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빈당' 정선기·정아영·장재웅, "너무나 소중한 '이름'을 받았다" [인터뷰②]
'골빈당' 정선기·정아영·장재웅, "너무나 소중한 '이름'을 받았다" [인터뷰②]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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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
모든 출연진, 각자 이름이 있는 작품.
“뼈 골! 빛날 빈! 죽어서도 뼈까지 빛나는! 바로 그 골빈당!”

앞서 진행된 인터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그러고 보니 각자 맡은 배역에 대해서 안 들어봤던 것 같다.


장재웅 : 저는 말 그대로 재담꾼이자 종놈인 호로쇠입니다. 딱히 큰 특색이 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고,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인물입니다. 쫄보에다가 찌질한데 뭔가 긍정적인?(웃음) 뭔가 서사를 더 붙여보자면, 호로쇠는 환경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인물인 것 같고, 그만큼 정이 많은 아이인 것 같아요. 제가 상상을 해봤었는데 자모 형님이 골빈당을 뽑을 때 쉽게 뽑았을 것 같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어느 정도 호로쇠의 재능을 보고 데려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호로쇠는 자모 형님을 통해서 세상을 배울 수 있었고, 그렇게 변화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정아영 : 제가 봤던 순수는 골빈당에서 경호원을 맡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제가 했던 한 마디 때문에 돌아가셔서 입을 다물고 오랫동안 무술을 연마해왔죠. 처음 봤던 순수는 사실 과묵하고 무뚝뚝하고 지루한 친구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생각해보니까 순수는 정말로 순수하고 맑은 친구였죠. 겉에서 보이는 태도와 다르게 속이 깊은 인물이고, 말이 없기 때문에 표정으로 감정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정선기 : 기선은 우선 양반집 자제로 무관 집안의 5대 독자입니다. 제가 캐릭터를 구성할 때 큰 틀은 이거였어요. 기선이 연모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집안 어르신들은 신분 차이를 이유로 그 여인과 이어질 수 없다고 말하죠. 그런데 기선이 이를 지키지 않으려 하자 집안 어르신들은 그 여인을 어디로 보냈거나 죽였어요. 그리고 기선한테 그 여자는 네가 싫어서 떠나갔다는 느낌의 말을 했죠. 그런데 기선은 알고 있었어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집을 뛰쳐나가게 됐다는 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선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사실만을 말하려 하죠. 작품 속에서 기선은 많이 고민해요.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단이에게 진이의 집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후반부 감옥 장면에서 단에게 "우리도 거짓말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하기도 하죠.


Q. 그러고 보니 다른 배역들은 이름과 연관되어 보이지 않는데, 선기 배우를 보고 기선 역을 만든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정선기 : 사실 저도 박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가 기선으로 바뀌었을 때 놀랐어요. 그래서 이름을 단순히 뒤집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창작진들에게 물어봤었죠. 답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이름으로 고민을 많이 했었고, 수백 가지의 이름들 중에서 재주 '기', 으뜸 '선'을 선택했다고 말하더라고요. 무관 집안 재주꾼으로, 재주를 잘 부리니까 이 이름이 어울린 것 같다고 하셨어요. 관객들께서 많이 이름을 거꾸로 한 거 아니냐고 많이 물으셔서 매번 해명하는 부분입니다.(웃음) 오해가 있었습니다.(웃음)

 


Q. 각자가 생각한 마지막 '시조'가 허락된 세상 속에서 각자 맡은 인물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장재웅 : 상상은 했었는데, 진짜 바라는 건 모두가 행복한 삶 아닐까요?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할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진이의 희생으로 이뤄진 거잖아요. 같은 골빈당의 일원으로서 슬플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작품에서 비친 건 수도라고 생각해본다면 호로쇠나 순수가 있었던 지방에는 아직도 많은 탐관오리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들을 찾아내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백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와줄 것 같아요. 자기를 위해서 바라고자 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 백성들 모두가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아영 : 순수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위로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에 대한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을 것 같거든요. 덜어냈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조금 덜어낸 순수는 시조를 읊으며 소소한 삶을 살 것 같습니다.

정선기 : 저는 중간에 '난 말이야'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골빈당의 세 단원들의 이야기들을 단편적이지만 말해주는 장면이거든요. 이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는 장면이다 보니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데, 여기에 맞춰서 우선 순수의 아버지 묘를 만들어 주러 갔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호로쇠를 때렸던 양반집에 가서 밀린 임금도 받아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재웅이가 말했던 것처럼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지방에 있는 백성들에게 시조를 가르쳐주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만약 사모했던 여인이 죽지 않았다면 그녀를 찾아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어요.

 

 

 


Q. 이번 작품에서 욕심나는 배역이 있을까? 남녀를 떠나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장재웅 : 저는 이걸 많이 생각했었는데, 다 정말 매력이 넘쳐서 누구 하나 고를 수가 없어요. 제가 여자였다면 진이를 하고 싶고, 순수하게 역할을 고르자면 아무래도 단이를 빼놓을 수 없겠죠. 도전적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조노입니다. 이유요? 이유는 드물지 않은 캐릭터거든요. 사실 배우로서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도전적인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정아영 : 저는 남자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었거든요. 우선 조노라는 캐릭터는 학교에서부터 매력을 느꼈었어요. 그리고 엄 씨도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았어요. 사실 순수가 말이 없다 보니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더 다가온 것 같지만요. 호로쇠도 정말 귀엽고 매력적이라서 해보고 싶어요.

정선기 : 저는 진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 공연에서 함축적이고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아버지가 최고 권력자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자신과 정반대에 서있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에 반해서 그 신념들을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거든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물이라 더 크게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Q. 공연을 하면서 힘든 점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장재웅 : 정말요. 무대 위에서는 너무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무대 뒤로 내려가면 정말 힘들어요. 무대에서 정말 감정이나 체력을 쏟아붓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면 또 행복해서 힘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쉴 때는 뭘 하냐고요? 저는 평소에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실행에 옮기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어 한강을 가고 싶다거나 카페나 맛집을 가고 싶다면 꼭 그걸 하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아영 : 저는 크게 힘든 건 없어요. 그런 것보다 캐릭터를 만들 때 조금 힘들었었죠. 순수라는 친구를 학교 다닐 때부터 했었는데, 사실 학공때 순수는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하는 말 많은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호로쇠랑 겹치는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계속 새로 구축해야 했어요. 연습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학교에서는 힘들어서 그러고 집에서 혼자 생각하면서도 울고요. 지금은 각자의 캐릭터로서 잘 구축이 되어 있지만 많이 울고 웃을 수 있었던 애증의 인물입니다.

정선기 : 저는 아무래도 부상이죠. 몸을 많이 쓰고, 아크로바틱 한 동작들도 많다 보니까 캐릭터를 구성하는 것보다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들이 다치거나 어디가 아프다 그러면 열심히 테이핑을 해주고 있습니다. 잔재주가 있는 재주꾼이라 그런지 우리 팀의 팀 닥터를 맡았어요. 아, 그러고 보니 배우들이 아프면 제가 더 힘들어요. 걱정이 많이 되거든요. 그래서 다들 안다치고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순수라는 인물이 말이 많았다는 게 생각이 안된다. 아니, 그래서 잔칫날 때 말을 잘할 수 있었던 걸까.

정아영 : 맞아요. 순수는 처음부터 전라도에서 올라왔다고 정해져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사투리가 입에 익지 않다 보니 처음에 유튜브를 검색해서 영상들을 많이 봤었어요. 무술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다른 인물들이랑 겹치는 부분들이 생겨서 창작진과 많이 대화를 나눴었죠. 그래서 처음 만들었던 캐릭터에서 점점 말이 없어지게 됐어요. 사투리를 쓰고 있지만 사실 제 고향은 용인입니다.(웃음)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선기 : 아무래도 초연 때 진 역할을 맡았던 수연 배우랑 했던 공연이었죠. 그때 수연 배우의 가족들이 다 같이 공연을 보러 오셨었거든요. 커튼콜이 끝나고 양반 놀음을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객석에서부터 걸어내려오시더라고요. 그때 아영이가 앞에 있었는데, "내 손녀 수연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수연 배우는 부끄러워서 뒤로 피했고 모든 배우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는데 다들 동공 지진이 나고 있었죠. 그때 아마 앞 좌석에 일본에서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이 계셨었는데 자리를 피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연 배우의 할머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같이 무대를 마무리했어요. 다행히 모든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잘 끝 맞출 수 있었죠. 수연 배우를 따라서 소대로 내려가시려 해서 창용 배우님이 계단까지 모셔다드렸었어요. 사실 그때 수연 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와서 울었거든요. 창피한 것보다 혹시 할머니가 기억을 잘 못하시는 게 아닌가 해서요. 그런데 다행히 그런 건 아니라고 해서 다들 너무 좋게 끝맺음을 할 수 있었던 날이 있습니다.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가장 잘 전달된 날이 아닌가 싶어요.


Q. 각자가 생각하는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은 어떤 의미일까

장재웅 : 배우로서 저의 욕심과 부족함을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너무 감사하죠. 데뷔한지 5년 차가 됐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테이블 리딩을 했었어요. 아직도 그 첫날이 기억나요. 대본을 넘기면서 보고 있는데 "나도 분명 배우인데, 이게 왜 이렇게 어색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생각해보니까 처음이 맞았어요. 그때 정말 많이 울컥했습니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아영 : 저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아직도 신기해요. "어떻게 했길래 내가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신인이고, 첫 데뷔작이기 때문에 많이 공부가 된 것 같고, 지금도 더 노력하게 만들고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과 창작진 선생님들을 보면서 관찰도 많이 됐고, 감사하고 애틋함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정선기 : 저는 스물한 살 때부터 공연을 했거든요. 올해 서른네 살이 됐으니까 13년 정도 무대에 올랐죠. 그동안 늘 뒤에서 춤과 표정으로만 감정을 표현했었어요. 저는 항상 뒤에 있었지만 누군가 무대 뒤에서 춤추는 제 모습을 볼까 봐 대사는 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했었죠. 이번 작품에선 제가 앞에 서있잖아요? 정말 모든 대사, 노래, 춤 하나하나 빼놓을 수없이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단 한 장면이나 대사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힘든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무대 위에서 그 안에서만큼은 늘 감사하고 소중하게 1분 1초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입니다.

 


Q. 덧붙여서 우리 작품을 잘 표현하는 대사나 장면, 노래가 있다면

장재웅 : 저는 시조의 나라요. 모두가 달라지는 모습, 변화된 모습, 변화되는 과정을 시작과 끝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거든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고 하면 ‘시조의 나라’고, 이게 가장 목적에 가깝게 표현되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정아영 : 이건 모두가 생각할 것 같아요. 시조의 나라요. 가사를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리"라고 불렀는데, 끝에 가서는 소망이 "이루어지네"라고 말하거든요. 의미 있는 곡입니다. 그리고 더하자면 '정녕 이것이 당연한 일인가', '작은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나오는 장면이요. 백성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이게 당연한 겁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골빈당 단원들은 열심히 춤을 추고 있지만, "우리의 뜻을 받아들여 주세요. 알아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은 것 같아요.

정선기 : 대사는 재웅이랑 아영이가 이야기했으니까 저는 장면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제일 큰 힘을 받는 장면이 있는데, 홍국이 단이를 무력으로 제압하려 할 때 진이 나와서 막아서거든요. 그다음에 백성들이 장막을 뜯으면서 이들에게 달려와요. 이게 뭔가 조그마한 힘들이 모여서 탄압과 권력을 이겨내고 소망하는 바를 이뤄낸다는 메시지가 가장 강한 것 같아서 이 장면에서 가장 많이 주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이 장면이 외쳐 조선을 표현하는 가장 큰 장면이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2018년 프레스콜 당시 전 배우들

2018년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프레스콜 당시 전 출연진

 

Q. 마지막 질문이다.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선기 : "1년 후의 나는 지금 아프니? 개인적으로 안 아팠으면 좋겠다. 1년 전의 너의 선택으로 지금의 네가 있는 거니까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정아영 :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길은 틀리지 않았어. 네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야. 분명히 가고자 했던 길이었을 거니까 후회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장재웅 :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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