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현범 '흑역사'는 진행형…이번엔 사익편취로 '철퇴'
한국타이어 조현범 '흑역사'는 진행형…이번엔 사익편취로 '철퇴'
  • 한상설 기자
  • 승인 2022.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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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계열사 부당지원 한국타이어에 과징금80억 부과하고 고발
총수 아들, 108억 배당챙겨…지시·관여 사실 확인 안돼 고발은 면해

한국앤컴퍼니그룹(전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의 흑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횡령 혐의 전과가 있는 조 현범 회장이 이번에는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원가 과다계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나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으나 장기간 불공정거래를 서슴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 몰드(틀)을 고가로 구매해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가 납품단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총수 두 아들은 납품단가 특혜로 108억의 배당금을 챙겼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타이어 패턴 등을 구현하기 위한 타이어몰드를 한국타이어에 납품하는 계열사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4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 회사를 지난 2011년에 MKT홀딩스를 설립해 인수한후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당시 MKT홀딩스는 인수자금으로 448억5천만원을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인수 후 이 회사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차입금을 갚고 영업익을 확대하기 위해 부당지원을 지속했다. 비계열사의 발주물량을 빼서 이 계열사에 이전하는가 하면 일감몰아주기로 영업실적 개선을 도왔다. 이같은 노골적인 부당지원에 비계열사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4년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신단가 정책을 도입했다.

즉 새로 설계한 단가표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적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한국프리시전웍스에 몰아줬다. 차별적인 가격정책으로 일감을 계열사로 집중시키는 불공정거래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회장 (왼쪽)과 조현식 고문.(사진=뉴시스)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회장 (왼쪽)과 조현식 고문.(사진=뉴시스)

신단가표 특혜로 한국프리시전웍스의 매출과 이익은 급증했다. 제작 난이도와 인치 별로 타이어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신 단가표는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관리비 10%와 이윤 15%를 보장해 줬다.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큰 마진이 보장된 납품단가가 아닐 수 없다.

이 신단가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를 노골적으로 봐주는 납품단가 정책으로 공정성을 현저히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신단가표 상의 거래조건은 경쟁사의 가격 대비 약 15% 높았고, 구 단가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납품업체 등에서 불만이 폭발하자 한국타이어는 2018년 2월에야 한국프리시전웍스의 단가를 15% 인하하기로 하면서 지원 행위를 마쳤다. .

부당지원에 힘입어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급성장했다. 약 4년에 이르는 지원 기간 총매출액은 875억2천만원, 영업이익은 323억7천만원에 달했다. 매출이익률은 42.2%에 달해 경쟁사의 12.6%에 비해 3배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오너일가는 이같은 불공정거래로 배를 불렸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16∼2017년에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챙겨줬다. 재벌 오너일가가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사익편취로 얼마나 쉽게 돈을 버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공정거래법 제23조(부당지원행위)와 제23조의2(사익 편취 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등 개인은 이번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신단가 정책의 핵심 내용이 원가 과다계상과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인데, 이에 대해 총수 2세가 구체적으로 지시·관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두 아들은 횡령 혐의로 쇠고랑을 찬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불공정거래를 서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한국타이어 오너일가의 흑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조 현범 사장은 배임수재와 업무상 횡령,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다. 그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등을 대가로 뇌물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1부(최병률 유석동 이관형 부장판사)는 2020년 11월20일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조 사장은 개인비리로 2019년 12월9일 구속 기소된 뒤 2020년 3월23일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한국타이어 그룹은 ‘횡령·배임혐의발생’ 공시를 통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기된 업무상횡령 혐의 발생금액은 1억1000만원에 달한다. 당시 이미 구속된 상태였던 조현범 사장과 같은 날 기소됐다.

한국타이어그룹은 현재는 조 현범 회장 단독 경영체제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 정기인사에서 조현범 사장이 회장에 오르고 조현식 고문은 부회장에서 물러났다. 조 회장이 올해 3월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단독경영 체제가 공식화하면서 친형인 조현식 고문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그동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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