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실록소설 5] 대호(大虎) 김종서
[이상우 실록소설 5] 대호(大虎) 김종서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2.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헌부 김종서라. 품계가 어떻게 되느냐?”

병사는 줄곧 반말이었다. 

“우정언이요.”

“뭐라고?”

잠시 움찔하던 인솔 병사가 말에서 내려서면서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우정언이면 품계가 종6품인데, 네놈이 그렇게 높다고 헛소리를 쳐도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인솔 병사는 더욱 기를 살려 말을 이었다.

“나로 말하면 함경 체찰사와 경원 호군 송희미 나으리 산하에 있는 패두 양정이시다. 네놈이 허풍까지 치는 것을 보니 혼이 좀 나야겠다.”

양정 패두는 말 탄 병사들을 돌아보며 눈짓을 했다. 패두란 3군부에 속한 군사로 병사 50명을 거느리는 하급 지휘관이었다. 

양정은 10대 후반으로 앳돼 보였다. 그러나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힘깨나 쓰게 보였다. 눈초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 사납고 심술이 가득 차 보였다. 여기서 김종서가 만난 양정은 후에 김종서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었다. 걸림돌이라기보다 김종서의 생애에서 만나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양정의 눈짓에 말을 타고 있던 병사들이 모두 내려섰다.

“김종서인지 김종놈인지 저 놈을 꿇어앉혀라.”

양정 패두는 뒷짐을 지고 거들먹거리며 명령했다.

“이보게 양 패두. 이게 무슨 짓인가.”

김종서가 점잖게 말했다.

“무슨 짓이라니. 저놈을 빨리 꿇어앉혀라!”

양 패두가 다시 소리치자 병사 두 명이 달려들어 김종서의 팔을 잡았다. 

“이거 놓지 못하겠는가!”

김종서의 작은 몸집에서 준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홍득희가 번개처럼 공중에 솟더니 두 발로 병사의 얼굴을 냅다 갈겼다. 아홉 살 소녀의 놀라운 기습이었다. 

“아이구-구!”

병사는 두 눈을 손으로 감싸고 주저앉았다.

“저런 못된 년이...”

양정이 칼을 빼들고 홍득희의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안 되오.”

김종서가 재빨리 양 패두 앞을 막아섰다. 

“오냐, 네 놈부터 베어주마.”

양정이 김종서의 가슴을 향해 칼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김종서는 기민하게 양정의 칼끝을 피했다. 보기보다 몸이 재빨랐다. 

“이놈 봐라!”

양정이 다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때 빙 둘러서서 지켜보고만 있던 여진족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모두 나섰다. 김종서의 학습소에 있는 아이들이었다.

“우리 훈장님을 구하라!”

여진족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순식간에 조선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어 맨손으로 조선 병사들의 창과 칼을 빼앗아들었다. 여진족 젊은이들은 맨 손으로 멧돼지를 때려잡던 솜씨로 조선 병사들을 때려 눕혔다.

“저놈들을 모두 꿇어 앉혀라!”

이번에는 김종서가 호령을 했다. 

병사들을 꿇어앉힌 여진 젊은이들은 조선병사들이 가졌던 무기를 전부 거두어 한쪽에 모았다. 병사들이 타고 온 말은 집 밖으로 끌어다 매어 놓았다. 

“너희들의 대장은 누구냐?”

“경원 호군 송희미 나으리라고 하지 않았소.”

양정 패두의 말투가 한결 고분고분해졌다.

“너는 내가 누군지 정녕 모르느냐?”

“한양서 온 관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소.”

“그런데 왜 나를 찾아왔느냐?”

양정은 한참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우리 아이들이 여진 오랑캐 여자를 겁탈한 사건을 상부에 알려 우리 아이들을 처벌한다고 하기에...”

“그 여자는 여진족 부녀자가 아니고 우리 조선의 여염집 부인이다. 임금님이 죄 없는 동족 여자를 겁탈하고 죽이라고 너희들을 이곳 변경에 보낸 줄 아느냐? 변경의 국토를 지키라고 나라에서 녹을 주어 너희들을 여기까지 보내지 않았더냐. 그런데 지키라는 변경은 안 지키고 선량한 백성을 겁탈하고 죽여? 너희들에게 군율의 엄함이 무엇인지 알게 할 것이다!”

김종서는 그들의 소속과 이름을 적은 뒤 본대로 돌려보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