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원종환·현석준의 이유있는 자신감, 뮤지컬 '판'
[더인터뷰] 원종환·현석준의 이유있는 자신감, 뮤지컬 '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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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아이엠컬처의 뮤지컬 <판>이 지난달 19일 개막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뮤지컬 <판>은 19세기 말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희대의 전기수 호태를 만나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몸짓과 소리를 통해 과거의 배경과 양식을 녹여내 현시대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뮤지컬 <판>은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과 배우가 한데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놀이 ‘판’을 만들고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의 양반가 자제 달수 역을 맡은 현석준 배우와 희대의 전기수 호태 역을 맡은 배우 원종환을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뮤지컬 <판>은 오는 11월 26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인데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원종환  안녕하세요. 뮤지컬 <판>에서 호태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원종환입니다. 눈 뜨면 대학로로 나오고, 눈 뜨면 대학로에 또 나오는 대학로 붙박이 배우입니다. 반갑습니다.

Q.  석준 배우는 3년 만에 다시 본다. 3년 전 치열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떻게 보냈을까. 

현석준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판>에서 달수 역할을 맡은 배우 현석준입니다. 지난 인터뷰 때 어떤 이야기를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공연을 하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었고 잘해야 된다는 생각과 부담감이 계속 어깨 위로 쌓이고 이걸 떨쳐내지 못했던 때였었어요.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이제는 그때에 비해서 조금 더 공연을 즐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터득해서 재미있게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Q.  두 배우 어떻게 보면 이 작품 처음 참여한 게 아닌데, 이번 시즌 어떻게 참여를 결정하게 됐나.

원종환  저 같은 경우에는 지난 시즌 정동에서 공연을 올릴 때 참여를 했었어요. 그때가 코로나가 엄청 심각했을 때였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도 연습 때 격리를 했었어서 2주간 참석을 못 했었어요. 제가 코로나가 확진된 건 아니고 밀접 접촉으로 쉬어야 됐었거든요. 진짜 부랴부랴 준비해서 공연을 시작했었는데 안 그래도 짧은 공연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일주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컸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판>이란 공연이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란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 가운데 대학로로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감사하게도 다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공연이라 더 열심히 준비를 했었고, 이 작품이 대학로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만큼 큰 고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게 있어서 고민됐는데 한 살 더 먹기 전에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Q.  두 배우가 같이 나오는 공연 회차를 봤었는데, 너무 잘했다.

원종환  그런가요? 그렇게만 봐주신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마지막인 것 같아요.

Q.  두 시즌은 더 해야 될 것 같던데

원종환  아뇨. 관절이 쉽지 않습니다. 제 말을 잘 안 들을 때가 있어요. 

Q.  석준 배우는 어떤가.

현석준  저 같은 경우에는 원래는 이 시즌에 쉬려고 했었거든요. 원래 하반기에 있었던 스케줄 하나가 펑크가 나서 쉬려고 했었는데 우연하게 어떤 작품의 뒤풀이 자리에 갔는데 친한 작곡가 누나가 그 뒤풀이 자리에 있었어요. 누나랑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 스케줄을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예정됐던 스케줄이 펑크 나서 이제 좀 쉬고 오려고"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 시기가 <판>이랑 딱 맞았던 거죠. "우리 지금 달수 구하고 있는데 너 혹시 할 생각 있어?"라고 누나가 되물었고 고민도 안 하고 "나 할래, 다 시켜줘"라고 답하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사실 옛날에 학교에서 했었던 생각도 많이 났었고, 많은 부분들에서 달라졌더라고요. 사실 제가 직전 정동에서 했었던 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시즌을 다 챙겨서 봤었거든요. 볼 때는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에 하겠다고 말하고 들어와서 연습을 시작했었는데 보는 것과 하는 건 정말 천지차이였습니다. 정말 쉽지 않았어요.(웃음)

Q.  8년 정도 지나지 않았나. 나만의 달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이 있을까. 리딩 쇼케이스 때와 같은 부분도 있었을 거고 다른 부분도 있었을 텐데.

현석준  맞아요. 일단 달수는 본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지철이 형이랑 제윤이 형이 다 만들어놓은 캐릭터였어요. 저도 챙겨봤었던 만큼 이 역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배우로서 욕심을 가지고 저만의 캐릭터, 나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보여드리기 위해서 고민을 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욕심 있던 장면은 '새가 날아든다' 넘버인데 이 장면만큼은 형님들 보다 멋지게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만들었던 게 철없는 달수였어요. 철없던 도련님이 호태를 만나고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모습들과 그렇게 세상에 대해서 눈을 뜨고 뭔가를 외칠 수 있는 인물이 되기까지를 잘 보여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뭔가 멋있는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 인물의 서사를 잘 쌓아가서 마지막에 '새가 날아든다'를 할 때 터트릴 수 있게 하려고 하면서 그렇게 저만의 달수를 만들었고 그 장면만큼은 저를 포함해서 같이 무대에 올라가는 모든 배우들이 다 멋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봅니다. 

원종환  저는 사실 호태라는 역할 자체가 재미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극 중에 전기수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보니까 재미있는 모습 이외에도 중압감도 있어야 되고 어떻게 보면 달수와 함께 극을 이끌고 관객들의 호응도 이끌어내야 되는 인물이에요. 극 중에서 나오는 장면들도 많고 해야 하는 액션들이 많다 보니까 사실 마냥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 드라마나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약하다고 생각을 했었고 짧게나마 제가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최대한 그런 서사들을 채우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서도 드라마적인 부분들이나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서사를 채워 넣는데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연습 때 많이 참여를 못했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잘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아서 부족했었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었는데 그게 잘 보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도 그렇고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지훈이도 그렇고 달수와 호태와의 관계, 스승과 제자의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게 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부분들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지난 시즌 란주 배우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2주간 줌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복귀했는데 너무 잘해서 눈물이 났었다고 들었다.

원종환  사실 그때는 제가 아픈 게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쉬어야 했었기 때문에 줌을 정말 24시간 켜놨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켜놓고 연습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 뮤지컬 <판>이라는 작품 자체가 어떻게 영상을 봐도 이게 마음대로 되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하루 종일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같은 움직이면서도 이게 뭔가 합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까 마음은 급하고 안 그래도 최선을 다했지만 뭔가 더 열심히 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렇게 2주간 개인 연습을 하고 복귀했는데 공연 개막일이 가까워져서 바로 런을 돌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때 많이 틀렸었는데 동생들이 봤을 때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까 제가 안 틀리게 보였었나 봐요. 다들 '줌으로만 보고 왔는데 이렇게 잘해?'라고 했었는데 사실 엄청 틀렸었습니다.(웃음) 열심히 눈치 보면서 따라가고 그랬었는데 다들 너무 잘한다고 이야기해 주고 응원을 해줬어요.

Q.  그러고 보니 지난 시즌까지 정동에서 공연을 했고, 이번 시즌 대학로로 넘어왔는데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객석 규모를 떠나 정동극장 같은 경우 무대와 객석이 나눠진 느낌이었는데, 대학로 공연장은 아무래도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 보니 거리감이 없어진 것 같았다.

원종환  많이 느껴지죠. 정동 극장이 무대가 넓기도 하고 객석이 저 위까지 있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힘이나 기운 자체가 있는데, 지금 공연이 올라가고 있는 대학로 TOM 공연장은 전에 비해서 더 좁아졌거든요. 객석과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주시는 에너지도 바로바로 느껴져요. 사실 저희는 무대가 작아졌으니까 더 쉽겠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좁으면 좁을수록 더 힘들고 더 에너지를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집중을 해야 되는 장면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뭔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Q.  어떻게 보면 <판>이란 작품 자체가 놀이패 느낌이 많이 나다 보니까 이런 중소극장이 더 잘 어울린 것 같다. 힘들겠지만 말이다.

원종환  정동 같은 경우에는 무대가 넓다 보니까 사실 배우들이 대부분 소대보다는 무대 위에 무조건 나와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는 조금씩 소대에 들어가 있거나 뒤로 빠져있을 수 있게 됐어요.(웃음) 처음 드레스 리허설을 시작했을 때 보니까 무대가 작아져서 그런지 양옆에서 앉아 있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시선이 가서 드라마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 무대 위에 플레이어들을 제외하고 한두 명씩은 조금씩 빠져서 쉬거나 다음 장면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빠지게 됐습니다. 전에 비해서 아무래도 무대 위에 모든 배우들이 계속 올라가 있지는 않아서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플레이어인 배우의 입장에선 조금이나마 쉴 수 있어서 좋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현석준  저는 정동에서 공연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호태 역을 맡은 지훈이 형도 그렇고 전에 비해서 여기가 전보다는 좁다 보니 에너지를 더 집중해서 써야 돼서 더 힘들기도 하고 다들 더 많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원종환  저보다는 석준이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다 좋았거든요. 그냥 공연 전부터 연습하러 오면 다들 시끌벅적하고 진행이 안될 정도로 시끄럽고 딴소리를 하는데 그게 다 또 엄청 좋고 웃을 수 있어서 전 너무 좋았어요.

현석준  일단 저는 이번이 처음 참여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연습을 시작했었는데 정말 해야 될게 많은 작품인 건 확실합니다.(웃음) 극 중에 인형극도 해야 되고 춤도 춰야 되고 해야 될 것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극 중에 내야 되는 소리들이 있는데 그걸 잘해내고 싶었거든요. 욕심을 내고 열심히 준비했었고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들 너무 힘을 주고받고 응원하고 재미있게 준비를 해서 본 공연을 올렸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안무 첫날 빼고는 힘들었던 날은 없었습니다. 아, 그때 장난이지만 살짝 진심을 담아서 안무 첫날 저도 모르게 '괜히 한다고 그랬나'라고 했었나 봐요. 같이 공연을 하는 경환이 형이 처음에 저를 안 좋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연습을 계속하면서 저를 계속 지켜봤는데 제가 너무 재밌게 놀고 열심히 연습하니까 얘가 진심으로 공연을 하는 애구나 하시고 먼저 와서 말씀해 주셨어요. 너무 재밌다고 말했었죠. 진짜 연습 때 웃다가 목이 쉴 정도로 재밌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웃음)

원종환  몸은 엄청 힘든데 그만큼 다 같이 으쌰으쌰하게되고 회식도 많이 갖는 게 <판>팀인 것 같아요.

Q.  사실 코로나 땐 회식도 하지 못했지 않았나.

원종환  맞아요. 아예 못했었죠. 코로나 때문에 회식도 없었고 그때는 그냥 아무것도 없었어요. 

Q.  그러고 보니 그때는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봤었다. 배우의 시선에서 객석의 관객을 바라볼 때 마스크를 쓰고 벗고에 따라오는 에너지도 달랐을 것 같은데.

원종환  맞아요. 달라요. 코로나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었을 땐 소리도 내지 못하고 관객분들도 그저 박수만 쳐야 됐으니까요. 지금은 어떤 추임새나 공연을 하면서 같이 호흡을 할 수 있어서 큰 감동을 받고는 합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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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 시기가 있었으니까 지금 오는 감동이 더 큰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공연에서 중간중간 애드리브라고 해야 할까 큰 틀은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 웃음 짓게 만드는 포인트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배우들에게 자유도가 주어진 걸까. 아니면 이 또한 디렉팅이 있었나.

원종환  사실 이번에 연출님이 바뀌었어요. 연출을 맡은 박준영 연출님이 그간 조연출로 이 작품을 맡아왔었는데 이번 시즌 연출을 맡으면서 그전까지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던 연출님들의 큰 그림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 열어주셔서 전 시즌보다 확실히 애드리브가 많아지긴 한 것 같아요. 물론 연습 때 이거 하고 저거 하자고 어느 정도 정해 논게 있긴 한데 상황에 따라 바로바로 맞춰나가다 보니 가끔은 새로운 길로 가기도 하죠.(웃음) 그래도 항상 이야기를 하긴 해요. 너무 풀어지지 말고 극 안에서 가는 걸로 하자고요. 

Q.  본지가 두 배우 회차 공연을 봤을 때 즉흥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장면에서 '레퍼토리가 떨어지고 있다. 돌려 막기를 해야 하나'라고 말을 했었다. 사실 즉흥 연기는 배우로서 쉽겠지만 그걸로 누군가를 웃음 짓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떻게 준비를 하는지, 이 장면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뭐가 어려운지도 알려주길 바란다.

현석준  이 장면이 호태 역을 맡은 형들의 가장 큰 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종환  맞아요. 말씀해 주신 대로 이걸 재밌다고 무조건 웃는 것도 아니고, 그 장면이 주제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야 되다 보니까 쉽지 않습니다. 사실 연습 때 없애자고도 이야기를 했었어요. 

현석준  저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연습 초반에 종환이 형을 이번에 처음 만나서 알게 됐지만 그간 공연으로는 많이 봤었거든요. 형이 진짜 너무 위트 있고 센스 있어서 너무 잘하는 배우님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연습을 하면서 되게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진짜 할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고 할 정도로 말이죠. 저는 되게 충격을 먹었어요. 이게 진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 형도 부담이 되는 공연이구나 하고요. 저도 형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재밌게 하고 웃기는 게 제일 어렵다고 생각을 하고 있긴 했지만 형을 보면서 정말 와닿았달까요.

원종환  사실 이 장면이 지훈 배우랑 대곤 배우가 호태를 했을 때 연습 중간에 즉흥적으로 나왔던걸 어떤 형식을 갖춰서 만들게 된 장면이라고 들었어요. 극 중에 호태가 전기수인 만큼 어떻게 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게 잘 맞기도 해서 디벨롭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지훈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굉장한 부담이 되는 장면이긴 합니다. 사실 성공하는 타율이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지난 시즌에 제가 많이 실패를 했다 보니 개인적으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어요. 이 즉흥극 다음 장면으로 '내시의 아내'라는 장면이 들어오면서 우리들끼리 이야기로 회수한다고 표현을 하는데 앞에서 실패하더라도 이 장면에서는 다시 분위기를 살리거든요. 이 장면이 생기고 나서 즉흥극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어지긴 했는데 왜냐하면 여기서 살리면 된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심폐 소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앞에서 실패하지 않으면 베스트인데 정말 쉽지 않습니다. 

Q.  개인적으로 실패를 했다고 해도 그게 또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다르겠지만.

원종환  다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그런데 조선 최고의 전기수들인 호태에게 그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출님에게도 이야기를 했었어요. 조선 최고의 전기수들인데 실패를 한다면 캐릭터가 너무 망가지지 않겠냐면서 없애달라고, 런타임만 괜히 잡아먹는 거 아니냐고 말을 했었는데 아니라며 어쨌든 없어지지 않고 가고 있습니다.(웃음)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종환 배우님이 바라본 세 명의 달수는 각각 어떤 느낌인가.

원종환  일단 제가 성일 배우랑 제일 많이 했었거든요. 성일이는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요? 순화해서 철없고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이랄까요. 놀 거 다 놀아본 도련님이 나와서 저를 만나고 변화해가는 느낌의 달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석준이는 이제 두 번 같이 무대를 올랐는데 되게 FM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딱 기준이 되는 달수인 것 같아요. 돈을 주고 양반이 됐지만 양반의 규칙이 있다면 딱 그 규칙대로 살아온 그대로의 양반집 도련님인 거죠. 그런 달수가 호태를 만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이게 규칙대로만 살아서 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아가는 달수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철 배우 같은 경우에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해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약간 어른스러움이 있어요. 오래된 양반 같은 느낌이랄까요. 양반 놀음에 찌들어있는 자기가 양반이라는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달수인데, 그래서 다른 두 달수와는 다르게 이 자부심이 깨지고 틀을 벗어나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Q.  석준 배우가 바라본 두 호태 형님들은 어떤가.

현석준  종환이 형이 연기하는 호태는 정말 스승님인 것 같아요. 확실한 건 마지막에 호태가 달수에게 부채를 주는데 그 장면에서 뭔가 눈이 뜨거워진달까요. 그 장면 이전에 초반부에 제가 부채를 주우려고 하면 '감히 전기수의 부채를 함부로 만지느냐'라고 말을 하는데 그걸 후반부에 저에게 준다는 게 크게 다가와서 그런지 형이랑 무대에 오르면 진짜 나의 스승님이 됐다고 다가와서 눈이 뜨거워지고 있고 이어서 지훈이 형이 연기하는 호태 같은 경우에는 약간 제 동반자 같은 호태 느낌이 든달까요. 나랑 같이 걸어나가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호태인 것 같았어요. 

Q.  이 공연이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 특히 더 힘들다고 했었는데, 에너지를 챙기는 비법이나 방법이 있을까.

원종환  약을 때려 넣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웃음)

현석준  비타민을 먹거나 각종 영양제...

원종환  마카, 아르기닌 등등 다 챙겨 먹고 있는데 약을 먹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본 공연에 들어와서는 일단 쉬는 날이면 잠을 많이 자려고 하고 술도 안 먹고 약을 챙겨 먹습니다.

현석준  저도 그것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이전까지 제가 약이라는 걸 정말 안 먹었거든요. 주변에서 비타민이나 오메가3를 챙겨 먹어야 된다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도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그런데 <판>을 하면서 오쏘몰 이뮨을 아무 일이 없는 날에도 챙겨 먹고 있습니다. 

원종환  지금은 석준이 자리에 약이 제일 많아요. 다 차려져있습니다.

현석준  그건 이제 다들 힘드니까 같이 먹자 하고 판을 깔아놓은 거고 저는 잘 먹지 않아요.(웃음) 그런데 제가 오쏘몰은 매일같이 챙겨 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걸 안 먹으면 체력이 떨어진 게 너무 보여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루에 2회 공연이 있는 날이면 진짜 다음날 하루 쉬는 걸로는 안되겠더라고요. 저는 하루 쉬는 걸로는 안되고 한 이틀이나 삼일 정도는 쉬어야 공연을 할 수 있겠다 하는 체력이 올라온달까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얼마나 힘들길래 그런가.

원종환  진짜 기자님이 한 번 해보셔야 됩니다.

현석준  진짜 해보시면 알 거예요.

원종환  개인적으로 그런거 했으면 좋겠어요. 싱어롱 데이 말고 뮤지컬 <판> 체험판이라고 해서 관객분들이 공연 체험을 해서 장면을 하나 배우게 만들어서 공연을 올리는 거죠. 한 장면이라도 관객분들이나 기자님이 올라와서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Q.  그간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그중에 제일 어려운 공연이 뮤지컬 <판>인걸까.

현석준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작품이 1등인 것 같습니다.

원종환  저는 힘들기는 한데 이 작품이 1등은 아니고 세 손가락 안에는 드는 것 같습니다.

Q.  제일 힘들었던 공연은 뭐였나.

원종환  제가 예전에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뮤지컬을 했었는데 그 작품이 진짜 최고로 힘들었습니다.

Q.  초연 때 봤었는데 되게 재밌었는데 힘들었나 보다.

원종환  진짜 너무 힘들어서 배우들이 헛구역질을 하면서 준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공연이었어요. 정말 재밌고 좋은 공연이지만 그 이상으로 제일 힘들었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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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이 추천하는 우리 작품에서 다 놓쳐도 이 장면은 꼭 봐야 된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

원종환  당연히 '새가 날아든다'죠. 

현석준  저도 동의합니다.

Q.  정동에서 봤던 느낌과 이번 시즌에서의 느낌이 달랐던 것 같은데 수정된 부분이 있었나.

원종환  아뇨. 큰 틀에서 봤을 때 달라진 부분은 새를 꼽는 봉의 활용 때문에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요. 정동에선 봉을 처음부터 계속 가지고 다녔었거든요. 그런데 대학로 무대로 들어왔을 때 봉을 챙겨서 리허설을 했는데 효과적이지 않고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무대가 좁아져서 부딪히거나 너무 산만해지다 보니까 극중 후반부인 '체포' 넘버부터 봉을 쓰게 됐어요. 동선이 한정되다 보니까 전과는 다르게 크게 움직이지 않게 돼서 정동 때와 다르게 느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정동에선 봉을 엄청 왔다 갔다 했었고 지금은 한정되게 쓰게 된 부분 빼고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Q.  그럼 이어서 요즘 공연을 하면서 꽂힌 대사나 가사가 있을까.

현석준  저는 지난주부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생겼어요. 제가 연습을 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요즘 그렇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뭐냐면 '살아가며 만나게 될 사람들이 내게 한 편의, 한 권의 책이 되겠지.'라는 대사인데 본 공연 시작했을 때도 안 그랬거든요. 그런데 요즘 확 오더라고요. 

원종환  저도 이 부분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대사를 생각해 봤는데, 이 대사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이 내게 한 권의 책이 된다는 게 저도 되게 와닿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사실 공연을 하면서 울컥한 적이 없는데 최근에 고등학생 친구들이 단관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딱 마주했을 때 뭔가 울컥했어요. 

Q.  어린 친구들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

원종환  맞아요. 그리고 이 친구들한테 저희가 한 권의 책이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뭔가 감동이 확 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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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사람이 책을 쓰게 된다면 서문은 뭐라고 쓰고 싶나.

원종환  저는 제 인생에 책을 쓰게 된다면 '웃어라.' 그렇게 쓸 것 같습니다.

현석준  저는 '생각을 많이 하지 말아라'라고 쓸 겁니다.

Q.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일까.

현석준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까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지나면 불필요했던 것에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서 굳이 애쓰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생각하지 말라고 쓰고 시작하고 싶어요.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원종환  저는 사또 역할을 맡은 경환 배우가 되게 재밌거든요. 최근에 가장 웃겼던 일 중에 하나를 이야기해 보자면 '평안감사 새 사냥' 장면이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새로 등장해서 공격을 하는 장면이에요. 다들 이 장면에서 새를 들고 막 표정을 지어가면서 연기를 하는데 경환이는 무표정으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무표정으로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 장면은 새가 주인공이라서 내가 표정을 보이면 새가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무표정으로 있고 새가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 뒤로 무표정으로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죠. 그래서 다음엔 그럼 막 쓰면서 해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럼 저도 인상을 좀 써보겠습니다'하고는 그날 공연에서 딱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또 너무 신경 쓰이고 웃음이 나서 눈을 피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석준  저는 개인적으로 매 순간순간이 정말 너무 재밌고 웃음 참기가 너무 힘든데 개인적으로 1등을 손꼽자면 앞서 즉흥 이야기 장면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 장면에서 이제 호태 역이 지훈이 형이었는데 그 즉흥이 실패한 거예요. 그거를 회수하겠다고 소품으로 종이컵을 들고나왔을 때가 있어요. 갑자기 종이컵을 들고나와서 '이걸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걸 회수하려고 어떻게든 하는 모습에 정말 바로 눈을 피하고 웃음을 참느냐고 죽을뻔했어요. 형들이 진짜 너무 고생을 하고 있어요. 저는 진짜 죽어도 못할 것 같아요. 형들이 진짜 최고입니다. 

Q.  나중에 호태 역할도 해야 되지 않나.(웃음)

현석준  저는 진짜로, 진짜 죽어도 못합니다. 못할 것 같아요.(웃음)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종환  스트레스를 풀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생에 고민이 있다거나 웃음이 필요하신 분들, 아니면 내 삶에 어떤 계기가 필요하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하신 분들이 있다면 공연을 보러 와주세요. 모든 이야기가 다 있는 공연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석준  같은 동종업계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 동료분들한테 '공연 진짜 좋아 보러 와'라고 매번 말하기 쉽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부끄러울 때도 있고 제가 아닌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다 보니 애쓴다고도 하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작품은 진짜 당당하게 말할 수 있거든요. 이 공연 진짜 좋아, 작품 너무 좋으니까 언제든 제발 보러 오라고요. 그런 작품이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작품이니까 봐야 할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고민하지 않고 와주세요!

Q.  덧붙여서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원종환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같은 호태 역할을 맡고 있는 지훈이를 굉장히 좋아하고 엄청 친하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겁니다. 지훈이도 저를 존경하고 있고 너도 지훈이를 존경하고 말을 하는 건데 제가 지훈이보다 조금 더 웃긴 것 같거든요. 아직까지는 제가 조금 더 웃기지 않나 싶어서, 조금 더 재밌는 호태를 보고 싶으시다면... 

현석준  저는... 제가 다른 형들보다 가장 도련님스럽거든요. 아무래도 나이도 제일 어리고 하니까 가장 캐릭터와 나잇대도 잘 맞고 뻔뻔한 도련님이지 않나 싶어서 그런 도련님을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나오는 회차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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