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실록소설 13] 대호(大虎) 김종서 ‘남장모녀 밀입궁’ 
[이상우 실록소설 13] 대호(大虎) 김종서 ‘남장모녀 밀입궁’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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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활에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말을 계속하시오.”
“그러죠. 제가 여장 남자라고 말하자 오방이 잡놈은...”
“그 욕은 좀 빼고 하시오.”
“오방이가 하는 말이, 좌군 진무소 종년 윤이 모녀인데 대군 마마가 궁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대군 마마는 이미 혼자 궁 안에 들어가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깜짝 놀라 윤이 모녀라면 어미가 쌍가메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런 제기랄.”
“윤이 모녀를 전부터 아시오?”
김종서는 바짝 궁금증이 일어났다.
“쌍가메는 오래전에 저와 경덕궁 별채에서 재미 보던 종년 아닙니까. 허 참, 그년을 여기서 만나다니. 볼 일 보러 나온 나으리들이 사무 보는 동안 제가 손목잡고 안쪽 깊숙한 별채로 데리고 가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하하... 치마도 제대로 못 벗기고...”
한명회가 빙글빙글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좌군 진무소 노비가 경덕궁은 왜 드나들었소?”
“쌍가메가 나이는 좀 들었어도 인물이 제법 반반하거든요. 종년으로 있기는 아깝죠. 그래서 오시는 총제사 나으리마다 곁에 두고 심부름을 시키는 바람에 궁궐을 자주 드나들었죠.”
“그런데 파루 시간이 지난 지 몇 식경 지났는데 누가 궁궐 문을 열어줍니까?”
“제가 종묘로 데리고 갔지요. 종묘에서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합문이 있는데 거기는 통과하기가 쉽거든요. 저하고 배짱이 잘 맞는 유가란 놈이 마침 숙번을 들고 있었습니다.”
“유가가 누구요?”
“금군에 소속된 갑사인데 이름이 유자광(柳子光)이라고 합니다. 비록 말단 졸병 갑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배짱이나 포부가 대단한 놈이라 저하고 좀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유자광?”
“예. 영광 부윤의 서얼입니다. 첩의 자식이라 과거에도 못나가고 난봉질이나 하고 다니다가 제가 권해서 갑사가 된 것이지요. 지모가 뛰어나고 힘이 셀 뿐 아니라 배짱도 보통이 아니오. 나중에 큰 자리 할 놈입니다.”
“그래서 유자광한테 궁궐문을 열게 하고 들여보냈군요. 그러나 궐내에 순라 도는 별감이나 숙번 병사들이 있었을 터인데...”
“궁궐 안에 일단 들어가면 대군 마마의 손님인데 누가 말립니까?”
“그래서 한 궁직도 함께 들어갔소?”
“물론이지요. 저는 마마가 거처하는 별궁의 과방에서 오랜만에 만난 쌍가메와 회포를 푼 것이지요.”
“일개 궁직이 대궐에서 종년과 잠자리를 했다는 것은 목이 열 개 있어도 당하지 못할 일인데 함부로 발설하시오?”
김종서가 은근히 겁을 주어 보았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배포가 두둑한 한명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윤이가 대군 마마를 잠자리에서 모시는데, 그 어미는 말하자면 대군 마마의 빙모, 부부인인 셈 아닙니까? 그런 위치의 쌍가메가 옛 서방 좀 만나기로소니 크게 흉 될 게 있나요?”
김종서는 한명회의 맹랑한 말에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쌍가메는 언제부터 정을 통하는 사이였소?”
김종서가 캐물었다.
“한 이삼 년 된 것 같은데요.”
신이 나서 답하던 한명회가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너무 따지지 마십시오. 나으리도 쌍가메를 한 번 보면 마음이 금방 동할 것입니다. 보름당 같은 둥그스럼한 얼굴에 가늘게 휜 눈썹. 그리고 언제 봐도 웃음을 치는 듯한 눈, 복숭아 같은 뺨. 어쩌다 종년으로 태어나서 그렇지 만약 양가집 규수였다면 마님들 안방을 차지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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