” 
“승정원 승지들이 과인에게 그렇게 말했다네. 하지만 그날 밤 경은 집에서 자다가 의금부에 잡혀가서 병조판서와 한 방에서 옥살이를 했다는 것을 과인이 알고 있었소.”

김종서는 기가 막혔다. 같은 승정원에 근무하는 동료들까지 자신을 모함하고 있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김종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신료는 무신들 가운데 많았다. 김종서가 문신 출신이면서 무관이 맡아야할 자리를 여러 번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강직한 성격이 타협을 모를 뿐 아니라 임금의 신임이 너무 두터운 것도 눈에 가시였다. 

무신 중에서는 송희미와 가까운 최윤덕, 박호문 등이 김종서를 특히 경계했다. 무신 외에도 양녕대군을 둘러싸고 있는 문무 관리 및 왕실의 종친 중에서도 김종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김종서는 항상 승정원에서 가장 늦게 퇴청했다. 세종 임금이 제조상궁과 함께 침궁으로 간 뒤에야 궐문을 나오기 때문이었다. 어떤 날은 사대문의 파루가 있은 후에 가느라 돈의문 파수꾼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날도 김종서는 파루 북이 울리기 직전에 돈의문을 나왔다. 돈의문을 나오면 백 보가 채 안 되는 곳에 집이 있었다.

김종서는 졸음이 쏟아져 마상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때 갑자기 말 한 필이 다가왔다. 이어 말 위의 남자가 긴 갈고리를 내밀어 김종서의 관복 흉배를 나꿔 챘다. 괴한이 갈고리에 걸린 옷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김종서는 말에서 떨어져 땅에 곤두박질을 쳤다. 마상에서 졸다가 갑자기 당한 일이었다.

김종서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려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갈고리에 걸린 채 질질 끌려 2, 3십 보를 갔다. 그제야 괴한은 말을 멈추고 김종서를 내려다보았다. 김종서는 땅바닥에 질질 끌려오는 바람에 엉덩이와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다. 김종서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서서 흉배에 걸린 갈고리 자루를 두 손으로 잡고 소리쳤다.

“웬 놈이냐!”
“저승에서 왔다.”
“누가 시킨 짓이냐?”
“염라대왕께서 네 놈 버릇 좀 고쳐서 데려오라고 했다.”

김종서는 자신이 매사에 타협을 모르는 외곬이라 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퇴청 길에 이런 봉변을 두 번씩이나 당하자 참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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