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앤ANNE' 송영미·류승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②] '앤ANNE' 송영미·류승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2.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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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걸판의 창작뮤지컬 <앤ANNE>. 

실력파 신인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신선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뮤지컬 <앤ANNE>은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극중 걸판여고 연극반이 공연할 작품이 <빨강 머리 앤>으로 정해지면서 걸판여고 학생들과 걸판남고 학생들, 선생님이 <빨강 머리 앤>의 장면을 연기하며 앤의 여정을 그리게 되는 뮤지컬이다. 

앤의 상상력과 주변 인물들의 우정과 따뜻함을 통해 원작의 메시지를 전하며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고마운 작품”, “관심과 사랑이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건지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작품”, “앤은 동심 속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희망의 가치를 전달해 주는 좋은 공연”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음은 앞서 진행한 인터뷰 『 [인터뷰] '앤ANNE' 송영미·류승현, "운명 같이 다가온 뮤지컬" 』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앤1 역할로서 바라보는 시선과 앤3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것 같은데

송영미  확실히 달라요. 물론 같은 사람이고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했지만요. 앤1 일 때는 그냥 내 앞에 존재하는 세상이 너무 좋았고, 그냥 모든 게 내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만 같고 그랬다고 한다면, 앤3일때는 마릴라에 대해도 생각을 해야 하고 매슈도 생각해야 하고 생각해야 될게 너무 많죠. 제가 연기를 할 때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심리적 변화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Q.  두 사람은 어릴 때 기억을 어디 순간부터 기억하나

송영미  저는 6살요. 달님이 반이었거든요? 그때 꽃님이 반이 5살이었고, 달님반은 6살, 해님 반은 7살이었어요. 제가 달님 반대 좋아하는 얘가 있었는데, 그 친구 이름이 만약에 진호라고 하면 엄마한테 집에 와서 "엄마, 내 눈 속에 진호가 보여"이런 말을 하면서 "나는 내 눈 속에서 진호가 보이는데 엄마도 내 눈 속에 진호가 보여?"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의 저로서는 보일 리가 없지만 그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앤 같았네요?(웃음) 맞아요.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내 눈 속에 보이는데, 보여?"라고 했던 게 다 생각나요.

류승현  전국에 있는 진호 씨가....

송영미  넌 좀 특이한 학교를 나왔잖아

류승현 네.

송영미  그럼 우리랑은 조금 다른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

류승현  저는 대안 학교를 다녔거든요. 독일에서 들어온 학교인데 초등학교 1~2학년은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발도르프 학교라고 대안 학교를 다녔었습니다. 일반 교육과 다른 교육을 받았다고 했는데 사실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예술 과목들이 조금 더 많았다는 거? 연극도 하고, 가구도 만들어보고 오케스트라도 했었고요.

송영미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저도 다니고 싶은데요?

류승현  네, 합창도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일반 학교에서처럼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기 보다 정말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줬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걸 배우면서 자기 스스로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럼 느낌이어서, 저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이쪽 길로 들어오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연극 수업도 있었거든요.

송영미  저는 입시에 찌들었던 학생이었는데 너무 좋네요. 

류승현  사실 저는 검정고시를 봤어요. 대학을 가고 싶어서요. 대안 학교가 비인가였었거든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보고 가게 됐죠.

Q.  학창 시절 두 사람은 어떤 학생이었나

송영미  저는 군포고등학교 21대 전교 부회장으로서.... 반장을 많이 했고 중학생 때는 방송부 아나운서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조금 웃기게도 이과 전공이었습니다. 지구 원투를 배우고 입시에 찌들어있던 학생이었죠.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그럼 배우라는 직업은 언제 처음 꿈꾸게 됐을까

송영미  꿈이다 라기보다는 그냥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다 수준이었어요. 그 정도였었고, 배우가 됐던 건 조금 특이하다랄까요. 제 친구랑 공연을 보러 갔던 적이 있는데 그게 걸판 작품이었어요. 연극을 보고 너무 좋다고 친구한테 말했는데, 친구가 연출님은 안다면서 인사하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서 인사를 했죠. "공연 잘 봤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는데 저보고 어디 사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공연이 <그와 그녀의 옷장>이었고 오세혁 연출님이 대표였어요. 연출님이 연습실이 안산에 있다면서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다음날 바로 연습실을 찾아갔어요. 연습실 옆에 있는 콩나물국밥집에서 연출님이랑 밥을 먹고 있는데 연출님이 "월급 줄 테니까 일할래?"라고 하셔서 마침 저도 알바를 구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하면서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 무대를 만들거나 잡다한 일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대본을 주시더니 읽어보라고 하셔서 읽었는데 이거 잘하네? 하면서 그때부터 연기를 시키셨어요. 그렇게 배우가 됐습니다.

Q.  재능이 보였나 보다

송영미  딱 보였나 봐요. 그래서 배우가 됐어요. 진짜 특이하죠. 21살이었는데, 보통 대학을 나오고 오디션을 보고 배우가 되는데 저는 그냥 그렇게 배우가 됐어요. 국밥을 먹다가요. 그때 월급이 60만 원이었는데 너무 바빠서 그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거의 다 적금하고 연금을 넣었어요. 그때 걸판이 마당극으로 전국을 대표하고 있었고, 정말 쉴 틈 없이 공연했었거든요. 제 청춘을 그렇게 다 보냈어요. 그래서 사실 젊은이들의 문화라는 게 없어요. 

Q.  노래는 어떻게 하게 됐나. 타고났던 걸까

송영미  그런 것 같아요. 노래도 안 배웠거든요.

Q.  따로 배운 것도 없던 걸까

송영미  걸판에서 연극을 만들 때, 현미 대표님이랑 기태 감독님이 결혼을 하시면서 연극에 노래가 생기기 시작했었거든요. 그때 제가 노래를 뭘 알겠냐 하면서 그냥 불렀는데 다른 분들이 노래 레슨을 해주겠다고 콜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오세혁 연출님이 저한테 노래 배우지 말라면서, "노래 배우면 똑같아져, 난 네가 내는 소리가 좋고 네 목소리가 좋고, 개성이 조으니까 절대 배우지 마"라고 저한테 말을 해주셨어요. 저도 크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연출님이 단호하게 배우지 말라고 하시니 안 배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맞았던 것 같더라고요. 그냥 팔자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옆에 승현 씨는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류승현  저는 좀 자유롭고 싶어 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송영미  그런데 절대 성격이 자유롭지 못하시잖아요.

류승현  맞아요. 학원도 안 다니고 사교육 같은 것도 안 했었거든요.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놀러 다니거나 피시방도 많이 다니지 않았어요. 해봤자 악기 같은 거 연주하면서 놀거나 했었죠. 그러다가 학교에서 연극 같은 게 있어서 해봤는데, 주변에서 너 좀 잘하는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 이거 잘하나 보다. 그럼 배우가 돼야지" 하고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잭 더 리퍼>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는데 와 정말 너무 멋있더라고요. 노래도 너무 잘하고요. 연기도 하고 노래도 잘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과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하려면 뭘 해야 되나 보니까 성악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성악도 배웠죠. 전 그렇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입시도 거치고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잭 더 리퍼>, 어떤 역할에 눈길이 갔나

류승현  저는 잭이요. 어둡고 멋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 작품에서 길버트는 어둡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전 어두운 역할이 왠지 끌리거든요. 

Q.  작품이 가지고 있는 색감이 어둡더라고 밝은 색감이지 않나. 매슈의 죽음도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그가 남아있는 그 자리에 빛이 비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았다.

송영미  맞아요. 

Q.  이어서 극중 앤에게 있어 매슈와 마릴라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앤1에게는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친구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면, 앤3에게는 어떻게 보면 가족이란 것에 더 큰 비중이 갔을 것 같은데 

송영미  맞아요. 저도 딱 그 말을 하고 싶어요. 가장 친한 친구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있었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볼 수 있죠. 앤1을 연기할 때는 가장 친한 친구, 모든 것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매슈 아저씨, 내가 빨간 머리던 무슨 머리던 나를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마릴라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었다면, 앤3이 됐을 때는 그냥 내 모든 것, 매슈와 마릴라는 앤의 전부였죠. 어떻게 보면 앤1은 내가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고 내 모든 걸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매슈와 마릴라 였다면, 앤3으로서는 내가 사랑해 줄 사람이자 내가 품어주고, 내가 이해해 줄 사람들이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마릴라를 위해서 말을 할 수 있고, 매슈가 떠나고 나서 눈물이 안나라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나 단어가 있다면?

송영미  저는 "우린 모두 특별해"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러니까 우린 모두 앤이야 이렇게 말을 하고 있어서 그냥 우린 모두 특별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류승현  저도 뭔가 그런 느낌인데, 우리의 삶은 행복한 순간들도 있지만, 한 7할 정도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고통의 순간들이 있고, 그 속에서도 뭔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상의 눈처럼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냥 긍정적인 마음, 따뜻한 시선과 마인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삶은 아름답다.

송영미  그렇다고 하네요. 우리의 삶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Q.  이어서 앤3 역할에 이번에 두 배우가 함께하고 있는데 어떤가. 개막 이후로 모니터링을 했었을까

송영미  일단 다 달라요. 저는 해주랑 후보다 아무래도 땅땅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 둘은 되게 늘씬하고 되게 성숙한 느낌을 잘 내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미지 라는게 처음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저는 까맣고 작고 약간 둥글둥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대사를 하더라도 결이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볼 때도 저랑 다르게 가고 있는 것 같고, 저는 조금 더 씩씩하고 당돌한 느낌이라면 그 둘은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앤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그럼 앤1 역할을 맡고 있는 두 배우는 어떤가

송영미  너무 좋죠. 저는 앤이 첫 오프닝넘버를 부를 때 "케이티~ 모리스" 할 때 정말 엄마 눈빛으로 얘들을 보거든요. "그래, 잘한다 잘한다 내 새끼. 어쩜 너무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 하면서 바라보고 있어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저도 저렇게 사랑스러웠나 생각하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같이 사랑스러운 무대를 펼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고 좋습니다.

류승현  저는 진짜 신기했던 것 같아요. 이걸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들 너무 달랐거든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어요. 저도 같은 역할을 맡은 정수 형을 보면서 되게 다른 느낌을 받았거든요. 형 공연을 보는데 저 부분에서 저렇게 하니까 또 다른 느낌이 든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보면서 저 스스로 보완한 것도 있어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처음 작업을 하면서 눈치가 되게 많이 보이고 신경 쓰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형이 너무 잘해주시고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하면서 서로 파이팅 해서 공연하고 있어요. 그리고 집도 가깝기도 해서 앞으로 더 친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류승현  서울 공연에선 딱히 큰 사건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서울 공연 말고 예전에 부산 공연을 제가 갔었는데 그때 정말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또 학교 단체관람이었어요. 반응을 되게 가감 없이 해주더라고요. 저희가 손뼉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손뼉을 치다가 딱 스톱하면서 모션을 하는데 앞에서 그러더라고요. "팔 아프겠다"라고요. 이런 장면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되게 신기했어요. 

송영미  저는 비슷한 결로 통영 공연을 갔던 적이 있어요. 마당극 판에서 갈라 콘서트를 하는 거였는데 "안녕~ 우린 모두 17살이야"라고 했는데, 바로 앞에서 "어서 반말이야!"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어르신이 많았다 보니까 그랬는데 저는 또 그런 게 너무 좋거든요. 재미있고요. 원래 마당극을 많이 했었다 보니까 그런 거리감이 없는 게 좋아요. 그래서 지금은 힘들어요.

류승현  이번 공연에서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첫 공연이 아닐까요. 대학로에서 첫 공연이었는데 지인들이 예매해서 공연을 보러 왔더라고요. 제가 정말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도 계속 떨고 시작 못할 것 같고 그랬는데 무사히 첫 공연을 끝내기도 했고 지인들도 좋다고 하고, 그날 뭔가 해냈다란 생각이 들어서 되게 행복했어요. 해냈다. 무사히 해냈구나. 

Q.  지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류승현  그냥 뭐 잘했다, 고생했다고요. 특별한 이야기는 안 했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승현 배우는 좋아하는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류승현  저는 매슈가 말하는 "앤, 널 여기에 두기로 결정했다"라는 말이요. 그 장면만 되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소대에서도 그렇고 연습실에서도 그 장면에서 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울컥했었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과정 전까지 앤이 어떻게 살아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감정이 올라온 게 아닐까 싶어요. 어린 나이에 이집 저집 옮겨다는 것도 있고, 그렇게 떠돌다가 뭔가 집다운 집을 만나고,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하고 감동적인 장면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매슈 역할을 맡은 선배님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감동적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송영미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어디에 위로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학로에 약간 남자 2인, 남자 3인 극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누가 죽고, 범인은 누구인가를 찾고 이야기하는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기분 좋으려고 보는 공연인데 끝나면 계속 생각을 해야 되고 그런 게 힘들어서요. 그런데 우리 작품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그 공연이 끝나면 정말 깨끗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에서 위로받아야 할지 모를 때, 어디에서 이 힘듦을 풀어야 할지 모를 때 보러 오시면 정말 힐링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삶에 뭐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보러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도요. 빨간 머리 앤은 자기의 빨간 머리를 싫어했고, 저 스스로 여자로 태어나서 잘못됐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가 됐어요. 그런 것처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면 우리 작품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류승현  정말 모두가 힘든 시기고 날씨도 되게 추워지고 있는데 우리 극장이 정말 따뜻합니다. 집에 난방이 안되실 때 오시면... 되게 덥거든요. 그런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우리 극장을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고, 따뜻함과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영미  안 그래도 되게 땀을 많이 흘리시더라고요.

류승현  사실 별로 땀을 안 흘리는 편이었거든요.

Q.  처음에 저길 모퉁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두 사람이 생각하는 저길 모퉁이 뒤에는 어떤 게 날 기다리고 있을까

송영미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우리 작품을 관통하는 말들은 다 가사 속에 담겨있어요. 처음과 끝에서 다 말을 하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진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액땜했다는 것처럼, 진짜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그 길모퉁이가 얼마큼 높고, 두껍고 위험하고, 앞을 알 수 없는 모퉁이일지라도 그 모퉁이를 지나가는 동안 겪었던 고통만큼의 큰 행복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요. 지금의 저도 앞으로의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이 작품, 우리 작품을 보는 관객분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기 전,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저는 이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면 좋은 게 올 거야 생각을 했었고, 그 시기 이후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앤 ANNE>라는 작품을 만났거든요. 모퉁이를 돌고 나니 앤이 기다리고 있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죠. 그래서 언제일지는 모를지언정 그 모퉁이를 돈다면 분명 나를 반기는 무언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생각합니다. 

류승현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누나가 잘 말해준 것 같아요.(웃음) 개인적으로 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걸 마음에 새겨두거든요. 그래야지 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았어요. 너무 힘든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요. 보통 이제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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