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2] 모함에 빠지다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52] 모함에 빠지다
  • 조경호 기자
  • 승인 2023.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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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오늘 중으로 저 집을 모두 헐지 않으면 내일 내가 직접 헐어버리겠소.”
“아니 도절제사님...”

박호문이 김종서를 설득시키려는 듯 앞으로 다가서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나 김종서는 돌아서서 천막 병영을 설치하게 하고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김종서와 함께 온 병사 30여 명은 노숙을 하도록 명령했다.

밤중에 박호문이 김종서의 막사를 찾아왔다. 술상까지 마련해서 들어왔다.

“낮의 노여움을 술 한 잔으로 푸십시오. 실은....”
“나 술 잘 안 마신다는 것은 박 절제사가 잘 알지 않소. 그만 돌아가시오.”

김종서가 냉랭한 태도를 보였으나 박호문은 단념하지 않았다.

“장군께서 저를 천거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김종서 장군의 사람입니다. 어느 놈이 제 목에 칼을 대더라도 나는 김종서 장군 사람이라고 당당히 밝힐 것입니다.”

김종서는 박호문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인가 하는데 화가 더 났다. 저런 사람을 임금에게 천거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가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 다시 봅시다. 참, 집은 모두 헐었소?”

김종서가 알면서 질문을 했다.

“집 모양이 좋지 않다면 고치겠습니다만....”
“알았으니 내일 봅시다.”

김종서가 벌렁 드러 누워버리자 박호문은 별 수 없이 막사 밖으로 나왔다. 박호문은 김종서의 막사를 뒤돌아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튿날 아침 김종서는 이징옥을 데리고 막사를 짓는 현장으로 가 보았다. 동원된 백성들은 새벽부터 나와 열심히 집을 짓고 있었다.

“저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집을 모두 헐어버려라.”

김종서가 이징옥을 보고 명령했다.

“다섯 채를 다 헐어버립니까?”

이징옥이 되물었다.
“물론이다. 다시 더 짓지 못하게 재목도 모두 부수어라.”
김종서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짓던 집을 허물기 시작했다. 물론 동원된 백성들은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김종서의 이러한 조치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뒤에 큰 화를 부르게 된다.

김종서가 경흥에서 여진족 추장 울라합의 귀순 문제를 협의하고 있을 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병조판서 황보인이 함길도 체찰사가 되어 김종서를 찾아온 것이다.

“대감이 어인 일로 이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김종서는 반가운 마음에 황보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한성에서 황보인과 여러 부서에서 같이 근무를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일이 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황보인은 전혀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일이 어렵게 되다니요?”
“내가 여기까지 김 공을 찾아온 것은 전하의 엄명이 있어서입니다.”
“전하께서 저를 문책할 일이라도 있습니까?”

김종서는 황보인의 얼어붙은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셈이오. 오늘은 여기서 옛날이야기나 하면서 그동안의 회포나 풀고 날이 밝으면 이야기합시다.”

황보인은 무슨 말인지 꺼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종서는 그날 밤 황보인과 날을 새면서 옛날 일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박호문으로 옮겨갔다.
박호문은 회령 절제사로 있으면서 온갖 못된 일을 다 저질러 놓고는 작년 가을 한성으로 훌쩍 떠났다. 의관들에게 뇌물을 주고 몸이 성치 않아 북방 국경 임무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아내 한성 3군부로 발령을 받아 떠났다.

“아무래도 박호문이 김 공을 함정에 빠트린 것 같습니다.”

황보인이 말머리를 꺼냈다.

“박호문이라면 나를 헐뜯을 충분한 원한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트집을 잡았습니까?”
“죄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 잠 좀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이야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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