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6] 쇠고기 금지령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6] 쇠고기 금지령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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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그동안은 어떻게 지냈느냐? 오래전 일이다만 나는 한성에서 득희가 소개해준 천시관과 백규일한테 큰 신세를 졌구나.”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사다노에 와 있습니다. 아저씨가 한성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저씨가 계신 곳 부근에 항상 머물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좋은데... 하여튼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동안 너는 어떻게 지냈느냐?”

김종서가 다시 물었다.

“사다노에서 여진족과 섞여 살던 조선 사람들을 모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싶지만 일이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냥과 갖바치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소를 도살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천시관처럼 백정 일로 살던 사람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이곳 변경으로 더러 왔습니다.”
“소를 잡지 말고 환자들 외에는 쇠고기도 먹지 말라고 임금님이 엄명을 내린 일이 있지. 그래, 사다노에는 조선 백성이 몇 명이나 살고 있느냐?”   
“사다노에는 천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조선 백성은 5백 명 쯤 됩니다.”
“홍패 산적들은 아직도 뭉쳐 있느냐?”

김종서는 자기표현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빙긋이 웃었다. 홍득희도 말뜻을 알아듣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산적 질을 하느냐고 물으시는 것이지요? 일이 있으면 뭉칩니다만 지금은 모두 자기 일에 바쁩니다. 여기서는 산적이 털만한 봉짐도 없고요.”
“하하하. 봉짐이 없다고?”
“명나라 사신이 두만강을 건너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럼 어떤 일이 있을 때 뭉치느냐?”
“조선 병사들이 재산을 뺏거나 부녀자를 납치해서 욕보일 때는 뭉쳐서 구출합니다. 그 외에도 여진족들이 조선 백성 마을을 약탈하러 쳐들어 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서서 막아 주어야지요.”
“그런 일이 자주 있느냐?”
“요즘은 자주 일어납니다. 여진족 추장들은 크게 두 파로 갈라져 있는데 가장 큰 세력이 이만주와 홀라온입니다. 이만주는 간사해서 조선에 붙는 척 하다가 조금만 약세를 보이면 가차 없이 칼을 휘두릅니다. 홀라온은 우리를 보호하는 입장에 있지만 이권이 따를 때는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요즘은 세 번째 세력인 범찰 추장이 이만주와 연합하려는 바람에 홀라온은 울라합 등 다른 세력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두 추장들은 틈만 있으면 조선 병영이나 조선 마을을 기습해서 전쟁 물자를 조달하는 일이 썩 잦아졌습니다.”
“음, 그건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구나. 은성, 종성, 부령 등 변방 6진에 나가 있는 조선 진무들은 평판이 어떠하냐?”

김종서는 제일 궁금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진무들 중에서도 조석강과 이징옥 같은 분은 애쓰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회령의 박호문 절제사 같은 사람은 귀양살이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세월만 보내고 고향으로 가기 위해 한성에 부지런히 줄을 놓거나, 아니면 백성들을 쥐어짜서 재산을 빼앗고, 여진족을 약탈하는 일에 힘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호문도? 그런 일이 있구나.”

김종서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박호문은 임금에게 자기가 추천한 무인이었다. 변경을 개척하는 일은 우선 조선 군사와 지휘자를 다스리는 일에 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부탁이 있는데요.”

홍득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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