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을 원작으로한 극단 걸판의 창작 뮤지컬 <앤ANNE>이 개막했다.
창작뮤지컬 <앤ANNE>은 극단 걸판의 최현미 대표와 박기태 작곡가가 합심해 제작한 작품으로 극 중 걸판여고 연극반이 공연할 작품으로 '빨간머리 앤'이 결정되며 왜 앤을 선택했는지, 누가 앤 역할을 맡게 될지, 어떻게 앤은 100년이 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고민하며 만들어지는 감동과 사랑 순간을 전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시즌에 이어 이번시즌 길버트 역으로 돌아온 권정수 배우를 만났다.
다음은 올해로 서른살이 됐다고 말한 배우 권정수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에이번리와 걸판여고를 오가며 변하지 않는 꿈과 사랑의 가치를 선사할 뮤지컬 <앤ANNE> 2월 3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9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Q. 반갑다.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권정수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배우 권정수라고 합니다. 인터뷰가 처음이라 많이 떨리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Q. 올해로 서른 살이 됐다. 뭔가 달라진 게 있을까.
권정수 사실 서른 살이 되면 뭔가 확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달라질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건 못 느꼈어요. 그냥 주변에서 이렇게 나이 이야기를 할 때 서른 살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약간 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Q. 서른 살로 안 보인다.
권정수 그래서 제가 고등학생 역할을 좀 많이 했었는데 감사한 마음입니다.(웃음)
Q. 확실히 작년에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서 봤을 때 고등학생 같았다.
권정수 맞아요. 보셨었군요. 오디션을 볼 때 제가 딱 29살이 됐었을 때였었거든요. 제가 그때 오디션장에 갈 때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복을 입고 갔었거든요.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뽑아주신 게 아닐까 싶었어요.
Q. 이번 작품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어떻게 참여를 다시 결정했나.
권정수 일단 먼저 연락을 해주셨었고 제가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처음 했었던 게 뮤지컬 <앤anne>였었거든요. 처음 무대에 오를 때 긴장도 많이 했었고 매번 떨렸던 공연이었는데 극 자체가 너무 좋고 따뜻하다 보니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극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사실 공연을 할 때 긴장도 많았고 떨렸지만 항상 늘 기분 좋았고 마지막 공연 때까지 행복했었어요. 이번 시즌이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하게 돼서 정말 기뻤습니다.
Q.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
권정수 사실 길버트라는 역할이 보이는 장면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번 시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극 중에서 길버트가 하는 안무들이 몇 개가 있는데 이걸 저희 길버트들이 짜서 세 명의 배우들 안무가 다 다르게 나왔어요. 그런 안무적인 요소도 조금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고, 지난 시즌에는 애니메이션 틱한 연기를 생각하고 그런 연기를 했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섞어서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었고 그런 부분들을 녹여내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아요.
Q. 길버트에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면?
권정수 앞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안무에 차이를 두려고 했었던 부분처럼 큰 부분에 어떤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극 중에서 길버트의 대사의 뉘앙스나 이해도에 포커스를 뒀었어요. 지난 시즌에는 "이때는 뭘 해야 돼", "이때는 이걸 해야 돼"라는 어떤 강박이 있었는데 이번엔 뭔가 여유가 생겨서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할 때 편했던 것 같아요. 연출님도 좋게 봐주셨던 것 같고요.
Q. 이번 시즌 처음 참여한 배우들이 많았다. 지난 시즌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데.
권정수 맞아요. 지난 시즌에는 기존에 이 작품에 참여했던 선배님들이 유독 많이 참여를 했었거든요. 분위기를 너무 잘 이끌어 줘서 저는 그냥 가만히 제가 할 일만 하면 됐었어요.(웃음) 아 특히 영미 누나 같은 경우에는 진짜 맨날 먹을 걸 사오시고 뭐 불편한 게 있는지 물어봐 주시고 해서 정말 빠르게 팀에 합류할 수 있었거든요. 매슈 역할에 지하 형님이나 준호 선배님도 다 뉴 캐스트를 많이 챙겨주셨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보면 제가 지난 시즌에 이어 합류한 캐스팅이다 보니까 저도 최대한 처음 참여한 친구들을 챙겨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거기가 이번 시즌에 길버트 역에 세 명이 참여했는데 저랑 승현이는 지난 시즌에 이어서 참여했고 태준이형이 처음 참여해서 먼저 가서 이야기를 하고 말을 걸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서 무대를 올렸었습니다.(웃음)
Q.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인가.
권정수 원래는 제가 소극적인 편이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개방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되면서 조용한 분위기가 조금씩 싫어지고, 될 수 있으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트려고 하게 됐어요. 항상 떨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첫 공연 때는 어땠나. 공연을 올라가기 전에 긴장을 할까.
권정수 첫 공연뿐만 아니라 매 공연을 약간 긴장하는 편입니다.(웃음) 그래서 첫 공연 때는 조금 더 긴장을 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풀면 좋을지 계속 찾아가는 편입니다.
Q. 긴장을 푸는 방법이 있나.
권정수 일단 몸을 좀 풀어요. 스트레칭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몸이 풀리고 릴랙스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상상했던 부분들과 장면의 호흡이 딱 맞아떨어지면 그때부터 편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Q. 길버트는 어떤 인물인가.
권정수 원작에서 길버트는 잘생기고 장난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뭔가 말 그대로 엄친아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그 자신만의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 제가 생각할 때 엄청 멋있는 캐릭터인 것 같았어요. 저는 이제 극 중에 보여드릴 때는 제가 사람들 앞을 지나갈 때 '잘생겼다'라고 들을 정도로 소설 속 인물을 다 담아낼 수 없다 보니까 잘생김을 내려두고 장난기에 포커스를 조금 더 두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익살스러운 부분들을 살리려고 했었죠. 길버트는 어떻게 보면 되게 한결같아요. 앤이라는 인물에게 딱 빠지고 나서 그가 했던 잘못을 깨닫고 그걸 바꾸기 위해서 사과하고 마음을 표현하고 용서를 바라죠. 앤이 그걸 받아주지 않고 무시하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결국 앤이 사과도 받아주고 그와의 관계에서도 발전을 이루죠. 그걸 바라보면 길버트의 재능은 공부를 잘하고 잘생긴 게 아니라 뭔가 하나를 위해서 기준을 잡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스타일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본인은 어떤 꿈을 가진 학생이었나. 학창 시절의 꿈이 있었을까.
권정수 저는 사실 제가 연기를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제가 어릴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됐죠. 일반계가 아니라 자율형 사립고를 갔었는데 제가 공부를 잘하는 줄 알았었는데 생각보다 제가 뒤처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였어요. 아버지가 원래부터 음악을 하셨어서 노래 쪽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가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이쪽으로 간 것도 아깝고 그래서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으니까 일단 대학교를 가보고 준비해서 지원해 보자 하고 부모님과 상의를 해서 대학을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수능을 망치는 바람에 재수를 하게 됐죠. 처음 고시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데 벽을 보고 공부하는 제 모습에 의문이 들더라고요. 내가 천문학 쪽으로 가는 게 정말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집에 와서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고 어머니한테 말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가서는 연기 학원에 갔죠. 제가 부모님 몰래 준비를 하는 거다 보니까 돈이 없어서 연기 학원 선생님한테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당장 돈이 없는데 열심히 배워서, 대학교에 붙어서 꼭 갚겠다'라고 말을 했는데 엄청 흔쾌히 받아주셔서 그렇게 준비해서 대학교를 갈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대학에 가게 됐는데 이게 또 모든 학생들이 다 같이 열심히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배울 준비가 되어야 이게 배움이 되잖아요? 그래서 동기들 중에서도 정말 열정적이고 저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한 학기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리고 군대를 가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이 길을 걸어가야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군대를 바로 갔죠. 군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고민했었어요. 방송 연기나 연극, 뮤지컬 등등 할 수 있는게 많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연기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는데 뮤지컬이 이 두 개가 다 들어가는구나 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전역을 하고 그 해에 준비를 해서 17년도에 데뷔를 했었습니다. 그 작품을 하고 나서 3년 정도를 쉬어서 대학로에 들어오게 됐고 그렇게 처음 했던 작품이 <언플러그드>라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제 데뷔 연도를 이 작품이라고 말해뒀었거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Q. 17년도에 어떤 공연을 했었나.
권정수 그때 뮤지컬 <별의 여인, 선덕>이란 작품을 했었어요. 전수미 선배님이 선덕 여왕 역할을 하셨었고 저는 앙상블로 참여했던 뮤지컬이었습니다. 그해 1월에 전역해서 8월에 공연을 했었으니까 거의 바로 참여했던 거였죠. 그리고 학교 선배님이 어린이 뮤지컬을 소개해 줘서 어린이 뮤지컬을 조금씩 했었어요. <강철 소방대 파이어로보>에서 피닉스 이안 역할을 했었습니다.(웃음)
Q. 그때 그 작품들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배우 권정수가 있는게 아닐까.
권정수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한 작품들이죠.
Q.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배우들이 많은데 연습에 어려움은 없었나.
권정수 연습에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이번 시즌 참여한 배우가 27명이거든요. 그래서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스케줄이 많이 잡히지 않았었어요. 그래서 본 공연에 앞서 걱정이 조금 있었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제 다들 프로인 거잖아요. 걱정했던 게 걱정이었던 것처럼 다들 너무 잘 해서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리고 연출님도 계속 체크를 해주시고 코멘트도 해주셔서 배우들도 바로바로 확인을 할 수 있었고 습득하는 부분들도 있다 보니 바로 안정이 됐고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Q. 극 중에서 길버트가 앤1 부터 앤3까지 성장하는 모습들을 다 보는데 어떤 느낌을 받나. 청소년기부터 성인까지 느낌이 다 다를 것 같은데.
권정수 앤2를 처음 보거든요. 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저 앤 누굴까'라는 솔로곡이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아요. 정말로 저 애는 누구일까라는 게 길버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생긴 거였죠. 내 인생에 호감을 가져주는 사람들만 있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져서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고 이 사람에게 빠진 것이 길버트에겐 처음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만큼 앤에게 더 빠져들었던 거죠. 앤2와 앤3 사이에 시간 속에서 그들에게 어떤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작품 속에서 다 그려지지 않지만 그 사이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앤에게 사과를 건넬 수 있었다고 봤어요. 사실 제가 앤을 가장 오래 바라보는 게 앤3을 만났을때거든요. 그때 앤의 눈을 가장 오래 쳐다봐요. 그동안 앤은 제 표현도 안 받아주고, 사과도 안 받아줬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제 사과도 받고 제 손을 잡아주거든요.
Q. 극에서 짧게 나오는데 아쉬움은 없나.
권정수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작품의 제목처럼 앤의 서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의 서사가 더 잘 보일 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길버트라는 인물이 또 완전하게 아웃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앤의 서사를 채우기 위한 인물, 존재로서 길버트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의 입장에서도 두 인물의 서사를 보는 것보다 앤의 서사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해요.
Q. 원작 소설 <빨간머리 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100년 이상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권정수 <빨간머리 앤>이라는 작품이 사람들의 입과 입, 어떤 말에서 말로 계속해서 이어져왔던 게 그들의 어린 시절의 어떤 향기와 추억을 잘 담아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이 작품을 바라봤을 때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됐을 때도 기억에 남고 그걸 또 자식에게 알려주게 될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이 이 작품인 것 같더라고요. 어렸을 때 바라본 앤은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상력이 뛰어나죠. 어떤 상황에선 날것의 모멘트가 보이고 또 어떤 상황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가적인 면모도 보여요. 그걸 보면서 대리 만족도 느낄 수 있다고 봤어요. 그리고 앤과 길버트의 관계에서도 재밌게 잘 풀어내고 있어서 어릴 때 보더라고, 어른이 되어서 보더라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Q. 뮤지컬 <앤anne>이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권정수 뮤지컬 <앤anne>이라는 작품은 그냥 하나로 쭉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극중 극이라는 형태로 앤1, 앤2, 앤3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각 역할에 따라 시기가 달라지는 게 확실하게 보이고, 다르게 해석을 하고 보여주고 있다 보니까 보는 데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고 보이고, 앞서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따뜻한 공연이다 보니 언제 보더라도 힐링이 되는 행복한 작품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길버트를 준비할 때 어떻게 해석을 하려고 했을까.
권정수 사실 초반에 연출님이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게 있거든요. 텍스트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보니 어떤 해석을 하기보다는 텍스트에 중점을 맞춰주면 좋겠다고 코멘트를 해주셨었어요. 모든 배역에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었죠. 저희 극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이 어떤 고민이나 물음을 던진다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볼 수 있고 웃고, 울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이걸 배우들이 어떻게 더 깊게 생가하고 고민해서 침투해서 펼치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텍스트에 더 집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