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1] 女장수의 진격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1] 女장수의 진격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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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병사가 소리쳤다. 홍득희가 화살을 날리면서 나목아첩을 향해 달려왔다. 뒤따라서 30여 명의 홍패가 활을 쏘면서 달려왔다. 
여진 병사는 연달아 홍패의 화살에 쓰러졌다.
“빨리 도망쳐라!”
나목아첩이 고함을 지르면서 강둑을 내려갔다.
“피유웅-.”
그러나 홍득희가 마상에서 쏜 화살이 나목아첩의 목 뒷덜미를 정확하게 맞추었다. 나목아첩은 그대로 땅위에 고꾸라졌다.
나목아첩이 죽자 여진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혼비백산되어 도망가려고 했다. 그러나 홍패의 화살에 거의 모두가 쓰러졌다.

싸움은 금세 끝이 났다. 그러나 목숨을 뺏긴 조선 백성은 백 명에 가까웠다. 여진족도 거의 죽고 몇 명만이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쳤다. 그래도 살아남은 조선인이 10여 명 있었다.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세요.”
살아남은 백성들은 홍득희의 말고삐를 잡고 눈물을 흘렸다.
“장군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홍득희는 장군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산적이 장군은 무슨 장군인가.
“빨리 고향으로 가셔야 합니다.”
홍득희가 재촉했으나 그들은 다른 말을 했다.
“저기 비명에 간 가족들을 묻어주어야 합니다. 저대로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홍득희는 강둑에 처참하게 누워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대로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모두 저 시신을 묻어주고 떠납시다.”
홍득희의 말에 석이가 나섰다.
“여기서 그렇게 지체했다가는 여진족의 기습을 받을지 모릅니다. 경원에서 도망간 여진족이 이만주의 군사를 끌고 복수하러 올 것입니다. 여기는 배수진을 쳐야 하기 때문에 싸움에 아주 불리한 곳입니다. 빨리 저 언덕 위로 올라가서 사방을 살펴야 합니다.”
홍득희는 석이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족을 저 모양으로 버리고 간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옛날 사다노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신을 정성스럽게 묻어주던 김종서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빨리 저 시신들을 고이 묻어라.”
홍득희가 말에서 내려 강둑으로 가면서 말했다. 홍패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시체를 묻을 준비를 했다. 살아남은 백성들도 힘을 합쳤다.
그때였다. 파수를 서고 있던 홍패 한 사람이 언덕 위에서 소리쳤다.
“저기 여진족 병사들이 옵니다. 엄청나게 많아요.”
괭이로 땅을 파던 홍득희가 황급히 말을 타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상황을 살펴보려는 것이었다.
맞은 편 계곡에서 백여 명의 여진 병사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석아, 빨리 대여섯 명을 데리고 나를 따라 오너라.”
홍득희가 여진 병사가 오고 있는 계곡을 향해 마주 달려가기 시작했다. 석이와 다른 산적 여섯 명이 홍득희의 뒤를 뒤따랐다.
 “모두 나를 따르라!”
달려오는 여진족의 기마병을 향해 마주 달리던 홍득희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며 뒤따르던 산적들에게 소리를 쳤다. 죽을 각오로 여진 기마병을 향하던 홍득희 부하들은 그를 따라 오른쪽으로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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