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앤ANNE' 김은주·박수민, "귀 호강하고 용기 얻고가세요!"

실력파 신인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신선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창작뮤지컬 <앤 ANNE>이 22년 1월 23일 마지막 공연을 향해 순항 중이다.

뮤지컬 <앤ANNE>는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극중 걸판여고 연극반이 공연할 작품이 <빨강 머리 앤>으로 정해지면서 걸판여고 학생들과 걸판남고 학생들, 선생님이 <빨강 머리 앤>의 장면을 연기하며 앤의 여정을 그리게 되는 뮤지컬이다.

앤의 상상력과 주변 인물들의 우정과 따뜻함을 통해 원작의 메시지를 전하며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고마운 작품”, “관심과 사랑이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작품”, “앤은 동심 속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가치를 전달해 주는 좋은 공연”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앞서 진행된 인터뷰 『[인터뷰] '앤ANNE' 김은주·박수민, "부담감 떨쳐내니 자신감 생겨"』와 이어지는 내용이다.

Q. 극 중에 두 사람이 어떻게 보면 악연 아닌 악연으로 연결됐는데 어떻게 두 사람은 마음을 열게 됐을까

김은주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생각하는 린드 같은 경우에 앤에게 못된 말을 하고, 이 친구가 사과를 하러 왔을 때 얘가 미워하면 그 사과 한마디로 바로 풀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앤이 싫었던 게 아니라, 매슈와 마릴라에게 고아를 데리고 오는 건 안된다고 했는데 내 말을 듣지 않고 고아를 데리고 왔던 것에 대해서 더 화가 나서 그렇게 말을 했던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런 애를 데리고 왔냐고 삿대질을 했던 건 앤이 아니라 마릴라 쪽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앤이 화를 내고 떠나고,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와서 사과를 한다고 했을 때 본인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앤을 두고 우리 집에 네가 들어온 동시에 나는 너를 용서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얘가 뭐라고 하던, 쇼를 막 했어도 예뻐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마릴라에게 화가 났던 것도, 마릴라의 이야기로 사과를 하려고 온 그 자체에서 다 풀렸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사과하고 싶은데 먼저 사과를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상대방이 먼저 미안해라고 말을 해주면 너무 고맙고, 저도 덩달아 미안해지고 그럴 때가 있는 것처럼 그런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박수민 저는 사실 이 장면에서 린드 부인에게 사과를 하러 갔을 때, 사과를 받아주시는 모습을 보고 이 상황을 나의 센스 있는 연기로 잘 넘겼다는 기쁨이 컸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앤1의 장면은 그때 끝났는데, 이후에 앤3이 무대를 이끄는 장면이 있거든요 거기서 제가 앤1로 한번 등장을 하는데 린드 부인 옆에 딱 서요. 옆에 서있는데 린드 부인이 눈인사를 하는데 저는 그때 개인적으로 찐 감동을 받아요. 앤 작품에 나오지 않았던 서사들이 채워지는 느낌이랄까요.

Q. 그 장면에서 앤1이 앤2와 역할이 바뀐다고 들었다. 앤2에게 그다음 대사를 하는데, 앤2가 아닌 앤1에게 말을 해준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 같나

김은주 사실 대사에 다 있어요. 원래는 "미안하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 하지만 나 린드는 솔직한 만큼 마음도 넓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긴 했어요. 뭐냐 하면 "내가 먼저 너에게 이런 식으로 너를 공격했고, 그러면 안 되는 게 맞았다"라고 진정 있는 사과라고 해야 할까요. 솔직한 만큼 마음도 넓다는 것보다 그냥 내가 더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달까요. 내가 더 미안하고, 내가 먼저 너에게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 내가 미안하다고 그 말을 해주고 싶네요.

Q. 두 사람은 기억의 첫 시작이 언제인가, 본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억이 난다.

김은주 저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아니라면서 그냥 사진을 봐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영유아 아기 때 있잖아요. 제가 딱 생각나는 게 있거든요. 그 장면이랑 감촉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강렬해요. 뭐냐 하면 제가 정말 아기였을 때 아빠가 회식을 마치고 와서 저를 안고 노래를 불러줬었거든요. 그게 기억이 나요. 엄마는 아닐 거라고 하는데 저는 노래를 부르고 있던 아빠의 모습이 다 기억이 나거든요.

박수민 저도 기억나는 게 어릴 때 저희 친할머니가 성량이 진짜 크시거든요. 저를 안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기억나요. 그때 제가 너무 크게 울어서 나간 것도 기억이 나거든요. 그리고 워터파크에 가는데 아기 수영복을 엄마가 입혀줄 때 제가 울었던 것도 기억나고, 정말 어릴 때 기억이 다 나는 것 같아요.

김은주 저희 둘 다 예민했나 봐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들어갈 때까지 기억도 다나긴 하거든요.

Q. 혹시 그런 경험은 없나, 어릴 때 엄청 높게만 느껴졌던 동네의 언덕이 크고 나서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봤을 때 그렇게 높은 언덕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경험.

김은주 그런 게 있긴 하죠. 초등학교 6학년 때 기억이 나는데, 저는 운동장 끝에서부터 끝까지 되게 멀게만 느꼈었거든요. 정말 미친 듯이 뛰어가야 끝부터 반대편 끝까지 도착했는데, 크고 나서 다시 초등학교를 가봤는데 너무, 너무 짧더라고요. 이렇게 작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짧았어요. 그리고 어릴 때 엄청 컸던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는데 그것도 커서 보니까 너무 작더라고요. 어릴 때 그렇게 커다랗고 풍성했던 나무였는데, 세월에 따라 비틀어지고 전과는 달리 볼품이 없어지는 모습에 기분이 이상해졌던 것 같아요.

박수민 저는 반대로 제가 졸업했던 초등학교를 저희 사촌동생이 입학을 했어요. 잠깐 사촌 동생을 도맡아서 육아를 도와줬던 적이 있는데 사촌동생이 무슨 노래 교실 같은 거 발표를 한다고 학교를 가게 됐던 적이 있는데 교문은 똑같았는데 들어가고 나니까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어릴 때 정글짐이 있으면 전 진짜 끝까지 다 올라가서 마치 바이킹을 타는 듯한 느낌을 받으려고 거기서 뛰어내리고 했었거든요. 오랜만에 봐서 올라가 봤는데 뭔가 어릴 때 겁 없던 것과 다르게 뭔가 더 무섭더라고요. 되게 겁이 나서 괜히 하면 안 되겠다 하면서 내려왔던 기억이 있어요.

김은주 어릴 땐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그네를 타도 진짜 일어서서 타고, 완전 앞뒤로 거의 180도가 될 때까지 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진짜 손이 떨리고 겁도 많아서 절대 못 탈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

박수민 저는 제가 실수를 한 거긴 한데, 초록 지붕 집에 살게 돼서 너무 기뻐서 모자를 확하고 던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가만히 계시던 마릴라 역할을 맡은 언니 머리에 모자가 떨어진 적이 있어요. 그래서 끝나고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아니라며 태이 언니한테 많이 맞았다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김은주 저는 뒤에서 그걸 보면서 아니 저건 나한테 왔어야 했는데, 나한테 왔으면 저거 하나로 30분은 애드리브로 채울 수 있는 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박수민 저는 다시 하라 그래도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웃음을 잘 못 참거든요.

김은주 어떻게 보면 그 모자가 마릴라 무릎에 올라간다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네요. 감동적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요.

박수민 아 그리고 제가 커튼콜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커튼콜을 하면서 앤1이 의자에서 내려오면서 모자를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몰랐는데 제가 던진 모자가 의자 위에 딱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무대 뒤로 내려왔는데 공연을 보러 오셨던 관객분들이 실수란 걸 알았지만 앤이 다 내려갔는데 그 의자 위에 모자가 남아있으니까 뭔가 소름이 돋았다면서 너무 예쁘고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상징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Q. 만약 연출적으로 그게 가능하다면, 그리고 그 모자 위에 핀 포인트 조명이 내려온다면 약간 쇼는 계속된다는 그런 느낌도 들고, 앤도 끝이 아니라는 느낌을 더 받을 것 같다

김은주 하늘이 주신 장면이라 다시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박수민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아요.

Q. 최애 장면은?

박수민 저는 너무 많아요. 진짜 최애 장면을 하나 뽑자면 언니한테 말했던 장면이 있는데 매슈가 죽고 나서 마릴라를 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무대 뒤에 울타리 사이로 보고 있거든요. 너무 슬픈데 그 장면 이후에 이제 장례식 장면인데 더 힘을 받아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Q. 장례식 때는 어떤 인물로 나가나.

박수민 앤1 이라기 보다는 그냥 유령 같은? 인물로 나가요.

Q. 만약 앤1로 나간다면 되게 많은 감정을 느낄 것 같다.

박수민 맞아요. 그럼 너무 많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없어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은주 더 신경 써야겠네요. 그 장면일 때 말이죠.(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장면이 다 좋고 대사들도 다 좋은데 연습하다가 울컥했던 장면이 하나 있기는 해요. 뭐냐 하면 앤2가 다이애나의 동생 미니메이를 살려내고 "어떤 일이 또 다른 어떤 일에 밑거름이 될 수 있잖아요"라고 말을 하는데 이 앤이라는 인물을 생각해 봤을 때 그게 쉽게 생각하고 나올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앤은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누구네 집에 식모살이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게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지독스럽게 힘든 경험이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그런 경험을 가지고 친구의 동생을 살리고 나서, 내가 그때 그 아줌마의 아기들을 돌보지 않았다면 이 아기를 어떻게 고칠 수 있겠어요 하는 그 말을 하는데 그냥 가슴 깊이 딱 꽂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대사를 되게 좋아하고 지금도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고통스럽고 아팠던 모든 기억들이 비단 아픔으로만 남지 않고, 이후에 어떤 날에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런 것에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냥 쓱 하고 지나갈 수 있는 대사인데 누군가는 그 대사가 가슴 깊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좋아합니다.

박수민 전 매슈 대사 중에서 "저 앤 확실히 빛이나"라고 말을 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그 대사를 들을 때 저에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보니까 조금 웃긴 것 같은데, 이 장면에선 앤3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저인 거잖아요. 그래서 더 깊이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나 메시지가 있다면?

김은주 용기요. 용기와 희망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해서 자기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든요. 지금 어딘가에 희망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넌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저는 그런 느낌이 들고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우리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게 여기에 다 담겨있는 것 같아요.

박수민 여기에 덧붙여서 사실 지금 어떻게 보면 다들 억압되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시대가 어떻게 보면 과거에 비해서 많은 정보와 자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과민하게 반응을 하거나 어떤 자유가 없어졌다고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현대인들은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사실 조금 더 자유로워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우리 작품을 통해서 그런 어떤 자유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은주 연말연초 항상 올라왔던 공연인 만큼 추워진 지금 따뜻함을 전해드릴 수 있는 공연이라 자신합니다. 그리고 노래 듣는 맛이 있는 맛집이니까 따뜻한 공연, 맛있는 노래를 보고 들으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작품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자부하거든요. 오셔서 다들 귀 호강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수민 정말 누구랑 공연을 보러 오시더라도 다들 재밌게 보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랑 같이 오셔도, 혼자 오시더라도 정말 즐거운 작품이니까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와서 저희가 전해드리는 용기를 얻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저 길모퉁이를 돌면 어떤 내가 기다리고 있을까?

박수민 일단 저 길모퉁이를 돌면 대학교를 졸업한 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졸업을 안 했거든요. 4학년 2학기인데 졸업 신청도 넣어야 하는데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아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데뷔를 하게 됐는데 이제 또 다른 작품들을 준비해야 되잖아요. 오디션도 봐야 하고 준비도 해야 되는데 더 많은 용기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던 것 같고, 앤을 하면서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모습의 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앞서 말했던 것처럼 졸업이 중요하지만요.

김은주 저는 저기 저 모퉁이를 돌면 유니플랙스 2관에서 뮤지컬 <빨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수민 정말 브릭스에서 길모퉁이를 돌면 바로 공연장이네요!

김은주 네, 뮤지컬 <빨래>라는 작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뮤지컬 <앤>이 끝나면 저는 저 길모퉁이를 돌아서 <빨래> 공연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뮤지컬 <빨래> 공연이 끝나면 저 길모퉁이를 돌아서 있는 <앤> 공연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뮤지컬 배우 김은주 프로필

2000 청소년뮤지컬 최우수연기상
2017 제3회 윤동주창작음악제 동상 (더 사울)

2004 뮤지컬 <별주부전> 데뷔
2012 뮤지컬 <락시터>
2012 영화 <파닥파닥>
2013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2014 연극 <술집>
2014 뮤지컬 <빨래>
2014 연극 <팝콘>
2015 연극 <두근두근내인생>
2016 연극 <헤비메탈걸스>
2016 연극 <택시드리벌>
2016 뮤지컬 <총각네야채가게>
2017 연극 <밑바닥에서>
2017 연극 <에덴미용실>
2018 연극 <돌아온다>
2018 연극 <정의의사람들>
2019 뮤지컬 <은밀하게위대하게>
2019 뮤지컬 <원모어>
2019 뮤지컬 <뉴달을품은슈퍼맨>
2019 뮤지컬 <앤anne>
2020 뮤지컬 <삼월의그들>
2020 뮤지컬 <광주>
2021 뮤지컬 <빨래>
2021 뮤지컬 <앤a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