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인생이여, 영원하라" 프리다 그리고 김소향
[더인터뷰] "인생이여, 영원하라" 프리다 그리고 김소향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3.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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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국민 화가이자, 기구한 운명에 맞서 싸운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프리다>가 지난달 개막해 순항 중이다.

뮤지컬 <프리다>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고 이후 평생을 후유증 속에서 살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의 환희를 잃지않았던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본지는 초연에 이서 재연까지 함께하며 죽음과 삶 사이에서 고통과 환희, 사랑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 김소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뮤지컬 <프리다>는 오는 10월 1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1년 만에 뮤지컬 <프리다>에 다시 돌아왔다. 

김소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초연 공연 이후 1년 만에 다시 뮤지컬 <프리다>로 돌아올 수 있게 됐거든요. 사실 저는 계속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거든요. 초연 배우들이 모두 공연이 끝났어도 너무 돈독하게 지냈었고 연락도 자주 하고 몇몇 배우들은 다른 작품을 통해서 계속 공연을 같이 해왔었어요. 그래서 뭔가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고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롭기보다는 뭔가 편안한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초연 무대보다 확장됐는데, 걱정은 되지 않았나.

김소향  사실 초연 공연 전에 있었던 리딩을 13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무대를 올렸었거든요. 지금보다 더 큰 극장에서 이 공연을 어떻게 채워야 하냐고 걱정을 하면서 시작을 했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공연을 다 끝내고 나니까 이 정도 크기의 공연장에서 네 명의 배우가 공연을 올릴 수 있구나라는 걸 다른 누구는 모를 수 있어도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 저희들 끼린 깨달았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세종 무대에서 초연을 올렸을 때 큰 극장에서 작은 극장으로 옮기다 보니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재연 공연이 다시 큰 극장으로 오게 돼서 에너지를 채우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보다는 광활한 대지를 뛰어다니며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고, 오히려 조금 더 편한 느낌을 받으면서 공연을 하고 있어서 걱정은 없었습니다.

Q.  아쉬운 점은 없었나. 소극장은 아무래도 관객과 더 깊은 교감을 나누거나 호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대극장은 아무래도 조금 다른 결의 교감이나 호흡이 있다.

김소향   맞아요. 그게 유일한 아쉬움이랄까요. 관객들과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우리가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나 진심, 땀과 눈물이 다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있죠. 소통의 아쉬움이 있다 보니 다른 부분들에서 더 힘을 내서 에너지를 전하고 소통하려고 하고 있어요.

Q.  재연 준비는 어떻게 했나. 달라진 부분들이 있을까.

김소향  아무래도 초연에서 아쉬웠던 부분들, 저희 창작진이나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분들의 피드백도 다 챙겨서 우리 작품을 되돌아봤었던 것 같아요. 불필요한 장면 혹은 배우와 관객들과의 호흡에서 멀어지거나 아쉬웠던 부분들을 덜어내거나 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불편했던 부분들이나 동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보완했었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지금 공연을 하고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나.

김소향  개인적으로 저는 정말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제가 제작사에 고용된 배우의 역할도 맡고 있지만, 우리 작품에서 삼십 퍼센트 정도는 크리에이브팀에 포함된 스태프처럼 참여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공연을 봤으면 했는데 그게 또 안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어떤 공연이던 단점이 없는 공연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어떤 공연보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아서 무대를 올라가고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연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어깨에 짊어지고 가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단점이나 뭔가 아쉬운 부분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프리다 역할을 맡은 두 배우들은 어떤가.

김소향  정말 너무 완벽한 배우님들이시죠. 우선 알리 배우 같은 경우에는 독특한 창법이나 아름다운 노래에서 표현되는 그만의 특별한 감성이 있어서 좋아하는 가수였었어요. 그래서 캐스팅이 됐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좋아했었죠. 알리 배우 같은 경우에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감정적으로 바닥까지 가는 감정들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었는데, 저는 솔직히 걱정이 안됐거든요. 일단 아이 엄마이기도 하고 오랜 기간 한 예술가로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연기하고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언니로서 혹은 동료 배우로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었고 제가 말하는 부분들을 정말 스펀지처럼 하나하나 다 흡수해가서 정말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고 싶은 배우였습니다. 

이어서 히어라 배우는 제가 미친 듯이 설득해서 데리고 왔습니다.(웃음) 물론 회사에서도 설득을 했지만 제가 <마리 퀴리>라는 작품을 할 때 베스트 프렌드처럼 친하게 지냈었던 배우거든요. 지난 시즌에 공연을 보러 왔었을 때 히어라 배우가 "언니, 나는 이 공연은 절대 못하겠다"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드라마 <더 글로리>를 찍고 나서 만났었거든요. 그때 "언니, 나는 이제 드라마 끝나고 쉬고 있어. 지금은 시간이 많으니까 같이 놀자~"라고 같이 브런치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프러포즈를 했죠. "그럼 같이 <프리다> 하자"라고요. 진짜 말 그대로 사흘 밤낮을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앞서 제가 크리에이티브팀이나 제작사 마인드라는 게 이거 때문이거든요. 김히어라 배우는 연기를 워낙 잘해서 걱정은 없었고, 그가 연기하는 프리다 칼로가 잘 될 거란 확신이 들기도 했어요.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게 연습을 하면서 드러나기도 했죠. 연기를 보면서 연습실에서 정말 많이 울었었고 그가 어떤 연기자인지 다시금 깨달았죠. 

Q.  이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소향  일단 창작 뮤지컬이기도 하고 여배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사실 최근에 여배우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작품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유가 남성 역할도 여성이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뭔가 독특하면서도 우리 작품 속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자랑스럽기도 해요. 그리고 정화 연출님이나 수영 감독님이 잘 표현할 수 있게 다듬어줘서 완성도가 더욱 올라갈 수 있었거든요. 배우마다 노래가 조금씩 다르고 연기를 하는 포인트도 달라요. 그런 점은 어떤 뮤지컬을 찾아봐도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에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우리 작품의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이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김소향  사실 인간은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데, 그간 여성스럽고 연약한 면이 있는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예전과 다르게 요즘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생기고, 그들이 관객분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하고 또 희망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서 저 또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작품은 제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 저 또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었기 때문에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관객분들의 또 다른 진정성으로 다가간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이 어필된 것 같습니다.

Q.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김소향   목 관리도 잘 해야 되고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웃음) 여리여리 하고 싶은데 삼두라고 해야 될까요? 이두라고 해야 될까요... 가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가려지지가 않아요. 개인적인 저의 콤플렉스입니다.(웃음) 이번 작품 전까지 사실 근육이 많아서 되게 의기소침해서 어떤 공연을 할 때엔 팔뚝이 안 보이게 최대한 팔에 힘을 안 주고 근육이 안 돋으라지게 엄청 신경을 쓰고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프리다>를 하면서는 신경을 안 쓰게 됐었고 오히려 팔에 힘을 주는 모습을 관객분들이 칭송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무슨 운동을 하시냐는 말인데 저는 진짜 헬스가 제일 싫고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거든요. 다만 공연 전에 몸을 열심히 푸는 편이죠. 진짜 헬스장에 가서 덤벨을 든다거나 무거운 걸 들지 않아요. 진짜 여리여리한 몸을 가지고 싶은데 어릴 때 했던 공연들 때문인지 근육이라는 게 빠지지 않더라고요. 어릴 때 했던 <아이다>나 <토요일 밤의 열기>같은 작품들이 지금의 저를 이렇게 강인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정말 춤을 얼마나 췄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그리고 또 어릴 때 기계체조를 했었거든요. 그게 지금의 저를 유지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그러고 보니 <아이다>에서 아이다 커버를 했었다.

김소향  그때는 진짜 커버였었죠. 그런데 디즈니 프로덕션 공연은 커버라도 무조건 무대 리허설을 해야 되거든요. 계약으로 정해져있어요. 커버들도 의상이랑 가발을 다 맞춰주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리허설을 무조건 해야 됐죠. 그런데 그때 리허설을 하는 걸 대표님이 보시고는 제가 커버였었는데 11번의 무대 스케줄을 끼워 넣어주셨어요. 그렇게 커버로 시작해서 '아이다'로 무대를 11번 올라갈 수 있었죠. 진짜 이례적인 결정이었어요. 어릴 때 커버를 진짜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선 저를 두고 운이 없다 이야기를 하시는데 또 어떤 분들은 제가 운이 좋다고 이야기하시거든요. 저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에비타>에서도 커버를 했었고요. 제가 거진 8년 정도 앙상블 활동을 해왔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앙상블만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늘 옆에서 쌍심지를 켜고 같이 고생하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했었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유학은 왜 떠나게 됐을까.

김소향  유학은 제가 몇몇 작품에서 역할을 맡기 시작했을 때 생각을 했었던 거였어요. 역할을 맡고 무대를 올라갔었는데 앙상블을 열심히 해서 도전을 했었다 보니 어떻게 보면 앙상블을 하면서 만들어진 노래 스타일이 정해져 있었던 거죠. 또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다 보니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턱없이 부족했고 저 스스로 부족한 게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주변에서 '소향이 쟤는 어떤 느낌인지 알아'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배우로서 이 배우가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로서 문제가 있다고 봤었고 이래선 오랫동안 배우로서 활동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거죠. 그래서 무작정 떠났던 것 같아요.

Q.  유학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김소향   맞아요. 진짜 그때 미국에서 정말 너무 고생을 했어서 그런가 지금은 웬만한 일로는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쌓아왔던 모든 걸 내던지고 새로운 시작을 했다 보니 오디션도 많이 봤었고 정말 다 떨어졌었죠. 제가 노래랑 춤을 잘 춘다고 해도 오디션의 최종 단계는 연기거든요. 인사만 해도 딱 관계자들이 눈치를 채더라고요. 어떤 발음이나 단어들의 선택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 거죠. 그나마 제가 어려 보이고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커버나 앙상블을 하게 됐었죠. 송스루 뮤지컬이나 <킹앤아이> <미스사이공>같은 작품의 아시아인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아니면 작품에 참여하기조차 쉽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을 겪다 보니 무대에 대한 갈증이 끝까지 차올라 게 됐죠. 그렇게 5년 정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정말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생각해 보면 하루 루틴이 아침 9시 전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수업을 받아요. 그렇게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서 또 연습하고 영어 단어를 외우고 공부했죠. 주말 빼고는 진짜 새벽 5시 전에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니 잘 수가 없었죠. 진짜 열심히 공부했었어요.

Q.  <시스터 액트> 캐스팅이되어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

김소향  맞아요. 처음 <시스터 액트> 오디션을 본 것도 운이 너무 좋았었어요. 사실 제가 맡았던 역할이 백인 중에 백인이 하는 역할이거든요. 엄청 예쁘장한 백인 여자가 하는 역할인데, 아시아 투어를 하게 된 만큼 아시아인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제가 오디션에서 고음을 지르는걸 보시고는 즉석에서 대사를 굉장히 많이 시켜줬었고 그렇게 참여할 수 있었죠. 제작진 측에서 저한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었어요. 배우들도 그렇고요. 제가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말투를 교정할 수 있었고 발음도 교정 할 수 있었죠.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주눅들까봐 한 쪽 구석에 데려가서 도와주셨었는데 연출진을 제외하고서도 배우들도 진짜 많이 칭찬을 해주고 도와줬었어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던 아시아 투어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올해 공연이 돌아오기 전인 2년 전에 다시 공연 계획이 있었거든요. 제작사분들도 다 알고 있어서 저한테 소피아 역할을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셔서 진짜 스케줄을 다 비워두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다 무산되어 버렸죠. 되게 속상했었어요. 내가 더 나이먹기 전에 빨리 해야되는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멀지 않아서 다시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진짜 지금까지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작사 대표님이 <모차르트> 막공을 보러 와주셨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대표한테 "너가 다시 돌아와써 기쁘다. 빨리 안와서 조바심이 났다. 내가 나이들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걸텐데 못하게되는줄알았다"라고 했는데 "아무도 모를거다. 그냥 웃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거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관리잘해서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요. 

Q.  다시 미국에 갈 생각은 없나.

김소향  지금은 없어요.(웃음)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영어 단어를 10개를 보고 외우면 2개는 기억했는데 지금은 한 개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미국 무대 도전이요? 뭔가 해보고 싶거나 가보고 싶기는 한데 지금의 제가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지금의 제가 조금 간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공연 혹은 했던 공연이 영미권으로 가게 된다면 그 배역이 아니더라도, 앙상블로 나서라도 같이 가서 무대에 서고는 싶거든요. 사실 유학을 갔을 때 정말 많은 걸 보고 배웠어요. 그때 배웠던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한 축이 되기도 했었고, 지금의 저에겐 제가 배웠던 것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게 제 일인 것 같거든요. 그걸 관객과 동료 배우들에게 알리고 보여주고 전달하는 것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실제로 후배들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었고요. 최근에 정말 건강하게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걸 찾아서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뭔가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까지 배워왔던 좋은 점을 활용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향 쪽으로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 우리 작품처럼 창작극이라면 기회가 되는 데로 참여하고 있고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Q.  <마리퀴리>가 영미권에 가게 된다면?

김소향  제가 <마리퀴리> 대표님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진짜로 우리 공연으로 가게 된다면 앙상블로라도 무대에 서고 싶다고요. 아, 가서 마리 퀴리 하면 되지 않냐고요? 앙상블은 할 수 있는데 마리 퀴리는 못해요. 제가 일상생활 영어는 되는데 화학 성분이나 과학 공식, 주기율표를 영어로 언제 외어서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한국어는 까먹더라도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는데 영어는 안되니까 불가능하다 봅니다. 그래서 앙상블 시켜주면서 커버라도 시켜주시면 열심히 준비해서 메인이 아플 때, 딱 그 한 공연 정도만 빛을 바라보고 싶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Q.  창작극에 대한 갈증이 있나보다.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소향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즐겁더라고요. 창작극의 가장 큰 단점이자 장점은 만들어 가는 과정이 즐겁지만 그 이상 고통스럽다는 거죠. 굉장히 많은 논쟁과 논의가 오가고 기쁨과 슬픔, 다툼이 함께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해내고 나면 그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과 창작진들과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 없는 연대감이 생겨요. 우리가 만드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자부심이 생기죠. 어떤 라이선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작품도 처음부터 함께 해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배우진에서 맏언니가 아닌가.

김소향  맞아요. 제가 배우 팀에서 리더거든요. 그런데 저는 리더상이 아닌가 봐요. 사람에 대한 감정이 하루에 몇 번씩은 바뀌었거든요. 어떨 때는 이 사람이 진짜 너무 사랑스러웠는데 한 시간 뒤에 다시 보니 너무 미워지기도 했을 정도로 기복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안되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번 공연 같은 경우에는 뭔가 하고 싶다거나 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기면 연출님이나 작가님한테 의견을 제시하고 더 좋은 방향성으로 갈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찾고 조율했고, 컨펌을 주고받았어요.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다른 배우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나.

김소향  사실 이번 시즌에 처음 참여한 배우들이 많았잖아요. 다들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워낙 음악 안에 대사가 딱딱 정해져있고, 그중에 해야 되는 모멘트들이 프레임대로 짜여있었거든요. 배우가 어떤 배역을 맡고 나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표현해야 되는데 그런 가능성을 주지 않는 장면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다가가서 물어보고, 어떤 물음을 들었을 때 진짜 세세한 부분들까지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면에 대한 이해, 배역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빠르게 배역에 녹아들었고, 작품에 녹아든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 프리다들만 봐도 다른 두 배우, 알리와 히어라 배우만 봐도 저와는 다르게 중저음이 진짜 멋있거든요. 요즘 관객분들이 좋아하는 음색이기도 해서 그걸 살릴 수 있게 되게 많이 고민을 하고 그 방향을 살리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했었어요. 사실 처음 참여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을 쉽게 말을 하기 힘들 거라 생각해서 그걸 잘 정리해서 좋은 방향성을 내기 위해서 노력했죠. 그렇게 이번 작품에선 열심히 조율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것 말고는 다들 똑똑하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이라 걱정이 없었습니다.

Q.  이번 시즌 돌아오면서 신경쓴 장면이 있을까.

김소향  우리 작품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자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 디에고 리베라와 만나는 장면이거든요. 그 장면에서 세 가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당시 프리다에게는 단 세 가지, 혁명과 그림 그리고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밖에 없었거든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사실 우리 작품이 1막과 2막으로 나누어진다면 프리다와 리베라가 만나는 장면이 1막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연출님과 이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었죠. 연출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되게 많은 것들을 조사하고 공부하고 이 인물들에 해박한 상태다 보니까 많이 토론하고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나온 게 지금의 프리다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현실에 벽에 막혀 절망하는 프리다. 그리고 그가 절망 속에서 그가 어떻게 그 고통과 절망을 승화시키고 일어서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Q.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가 만나는 장면, 프레스콜 때 스테파니 배우가 대단한 춤을 선보였었는데

김소향  맞아요. 진짜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춤을 추거든요. 스테파니 배우가 뮤지컬 쪽에선 진짜 볼 수 없는 춤사위를 선보이죠. 사실 스테파니 배우랑은 예전에 딤프에서 만났었거든요. 그때 우리끼리 <플래시댄스> 라이선스 공연이 한국에 오게 되면 할 수 있는 배우가 스테파니랑 김소향밖에 없다고 소문을 내자고 하면서 우리 둘이 춤으로 해먹자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번에 이 친구가 우리 작품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 너무 기뻤죠. 사실 스테파니랑 저를 비교하면 제 춤은 굉장히 부끄러운 수준이라서 무대 뒤에서 농담처럼 '네가 너무 잘 추면 내 독무가 망가지니까 살살해'라고 말하기도 하죠.(웃음)

Q.  자기 객관화가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김소향   장점일까요?(웃음) 장점이 뭔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독한 거? 그게 장점일까요? 저희 EMK 엔터에는 정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거든요. 보면 다들 정말 독해요. 한 체력하고요. 그중에서 그래도 제가 한 체력하고 독한 거에 1등을 앞다투지 않나 싶어요. 뭔가를 깊게 파고드는 것과 지치지 않는 것, 목표한 바를 이룸으로써 얻은 기쁨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이 일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나에게 프리다란.

김소향  고통 속에서도 환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뮤지컬 <프리다>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 프리다 칼로죠. 저는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보면서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으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추정화 연출님이 쇼뮤지컬 형태로 만들면서 다가가기 쉽게 만들었고, 그녀가 그녀의 인생에서 어떻게 환희를 외쳤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줬거든요. 그렇게 인생을 찬양할 수 있는 뮤지컬이 완성됐어요.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고, 저에게 프리다는 열정적이고 멋지고 대단한 인물입니다. 저 또한 그녀처럼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고, 관객분들이 큰돈을 쓰시고, 공연을 보기 위해서 시간을 내고 공연장까지 찾아와주시는 만큼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지금 그 노력을 산물을 최대한 전달해 드리려고 하고 있으니까 공연장에 찾아와주셔서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오늘 죽을 것처럼 최선은 다해 연기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듣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밌을 거라고 자신 있게 약속드립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Q.  작년엔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났다면 이번 시즌엔 마스크를 벗고 만났는데,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나.

김소향  제가 작년에는 관객들에게 직접 공연 후기를 듣지 못하고 SNS를 통해서 후기를 남겨주면 봤었거든요. 어떤 관객분이 '마스크가 다 젖을 때까지 울면서 봤다'라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그게 작년에 정말 크게 와닿았는데, 올해는 이제 마스크를 벗었잖아요.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던 어느 날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끝나갈 때 '난 이제 외출을 떠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다. 괴로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충분했으니까'라고 대사를 내뱉는데 바로 앞에 있는 관객분이 진짜 눈을 다 찡그리면서 우시는 거예요. 그걸 진짜 딱 봤어요. 그게 어찌나 귀엽던지.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 관객이 느끼는 그 감정과 벅참, 그 순간을 기억에 남겼어요. 그다음으로 제가 '인생이여, 영원하라'(Viva la Vida)를 부르는데 그 표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같이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관객분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있는데 그 어떤 후기들보다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온전하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무대 위 배우들을 위해서 소리 질러주고 박수 쳐 주시고 응원해 주실 때 정말 큰 힘을 얻고 이 맛으로 배우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 계획은 없나.

김소향  하고 싶어요. 엄청 하고 싶기는 한데, 지금은 조금 더, 조금만 더 무대를 설려고요. 무대가 좋거든요. 지금보다 더 뮤지컬 배우로서 김소향이란 배우가 있다는 걸 관객분들에게 알려주고, 자기 할 몫은 하는 배우다는 걸 아시게 될 때쯤 도전을 하고 싶어요. 한 개를 해도 잘해내고 나서 다음 걸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거든요. 그래야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하고 있는 일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Q.  해보고 싶은 작품은?

김소향  저는 사실 인간의 본능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연들을 하고 싶어요.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연도 좋아서 <파우스트>나 <브라더스 카라마조프>같은 작품들도 재밌는 것 같아서 도전해 보고 싶고 악역도 좀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런데 뭔가 이미 존재하는 남자 역할을 맡아보겠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지만요. 왜냐하면 저는 자기 객관화를 굉장히 잘 하고 있거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쪼끔 하거든요. 제가 카리스마 있게 누구를 막 눌러 죽이고 하는 건 자신이 없기도 하고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안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EMK 엔터 소속이니까 주변에서 댄버스 역할을 안 하고 싶냐고 진짜 100번은 더 들었는데 그것도 제가 안 하겠고 못하겠다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댄버스인 제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맨덜리에 너 따위가'하는 게 무섭지도 않고 멋도 없을 것 같아서 안되겠다 했죠. 

Q.  취미가 있을까.

김소향  제가 연기나 예술 말고는 정말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사회적으로 심각해졌을 때 강제로 집에 있으면서 주식이란 걸 시작했거든요. "이런 세계가 있구나?"라면서 주식이란 세계에 눈을 떴어요. 지금도 주식을 너무 사랑합니다.(웃음) 마이너스지만 사랑해요. 정말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연기랑 주식, 두 개밖에 모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Q.  주식의 매력이 뭐였을까.

김소향  제가 사실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삶을 살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가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스케줄을 할 때면 길이나 버스에 사람들이 가득한데 이분들은 어디로 가고 무얼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들이 다 주변에 있는 회사에 가고 있던 거더라고요. 이제는 길 가다가 멈춰 서면 저 건물엔 어느 회사가 있고, 저 건물은 어느 회사의 건물이구나 하면서 이 회사들이 하고 있는 일은 뭐고, 주가는 얼마이고 분기별 목표는 뭐인지 찾아보게 됐어요. 뭔가 이런 걸 찾아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어떨 때는 제가 투자를 했던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절망을 맛보기도 하는데 그런 걸 보고 느끼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지금도 배우고 있고요.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는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웃음) 마이너스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은 진짜 아침에 일어나서 주식 관련 뉴스 틀고 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을 시작하곤 합니다.

사진 ⓒ 한국증권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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