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0] 벌벌 떤 여진병사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40] 벌벌 떤 여진병사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3.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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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강의 명령이 떨어지자 송희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곳 절제사는 나다. 네깐 놈이 함부로 어디다 대고 명을 내리느냐! 하극상을 일으키면 군율로 다스릴 것이다.”
그 말에 조석강도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던 송희미가 우군 앞에서는 기가 펄펄 살아났다.

관군이 뒤를 쫓든 말든 홍득희는 맹렬히 여진족을 추격했다.
얼마 가지 않아 가장 늦게 도망가던 여진족의 후미를 잡았다. 

“너희들 목숨은 살려 줄 터이니 조선 백성을 모두 풀어주어라.”

홍득희가 소리치자 여진족 20여 명은 칼과 창을 버리고 꿇어앉았다. 끌려가던 조선 백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홍패의 뒤로 숨었다. 대부분이 아녀자였다. 여진족은 끌고 가던 가축도 모두 조선 백성들에게 돌려주었다.

“당신들은 누구의 부하요?”

홍득희가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여진족 병사를 보고 여진 말로 물었다.

“우리는 이만주의 보호를 받는 합로하 부족입니다.” 
“이만주를 아시오?”
“한 번도 본 일은 없습니다.”

홍득희는 그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말했다.

“당신들이 이만주의 무리에서 떠난다면 살려줄 것이고 계속 이만주를 위해 싸우겠다면 모조리 베어버릴 것이다.”

홍득희가 칼을 빼들자 여진 병사들은 모두 다시 엎드렸다.

“홍 장군, 살려 주십시오. 절대로 이만주 부대로는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여진 병사들은 벌벌 떨었다.
잠시 생각하던 홍득희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먼저 간 여진족이 숨은 곳을 대주겠소? 앞장서서 여진군이 간 곳을 안내할 수 있겠소?”
“먼저 간 나목아첩의 부대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이 많은 여진 병사가 말했다.
“당신 이름이 무엇이오?”
“이적합입니다.”
“그러면 당신 혼자만 남고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시오. 그리고 다시는 이만주의 수하로 가서는 안 됩니다.”

홍득희가 추격하고 있는 동안 먼저 경원성을 탈출한 나목아첩 무리는 두만강 둑에 이르렀다. 조선 백성 1백여 명과 약탈한 소 10여 마리, 닭 20여 마리를 달구지에 싣고 끌고 갔다. 

“두목! 홍패가 우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나목아첩의 부하가 급히 달려와서 보고했다.

“뭐야? 홍패가?”

홍패는 여진족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예. 이적합의 군사들은 모두 잡혀갔다고 합니다.”

나목아첩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줄줄이 묶여 있는 조선 백성은 대부분이 아녀자였다. 뺏어온 소들은 모두 등가죽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탐나는 재산이었다. 
나목아첩은 한참 전리품을 둘러보다가 명령을 내렸다.

“고향에 가고 싶은 조선 연놈들은 모두 저 강둑에 올라서서 강을 바라보고 서 있으라고 하라.”

나목아첩의 명에 따라 조선 포로들이 모두 강둑에 올라서자마자 난데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모조리 목을 베어라.”

나목아첩은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살려준다는 말에 부지런히 강둑으로 올라간 조선 백성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여진 병사 수십 명이 칼과 창을 들고 조선 백성들에게 달려들었다.
조선 백성들의 앞에는 칼과 창, 등 뒤에는 시퍼런 두만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배수진을 친 셈이 되었다.

“으악!”
“살려 주세요!”
“어머니.”

조선 아녀자들은 모두 비명과 통곡 속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백여 명이 쓰러지고 두만강으로 핏물이 흘러갔다. 너무나 처참한 광경이었다.
나목아첩의 병사들이 미친 것처럼 살육을 끝낼 무렵이었다.

“홍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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