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스웨그에이지' 양희준·김수하, "자신감만큼 더 어려워졌어요"
[더인터뷰] '스웨그에이지' 양희준·김수하, "자신감만큼 더 어려워졌어요"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L엔터테인먼트의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 지난 6월 개막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를 국가 이념으로 삼은 가상의 조선이 배경이다. 가상의 조선으로 특정했지만,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이야기라 처음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본지는 초연에 이어 재연과 이번 삼연까지 함께하고 있는 배우 양희준과 김수하를 만났다.

초연 공연이 올라갔던 당시 웃으며 인터뷰를 했던 두 배우가 이번 인터뷰에선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작품에 대한 고뇌와 고민을 조금이나마 담을 수 있었다. 공연과 관련된 내용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한편, 창작 뮤지컬의 신화를 쓰고 있는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은 오는 8월 20일까지 대학로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매년 얼굴은 봐왔지만 인터뷰로는 5년 만이다. 시작에 앞서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양희준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을 하고 있는 배우 양희준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돼서 반갑습니다.

김수하  안녕하세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에서 진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수하입니다.

Q.  우리가 처음 봤을 때 20대였었는데 앞자리가 바뀌었다. 삶의 기조나 생각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양희준  네, 맞아요. 많은 게 바뀐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바라본다면 안 바뀐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외부 자극에 대해서 느껴지는 섬세함이 달라졌다고 해야 될까요? 20대 때는 뭔가 제가 느끼는 것보다 방출을 하는 부분이 컸었다면 30대가 되고 나니까 받아들이는 게 뭔가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습니다. 이를테면 날씨의 변화가 있겠네요.

김수하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게 날씨거든요. 

양희준  네, 날씨의 변화에 따라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고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걸 먹을 때 느끼는 어떤 감정들, 희로애락이 더 확 받아들여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수하  저는 책임져야 될 게 더 많아지고, 그만큼 부담감도 많아져서 이전과 다르게 생각도 그리고 걱정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공적인 부분이나 사적인 부분이나 더 극명하게 나눠졌던 것 같고 그만큼 조심하는 부분들도 많아졌고요. 그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많아진 게 연기할 때 또 좋게 작용하는 것 같거든요.

Q.  우리가 처음 봤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이제 신예이자 동생이 아니라 뭔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한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같이 참여한 신인 친구들도 많이 챙겼다고 들었다.

양희준  어떤 분야던 다들 똑같이 느끼고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나이가 엄청 차이가 나거나 배우로서 엄청난 경력이 있는 선배가 아니지만 같은 작품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우리 작품에 참여해서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마우면서도 기특하고, 대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줄 부분은 없는지 찾아봤었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제가 더 고민을 할 정도로 다들 열심히 했었어요. 앞서 말해주신 준원 배우를 비롯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많이 관찰하고 봤던 것 같아요. 제가 섬세한진 모르겠는데 그렇게 친구들을 살피다 보면 미세하게 변하는 표정들이나 어두워지는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을 때는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고 이 친구들이 런을 어떻게 돌았다고 듣기도 했어요. 분명 잘 했더라도 집에 가서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이 나거나 그런 부분들에 관련해서 정리를 하고 나서 전화를 하곤 했었죠. 예를 들어 "준원아 오늘 연습 잘했어?"라고 전화를 해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들어주고 했었는데, 이 친구들은 어떻게 그런 타이밍마다 전화를 했을까라고 생각하더라고요.(웃음)

Q.  수하 배우도 같은 진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친구랑도 많은 대화를 나눴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수하  사실 아진이 같은 경우에는 워낙 경력이 오래돼서 저보다 선배님이거든요.(웃음) 아진이는 계속 활동한 만큼 알아서 잘하는 친구인데, 세영이는 이번이 첫 작품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많이 힘이 들었을 것 같았어요.  우리 작품이 생각해야 될 부분도 많고 쉬운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 딴에는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이번 시즌 전 콘서트를 했었는데, 사실 처음 콘서트가 취소됐을 때 상심이 컸을 것 같았다. 

김수하  디테일하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상황이 저희가 처음으로 드레스 리허설을 했었거든요. 그때 '수하 씨랑 희준 씨 옷 갈아입고 시작할게요'라면서 리허설을 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고 있었는데 스태프분들이 오시더니 뭔가 냄새가 난다고 하셨어요. "무슨 냄새가 나나?"라고 생각하면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뭔가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시더라고요. 그러곤 어떤 스태프분이 막 뛰어와서 내부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나가서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으로 멈춰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방화문이 닫히더라고요. 주변에 주차장 쪽으로 향하는 문이 있어서 살짝 열어봤는데 아예 그냥 회색 밭이 됐더라고요. 뭔가 심각해진 것 같은 데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대피하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피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뭔가 크게 심각하다고는 안 느껴졌었거든요. 그냥 빨리 나가자 하고 1층으로 나갔는데 진짜 전쟁터같이 학생들이 다 뛰쳐나오고 있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이 상황이 엄청 심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1층으로 나가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은 광장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건물에서 떨어지라고 해서 막 걸어나갔거든요. 잠시 후에 공연장 관계자분이 대표님한테 오셔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뭔가 심각해 보였어요. 그때 딱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취소되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초대했던 사람들한테 빨리 문자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막 카톡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는 순간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엄마도 너무 놀라셔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하시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렇게 뭔가 실성한 사람처럼 정문 앞에 서있었었는데 제가 오히려 이렇게 울고 속상해하니까 희준 오빠가 되게 우직하게 위로를 해주더라고요. 아시겠지만 저희 캐릭터가 완전히 반대잖아요. 제가 오빠를 케어하고 위로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이제 대기를 하다가 그날 공연만 취소된 거고 연기가 빠지면 내일 공연은 할 수 있겠지 했었는데 들어가 보니까 무대 위에 스프링클러가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무대 위에 악기나 정말 비싼 스피커도 그렇고 다 물에 젖은 거예요. 오늘 공연만 취소되고 내일 공연을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젖어버려서 두 회차 모두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절망스러웠어요. 모든 상황이 끝나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진짜 그 무대가 나무로 된 무대였었는데 올라가니까 뭔가 푹푹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냄새도 절대 날 수 없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무대에 올라갔는데도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계속 나려고 하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많이 속상했었고 다들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정말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다들 열심히 하기도 했었고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공연 전날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었고, 제가 한강에서 운동을 하면서 뛰는데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말 걸어서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로 기대를 했었거든요. "저희 진짜 재밌게 놀 건데 오시면 진짜 재밌을 텐데"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기대를 했었죠. 나중에 대표님한테 전화 통화를 할 때도 그러고 싶었어요. 그 정도로 기대도 했고 자신도 있었는데, 막상 할 수 없다 보니 암울했고 되게 슬펐었죠. 진짜 억장이 무너진다는 기분이 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대표님이 그때 오셔서는 저보고 '내가 꼭 공연할 수 있게 해줄게, 내가,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꼭 하게 해줄게'라고 말해주시는데, 바로 믿는다고 말했어요. 

양희준  다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수하는 제가 우직하게 지켰다고 하는 데 사실 속으로 정말 너무 슬프고 실망감이 커졌었어요. 한참 주변을 떠돌다가 정리가 됐다고 공연장을 다시 찾아갔는데 보면서 저도 너무 속상하고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다들 나가고 없을 때 저도 그 자리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콘서트가 새롭게 잡혀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뭔가 콘서트를 열심히 준비했던 게 남아있다 보니까 공연, 무대에 대한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왔달까요. 오히려 이후 콘서트 때 정말 온 힘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돌아왔다.

김수하  맞아요.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양희준  그때 대표님이 그 처음 공연이 어그러졌을 때 아직 정리도 안됐는데 바로 알아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찾다가 일정이 비어있는 공연장을 찾고 연락하셨던 거죠. 

Q.  대표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두 사람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대표님 또한 우리 애들이 이렇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양희준  너무 재미있었어요. 수하랑 같이 무대에 오르는 것도 소중한 시간들이지만 우리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오른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수하랑 같이 노래를 하는 것도 그렇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같이 보고 부르고 하다 보니까 귀가 뜨이고 이 친구가 또 소리를 너무나도 잘내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값비싼 경험을 했죠. 뭔가 부정적인 게 있을 법도 한데 연습 때부터 본 공연 콘서트를 할 때까지 모든 게 완벽하고 좋은 방향성으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우리 음악감독님이랑 같이 친구처럼 놀면서 작업을 해서 기억에 많이 남고 매우 만족스러웠던 콘서트였습니다. 그리고 다행인 건 수하한테도 이야기를 했었지만 콘서트를 끝으로 만약에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갔으면 되게 아쉽고 서운했을 것 같은데 정말 다행히도 이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바로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라는 뿌리와도 같은 작품으로 만나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정말 너무 아쉬울 뻔했어요. 지금도 그 좋음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이번 잔칫날들이 준비해야 될 것도 많았고 캐스트도 늘어서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양희준  잔칫날이라는 게 항상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잔칫날 공연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관객 여러분들을 위한 이벤트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잘 해야 되고, 또 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돼요. 다들 지치는 순간들도 있고 다른 공연을 하거나 연습을 하면서 우리 공연과 잔칫날 회차를 동시에 준비를 해야 되다 보니까 너무 신나고 재밌지만 그만큼 공연이 끝나고 나면 즐기느라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한 번에 쏟아져요.

김수하  사실 초연 때는 거의 원 캐스트다 보니까 잔칫날 공연이 있는 날에 배우들이 다들 엄청 힘들어했었어요. 연습을 할 때처럼 뭔가 시간이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당일 리허설이라도 한 번 하면 그게 다 대미지로 쌓이거든요.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요. 근데 또 다들 또래이기도 하고 분위기가 너무 좋고, 즐기면서 공연 중이라 할 때는 또 다들 잘해요. 뒤에서 응원을 하고 있으면 거기에서 또 힘을 받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죠. 그런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힘든 부분들을 이겨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힘내는 모습들을 또 너무 좋아해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더 힘을 내서 공연을 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개인적으로 이제 두 배우 모두 한 작품, 한 역할로서 무대에 오른 게 1년 정도를 채운 것 같이 느껴졌다. 초연 때 단 역의 양희준, 진 역의 김수하 배우라고 말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양희준의 단, 김수하의 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았고, 그래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가. 

김수하  어떤 체화가 됐다고 느꼈냐는 말이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연습을 할 때 첫 런을 돌고 오빠랑 이야기를 나눴던 게 있거든요. 제 고민을 이야기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다 보니까 성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거기서 나오는 어떤 여유 같은 게 나오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연기하는 진이가 이전의 진이로는 안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그런 고민들이 있었고 그걸 오빠랑 이야기를 했었어요. 소리적인 부분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제가 편한 대로 소리를 내면 그게 진이가 가지고 있는 소리가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전보다 더 성숙하게 들리진 않을까란 고민들이었죠.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가 오히려 이번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하면서 초연 때 프레스콜이나 영상들을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충격적일 정도로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때는 실력적으로 부족할 부분이 있어도 그걸 메꿀 수 있는 다른 신선함이나 그런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물론 그때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저의 모습에서 또 다른 부러운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도 지금의 제가 바라봤던 게 있다면 일단 예전에 제가 노래하고 연기했던 부분들에서 좋았던 부분들을 찾았고, 체크해서 음악감독님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보일 수밖에 없는 어떤 성숙된 모습들을 체크하고 이걸 예전처럼 뭔가 프레시한 부분들이 강조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 그런 부분들을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습니다.(웃음)

Q.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게 본지가 두 사람이 이제 책임감을 느끼는 배우가 됐다고, 성장했다고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나를 되돌아본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희준  저도 이번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뭔가 다짐을 했던 게 있는데 여유 속에서 나오는 무언가를 찾아내보자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처음 런을 해보고 연습을 시작하니까 여유로워질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제가 되게 여유롭게 이번 작품을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니까 전이랑은 다르게 여유로움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졌어요. 오히려 의심을 많이 하면서 준비를 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라고 의심을 하게 됐고, 연습을 하고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저를 의심했었어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 골빈당에 새로운 캐스트들이 합류를 했잖아요. 가장 많이 부딪히고 가장 많이 소통을 하는 골빈당의 인원이 많아지고 그만큼 캐스트끼리의 조합이 경우의 수로 따져봤을 때 다양해지다 보니까 적응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유를 찾기보다는, 한 명 한 명이 주는 에너지와 호흡에 집중해서 준만큼 받고, 전달하는 부분에 집중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본 공연을 하고 있을 때를 중점으로 봤을 때 초, 재연 공연 때보다 더 힘이 들어요. 계속 집중을 해야 되고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되다 보니까 더 긴장을 하게 되고 여유로움이라는 게 사라졌죠. 그래서 공연을 끝내고 나면 진짜 기진맥진해져서 빨리 집에 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s_Scb8JG2E/?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사진 ⓒ 조나단 기자

Q.  사실 처음에 무대에 오를 땐 나만 잘하면 된다 하고 시작을 했지 않나. 지금은 둘 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보니 내가 잘하는 건 당연하고 다 같이 잘하고 싶어 하다 보니까 더 신경을 쓰고 더 힘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양희준  그런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저도 모르게 잘하는 것도 잘 하는 건데 같이 무대에 오르는 선배님, 후배님들 모두 최대한 많이 도와주고 싶고, 다 같이 잘해내고 싶거든요. 길을 제시해 주고 싶고, 이들이 힘들어할 때는 앞에서건 뒤에서건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다들 워낙 잘하는 게 제가 괜한 걱정을 하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 고민입니다. 제가 말 안 해도 다들 잘하고 있거든요. 

Q.  그러고 보니 초연 때 골빈당 가입 조건이 흥이라고 했는데 이번 골빈당 친구들은 가입 조건으로 용기를 꼽았다. 두 사람이 생각했을 때 골빈당 가입 조건은 아직 흥인가 아니면 바뀌었나.

김수하  저는 희생이요. 

양희준  저는 배우로서 골빈당 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데 무한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도 마찬가지고, 이번 작품을 같이하고 있는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했지만 공연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해야 되는 필수적인 조건 같고, 배우가 아닌 작품 속에서 골빈당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면 방금 수하 배우가 말한 것처럼 희생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유라고 한다면, 결국에는 작품 속 골빈당이 그 안에서 본인들이 하고자 하고 이루고자 하는 게 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모두를 위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그런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이 외면하고 손가락질해도 본인들이 믿고 있는걸, 틀리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고 그들을 설득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역할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희생이 1순위로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  이번 작품에서 희생을 하고 있는 게 있을까. 5년 전이라면 물어보지 않았을 질문인데, 지금은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수하  힘든 것보다는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 오늘 올라가는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욕심이 커지다 보니까 가끔은 수명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도 받을 정도죠. 어떨 때는 무대를 끝내고 내려왔는데 숨이 잘 안 쉬어지면서 호흡이 가빠지는데, 한 시간 뒤에 다음 공연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가 나가버리거나 어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마음을 다잡고 호흡을 다시 정상으로 바꾸려고 하거든요. 뭔가 극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극장에 있는 동안에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집에 가서 정말 놓아버린달까요. 극장에선 작품에 대해서 집중하고 관객분들이 공연을 봐주시는 3시간을 위해서 제시간을 희생하는 거죠. 관객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관객분들도 어떻게 보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공연장을 찾아주시고 저를 보러 와주신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 되길 바라고 감동을 전해주고 싶거든요. 그런 욕심이 있다 보니까 어떤 희생을 말한 게 아닐까 싶어요. 

Q.  공연 보러 가야 되니까 둘 다 건강해야 된다. 아프면 안 된다. 진심이다.

양희준  네, 그럼요.(웃음) 저랑 수하가 아니더라도 사실 모든 배우들 그리고 창작진 모두가 어떤 희생과 배려를 하고 있다고 봐요. 누구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그런 거죠. 수하 배우가 말을 했던 것처럼 저희가 무대에 서서 배우로서 인정받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원동력은 우리의 행복도 있겠지만 관객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재밌게 봐주시니까 저희도 힘을 얻고 이 직업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고 진지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최대한 보답 아닌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우리 팀들뿐만 아니라 공연 진행을 도와주시는 스태프분들 그리고 크게는 대표님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웃으면서 이 작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마냥 웃으면서 즐길 수만은 없는 부분들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감사한 건 어린 친구들이 연습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거든요. 옆에서 보면서 그게 안쓰러우면서도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로서 고맙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초연 때처럼 마냥 즐겁고 놀자 놀자 분위기였었으면 오히려 제가 더 힘들었을 것 같기도 했어요. 안쓰러우면서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Q.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게 즐겁다. 우리가 처음 봤을 때는 웃으면서 장난치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젠 진지한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양희준  조금 덧붙이자면 형님분들도 다들 워낙 잘하시고 하지만 이번에 데뷔를 하거나 몇 작품 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뭔가 연기적인 부분 등을 고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면, 이 친구들이 그렇게 힘들어하고 머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울면서도 정답을 찾아 나가요. 그걸 보면서 '그래'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같은 배를 타고 가고 있는 동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선후배나 형 동생을 떠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챙겨줬었던 것 같아요. 그걸 다들 알아줘서 분위기가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수하  저도 비슷했어요. 사실 이번 작품에 다시 참여했을 때 데뷔를 하거나 몇 작품 안 한 친구들이 많았었거든요. 관객분들에게 보이듯이 이 친구들 앞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처음 보는 모습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었고 모범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연습 때부터 최선을 다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먼저 정리를 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었죠.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후회가 없길 바랐어요.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사진 ⓒ PL엔터테인먼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