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프로듀서가 이끄는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 신작 연극 <인사이드>가 오는 21일 마지막 공연을 향해 순항 중에 있다.

연극 <인사이드>는 지난해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올라간 작품으로 2016년 선보였던 뮤지컬 <인터뷰>의 연극 버전이다. 대중에게 다중인격장애로 알려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소재로 사용한 작품으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한 맷과 기억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인물들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박사 역을 맡은 김준호, 맷 역의 김아론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두 배우는 안양예고-동국대학교 동문으로 김준호 배우는 대학 졸업 이후 연극 <황야의 물고기> <까사 발렌티나> <밑바닥에서> <돌아온다> <만선> <오월의 햇살> <정의의 사람들> 등 더블케이필름의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김아론 배우 또한 지난해 연극 <밑바닥에서> <폭풍의 언덕> <정의의 사람들> 등에 이름을 올린 신예다. 이번 작품부터 본명인 김명에서 김아론으로 활동명을 바꾸게 됐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Q.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시작에 앞서 아론 배우 이번 작품에서부터 활동명을 사용하게 됐다. 

김아론  사실 제가 김수로 선생님이 계신 더블케이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지난번에 연극 <폭풍의 언덕> 이후로 소속하게 됐는데 선생님께서 활동명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예, 알겠습니다" 하고 바꾸게 됐습니다.(웃음) 선생님이 성경을 읽으시다가 너무 좋은 이름을 발견했고 저랑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말씀해 주셨었어요. 큰 고민은 없었죠. 아 그리고 선생님이 예전에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하실 때 선생님이 계신 부대 중대장 이름이 아론이었고 너무 멋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되게 인상이 깊었고 그래서 너무 좋은 이름이라면서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알겠다고 해서 그렇게 활동명을 정하게 됐습니다.

Q.  이어서 준호 배우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김준호  맞습니다. 어떻게 지냈냐고요? 작년에 <돌아온다> 작품을 하고 나서 <만선>을 했었고, <도시의 얼굴들> <정의의 사람들> 공연 등을 계속 올라갔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정의의 사람들> 공연이 끝나자마자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딱히 뭔가 스페셜 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두 배우 같은 경우에 최근 3작품은 연달아 올라갔던 만큼 호흡은 좋았을 것 같은데

김준호  사실같이 공연을 하진 않아요. 연습 때 만 많이 만났었고 본 공연에 올라와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웃음) 사실 아론 배우가 고등학교랑 대학교 후배거든요.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제가 3학년 때 1학년이었고, 동국대 3학년 때 또 1학년으로 들어왔었어요. 거의 10년 차 후배랄까요. 동문이다 보니까 항상 챙겨주기도 하고 친한 동생이거든요. 그래서 연습 때부터 사실 제일 호흡은 잘 맞았고, 편했어요. 같이 무대에 오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아론  저도 제일 편했던 건 옆에 있는 준호 배우님이었어요. 저는 뭔가 새로운 느낌, 낯선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준호 형은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형이다 보니까 같이 공연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에 대한 기대감이 더 많았어요. 연기를 할 때 주고받는 에너지가 너무 좋거든요. 친한 배우님들이랑 연기를 할 때 더 크게 다가와서 저 스스로 어떤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한다.

김아론  네, 안녕하세요. 저는 김아론입니다. 지금 연극 <인사이드>에서 맷 시니어 역할을 맡고 있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습하고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립니다.

김준호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스물여덟 살인 김준호입니다. 현재 연극 <인사이드>에서 박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아론  저는 앞서도 조금 이야기를 했었지만, 김수로 선생님께서 "해보면 어떨까"라고 물어보셔서 하겠다고 바로 말했습니다.

김준호  저는 감사하게도 여러 번 제안을 해주셨었는데 제가 계속 다른 공연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정의의 사람들> 공연이 끝났을 때 또 이 작품에 박사 역할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하겠다고 하고 바로 들어왔습니다.

Q.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어땠나.

김준호  저 먼저 말할게요. 제가 사실 대본은 빠르게 보지는 못하거든요. 대본을 읽으면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무대를 상상하면서 여러 인물들이 대본 그대로 연기하는 걸 상상하면서 읽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사실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작품 속에서 뻗어나가는 가지가 무궁무진했었고, 각 인물들의 스타일만 봐도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대본을 읽는 시간은 오래 걸렸었지만 되게 재미있었어요. 아론이랑 만나서 연습을 하면서 "우리 대본 너무 재밌다.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김아론  저는 정반대예요. 처음에는 되게 빠르게 읽는 편이거든요. 먼저 줄거리나 내용을 파악하려고 하다 보니 빠르게 읽어나갔습니다. 

Q.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을까

김아론  사실 저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운이 좋게도 주인공을 많이 했었거든요. 주로 주인공의 스토리는 기승전결이 나눠져있잖아요. 그래서 사실 다른 배역들 보다 조금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여기서 '기'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사실 '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면 '승전결'은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완성이 돼요. 이번 작품에서 저는 '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맷이 딱 깨어나는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내가 누구죠?"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서, 이걸 계속해서 이어나가는데 그래서 이 장면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김준호  저는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오필리어 살인사건의 전담 수사관입니다"라면서 내가 형사고 난 너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맷을 추궁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을 되게 좋아해요. 그때 맷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의 연기를 할 때도 있고, 진짜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연기를 할 때가 있거든요. 매일 다른 느낌을 받고 있어서 되게 재미있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재미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Q.  그럼 반대로 어려웠던 장면은 뭐가 있었을까

김준호  저는 제 배역으로 보면, 일단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고 어려웠던 부분이 인격들에 대한 거였어요. 작품 속에서 다른 인격들을 제가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있어서 인물들에 대한 특징 그리고 연기를 제대로 확실하게 나눠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 제가 연기하는 인물들에 대한 모습들이 다 다르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야 우리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 훨씬 볼거리가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 부분에 되게 많이 신경을 썼었죠. 그래서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부터 되게 많이 고민을 하고 연출님과 대화를 나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을 했었고 연습이 끝나갈 시점에 가닥을 잡았던 것 같아요. 다행이죠.

김아론  저는 이걸 연습할 때도 오세혁 연출님이 말씀하셨던 게 뭔가 목표지점을 두고 연습을 하지 말고 연습을 하면서 찾아가고 쌓아나가 결과물을 만드는 작품, 작업이 됐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뭔가 연습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장면에 대한 어떤 해석이나 생각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머리 아팠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부분들에 대한 해석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제가 맡은 배역,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더 큰 고민이 많았어요. 이 친구는 이 상태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억이 안 나서 불안한 상태가 맞는 걸까. 앞에 있는 이 사람에게 의지를 하게 될까. 등등 관계와 상황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죠.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저는 많은 부분들을 열어두고 지금까지도 이건 이거라고 정해두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박사와 조안 역을 맡은 배우님들이 같은 대사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정말 다 다르거든요. 동선도 똑같은데 매일매일 주고받는 에너지가 정말 달라요. 극이 시작되고 처음 딱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있는 도빈이 형이나 선근이 형의 모습이 정말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그냥 처음 딱 눈을 뜨고 본 사람에게 맞춰 그 느낌대로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Q.  여러 트리거가 되는 장면들이 있던 것 같았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장면은 뭐가 있을까

김아론  정말 확실한 사건들이 몇 개가 있어요. 그리고 애매모호하게 기억이 전부다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그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정말 많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 보자면 졸업 파티신에서 강물에 내 손에 내가 죽였다, 내가 조안을 죽였다는 기억이 완벽하게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감정만 올라오는 지점이 있어요. 그런 지점들도 있고 아니면 정말 밖에서 유진 킴 박사와 대화를 하는 지점들, 그런 지점들도 있고 그 사이사이 다른 인격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장면들도 있죠. 결국 마지막은 제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가 제일 큰 사건이지 않을까 싶어요. 

김준호  우리 작품이 세 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일단 맷이라는 인물은 프로타고니스트예요. 갈등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고, 제가 연기하는 박사는 안타고니스트죠.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극의 흐름은 백 퍼센트 맷의 흐름에 맞춰져 있죠. 그걸 나눠보자면 예를 들어 맷이 페퍼민트를 만졌을 때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라든지, 포우의 시를 읽는 장면, 졸업파티 장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부정하는 장면, 기억에 대해서 부정을 하는 장면들. 맷이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게 되는 순간들이 크나큰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기억을 찾는 순간들이 기승전결을 나눌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Q.  두 배우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암기를 하고 있을까. 나만의 기억법이 있을까. 본지의 경우 책을 읽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담고 풀어내는 편이다.

김아론  일단 저는 따로 그렇게 외우거나 기억을 하려고 하지는 않아서 없어요. 그냥 그 순간, 혹은 진짜 저에게 필요한 거면 그냥 머릿속에 박히겠지 하면서 흘려둔다랄까요. 대본을 잘 외우는 건 전 글자를 말로 말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평소에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그냥 계속 그걸 되뇌여요. 아 그리고 제가 상상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인데 어디 강연에 나가서 "제가 여기선 이렇게 해야 되고, 저 장면에선 저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고 저는 무슨 말을 합니다"이런 식으로 그냥 혼자 중얼거리고, 생각 혹은 상상을 하면서 계속 말을 하고 되뇌이죠. 어떻게 보면 그게 저만의 기억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김준호  저도 앞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상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냥 망상가라고 해야 할까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상황에 대한 상상도 많이 하거든요. 그게 어떻게 보면 망상이라고 할 정도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렇게 뭔가 생각을 하고 어떤 상황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기억하는 방법도 어떻게 보면 이 상상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그 영화관에 가보면 4DX라고 있어요. 의자에 앉아서 영화에 따라서 향기나 흔들림, 물이 튀는 등의 액션이 있는 건데, 그냥 4DX처럼 머릿속에서 영화를 보듯 대본의 상황을 그려요.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여러 작품을 하면서 이게 점점 더 디테일해져가더라고요. 제가 첫 공연을 못하거나 조금의 텀이 있을 때면 진짜 상상을 하면서 계속 런을 돌거든요.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하고 사람들과 어떤 대사를 주고받을지 계속해서 상상을 하고 무대를 만들어나가죠. 그래서 본 공연을 시작할 때쯤이면 그냥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기억을 하게 되더라고요. 

김아론  어떻게 보면 배우가 되고 나서 생긴 스킬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김준호  사실 어렸을 때는 이런 것보다는 그 사진을 찍듯이 기억했었어요. 공부를 하거나 교과서를 읽을 때 그냥 그 페이지의 모든 걸 통째로 외웠었죠. 그게 배우가 되면서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사진을 찍듯이 외우기보다는 그냥 영상처럼 상상을 하면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김아론  저는 공부를 할 때에도 외워지겠지 하면서 읽고 끝냈던 것 같은데요?(웃음)

Q.  본지는 그런 것도 있다. 어떤 장소에서 특정한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장소와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떠오른다.

김준호  무조건이죠. 그런 경험은 진짜 누구나 있지 않나요? 

김아론  저도 있는 것 같은데, 노래보다는 어떤 향기에 되게 많이 민감한 것 같아요. 음악보다 후각이 더 예민하다랄까요? 어떤 향기냐고요? 다른 분들이 많이 못 맡으시는 것 같은데 그 계절에도 향기가 있어요. 계절이 변했을 때 나는 향기들이 되게 잘 맡아져요. 여름과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주는 향기가 다 다르거든요.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깊이 다가오지는 않은데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을 때 다가오는 그 향기가 되게 예민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가끔 어느 거리를 걷다가 맡게 되는 향기에 그 시절에 느꼈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Q.  극 중에 나오는 물건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준호  조금씩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책상 위에 있는 블록들 같은 경우에는 맷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들이 있는 장소 자체가 맷의 공간이거든요. 사실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 몇몇 방들이 있었는데 방에서 나가게 되면 주체를 갖게 되는 듯한 느낌으로 연습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연습을 했을 때는 맷을 제일 뒤에 있는 방에 가두는 듯한 느낌으로 갔었어요. 맷이 영원히 그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게 문을 잠가두기도 했죠. 블록들은 맷의 기억의 잔재들인 거죠. 거기서 집 모양이 나오는데 어렸을 때 집을 불태웠던 그 잔재가 남아있는 거죠. 

김아론  제가 처음 떠올렸던 건 영화 <인셉션>이었어요. 거기서 꿈을 설계하는 사람이 있고, 그 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는 이 공간을 박사가 설계했던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박사가 맷을 환자로 몰아가기 위해서 이 공간을 병실처럼 설계를 했던 거죠.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이 장소도 완벽하게는 만들지 못했어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강한 기억들은 바꿀 수 없거든요. 그래서 병실처럼 설계를 했지만 일반 병실에서는 볼 수 없는 책상이나 블록, 면도칼 그리고 수조나 호수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죠. 맷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침투를 했다고 봤어요. 처음 맷은 이런 것들에 어떠한 생각도 가지지 못하거든요.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떤 상황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점점 이 장소에서 하나하나 다른 부분들을 찾아가죠. 

김준호  실은 그래서 박사가 초반에 맷이 깨어나고 나서 혼란스러워할 때 주변을 보지 못하게끔 인도를 하거든요. 책상에 앉힌다든지요. 이런저런 시도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김아론  사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해도 알아차리지 못하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생각을 했어요. 

김준호  제가 맷을 책상으로 데리고 와서 물을 부으면 연기가 나오거든요. 그 연기와 그 속에 담긴 향 때문에 맷은 기억의 심층부로 점점 빠져들어간다고 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나 물건들에 대한 의심이 없어지지 않았나 싶거든요. 사실 대놓고 물어봐요. "이 물건들은 여기에 왜 있는 거예요?"라고요. 그럼 박사가 대답하죠. "꿈의 세계에선 엉뚱한 것들 투성이다"라고요. 네가 지금 꿈속이라서 그렇게 보인다라고 말하지만 그게 이상하다고 못 느끼죠.

Q.  작품의 시점은 어디라고 봐야 할까. 극 중 마지막 장면이 뮤지컬 <인터뷰>의 첫 장면이라고 들었다.

김준호  일단 장면적으로 봤을 때 마지막 부분이 뮤지컬과의 연결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유진 박사의 대사들이 극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연극 <인사이드>는 리얼타임의 공간이 아니라고 봤어요. 이 공간은 어떻게 보면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거죠. 리얼 타임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평행한 공간이 아닌 제3의 공간, 꿈속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봤던 거죠. 

Q.  어떻게 보면 맷이 최면 상담을 받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김준호  그게 이 작품에 재미인 것 같아요. 해석이 정말 다양하잖아요. 그걸 찾아보거나 생각하는 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자 재미이지 않나 싶어요. 속 연기하자고 했었어요.(웃음) 연기를 하다가 80분이 돼서 암전이되면 그때 진짜 공연이 끝나는 거죠. 정말 그렇게 했었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하네요.

 

다음 인터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