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살인 기업' 선정된 삼표 10개월 만에 또 노동자 3명 사고
민노총 '살인 기업' 선정된 삼표 10개월 만에 또 노동자 3명 사고
  • 정연숙 기자
  • 승인 2022.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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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채석장 석재 발파 작업 중 토사 무너져 매몰 3명 사망
정인욱-2세 정도원-3세 정대현 승계...인명 경시 풍토가 원인
지난달 29일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매몰된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소방관과 경찰 등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채석장 아래쪽에서 석재를 발파하려고 천공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다 위쪽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들이 매몰됐다. 사고 당일 작업자 2명은 흙에 쓸려 내려가 천공기가 발견된 장소(원 표시)보다 아래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1명도 2일 오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삼표산업의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에서 지난달 29일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석장 아래쪽에서 석재를 발파하려고 천공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다 위쪽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들이 매몰돼 사망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중견기업 삼표그룹(정도원 회장)의 계열사 삼표산업(윤인곤ㆍ이종신 대표)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에 올랐다.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과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했다. 지난달 27일 첫 시행됐다. 시행된지 이틀만인 29일 3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에 올랐다.경영진도 사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채석작업 도중 토사가 쏟아져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은 삼표산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에 착수했다. 양주사업소의 현장 관리소장 1명과 삼표산업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고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10분경에 발생했다.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3명이 매몰되는 사망했다. 채석작업 도중 약 30만㎥(높이 약20m 추정)의 토사가 쏟아져 현장에 있던 천공기 기사 2명과 굴착기 기사 1명이 사고를 당했다. 천공기 기사 중 한명은 삼표산업에 입사한 지 6개월 된 28살 노동자였다. 2일 발견된 또 다른 천공기 기사는 지난 12월 입사한 52살 노동자였다. 굴착기 기사는 55살 지입차주였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와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또 1일 현장 발파 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고용부는 삼표산업의 사고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첫 번째로 적용되는 사고로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추가 조사 등을 통해 삼표산업의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현재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산업안전법 및 그 하위법령을 보면 채석 작업을 지시하는 사업주는 작업 전에 점검자를 지정해 지반의 균열 등을 미리 점검할 법적 의무가 있다. 현장의 위험 요인을 반영한 작업계획서와 사전 조사서를 작성해야 한다. 작업 도중 낙하할 위험이 있는 토석은 미리 제거해야 한다.

고용부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가 이런 의무를 지켰는지는 물론 삼표산업 본사가 사업소의 의무 이행을 제대로 관리감독했는지도 수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을 보면 본사 경영책임자는 현장의 크고 작은 산재를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질적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해야 한다. 

관행적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노동자 의견을 무시해 재발방지책을 이행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경우는 '엄정 수사’ 대상이다. 삼표산업의 경우 비슷한 사고가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6월 포천사업소에서 비산방지망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위에서 떨어진 바위에 맞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 전 미리 제거했어야 할 암석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양주 사고와 유사하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사고 이후에도 방호망 설치와 위험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양주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부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 엄정처벌 대상이라고 밝힌 만큼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표산업 외에도 삼표시멘트, 삼표피앤씨 등은 중대재해 기업이다. 삼표시멘트는 산재 사망사고가 잦기로 유명하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5월 강원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삼표시멘트를 꼽았다. 삼표시멘트의 산재 사망 사고는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1건 등 5건이 발생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3년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삼표시멘트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을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지정했다.

중대재해의 주요 원인은 안전불감증에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기본적인 일들만 지켰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고용노동부가 2020년 8월 특별감독으로 적발한 사측의 위법행위는 471건이다. 개선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안전 투자 보다 중요한 사항은 삼표시멘트 자본이 이익 극대화에 치중해 노동자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세가 만들어낸 인재"라고 했다.

◇환경파괴와 역사파괴 논란

삼표에 환경파괴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사고를 낸 양주시를 비롯해 서울 송파구, 성동구 등에서 환경파괴 논란이 불거졌다. 각종 비산먼지가 발생해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실제 2020년 10월 청와대 게시판에는 '풍납동 삼표 공장은 즉시 이전해야 합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앞서  2016년 풍납공장에서 시멘트 사이로 부품 이음새가 파손돼 0.5톤가량 시멘트가 인근 지역으로 날아가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삼표산업의 송파구 풍납동 공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추진되는 사적 서울 풍납동 토성과 붙어 있다. 삼표를 지나는 풍납토성 서성벽 일부가 불법 콘크리트 매립으로 훼손됐다. 경찰은 주범으로 삼표를 추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내사종결 처분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국가보물 제93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파주 쌍미륵불 인접지역에서 대규모 채석을 추진해 논란이 됐다. 광탄면 용미리 용암사(龍岩寺) 경내에 위치한 마애이불입상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석불입상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쌍미륵 석불입상으로 천연바위벽을 이용해 제작했다. 거대한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고 그 위에 목·얼굴·갓 등을 따로 만들어 얹어놓아 아름답고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표산업 지분현황(2021.12.31)
삼표산업 지분현황(2020.12.31)

◇오너일가, CEO앞세워 법망 피할듯

정도원 회장 일가는 중대재해법을 피할 전망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삼표산업의 경영 책임이 없기 때문. 단지 오너일 뿐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삼표산업 지분은 삼표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삼표가 98.25%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현황은 삼표(98.25%), 에스피네이처(1.75%), 정대현(0.01%)등이다. 상환우선주 500,000주는 에스지아이비에스피제일차와 에스지아이비에스피제이차가 각각 33.33%(166,666주)와 66.67%(333,354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그룹의 지주회사인 삼표 주식의 65.99%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가지고 있다.

삼표 지분 현황(2020.12.31)

정 회장과 정대현 대표는 삼표의 사내이사만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2000년 3월 29일에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취임한다. 대표이사직(2000.3.9.~2007.6.1, 2014.1.12.~2019.6.28.)을 사임했다. 현재는 사내이사만 맡고 있다.  정 대표는 2019년 3월 28일 사내이사에 취임해 2020년 3월과 2021년 3월에 중임한다. 

삼표는 2013년 11월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에스피네이처, 삼표시멘트, 삼표자원개발, 엔알씨, 청암, 삼척이앤씨, 홍명산업, 삼표레일웨이, 삼표피앤씨, 삼표해운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삼표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4452억원, 영업이익 719억원, 당기순이익 -466억원을 기록했다. 삼표 만의 매출액은 2295억원, 영업이익 -58억원, 당기순이익 -628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삼표그룹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 고 정인욱(1912~1999)회장에서 정도원 회장(2세)을 거쳐 정대현 대표(3세)로 승계되고 있다. 경영승계 완성은 삼표 경영권. 정 대표는 삼표지분(11.34%)와 자신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19.43%)을 합쳐도 부친 정 회장의 지분(65.99%)에 비하면 조족지혈.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아야만 가능하다. 

정 대표가 삼표 인수를 위해 내세운 카드가 에스피네이처.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의 2대 주주이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정대현(71.95%)이다. 정지선(9.62%), 정지윤(10.14%),정도원(4.66%)를 보유하고 있다.

출발은 2004년 만들어진 건설기계대여업체 대원. 정 대표의 개인회사. 그룹내 물류 일감을 독차지 한 삼표로지스틱스 지분 50%를 소유한 지배 회사이다. 대원은 2013년 삼표로지스틱스을 흡수한다.  대원은 다시 대원과 신대원(현 에스피네이처)으로 분할한다. 대원이 삼표에 흡수된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 대표는 개인지분을 삼표에 현물 출자해 정도원, 에스피네이처에 이어 3대 주주 지위를 차지한다. 정 대표는 대원(100%), 네비엔(&0%), 삼표건설(59.6%), 알엠씨(70%)를 보유하고 있다. 대원은 삼표로지스틱스(50%)→삼표기초소재(69.3%)ㆍ홍명산업(69.0%)를, 네비엔은 동양지원(50%)ㆍ경한(13.5%)ㆍ네비엔알씨(100%)를 보유하고 있다.

◇EGS경영 외면 

삼표는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 사진은 정대현 삼표시멘트 대표 취임식(좌), 정도원 회장 @한국증권
삼표는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창업주 정인욱에서 정도원 회장을 거쳐 정대현 대표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ESG경영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정대현 삼표시멘트 대표 취임식(좌), 정도원 회장 @한국증권

정도원 회장 일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했다. 삼표시멘트를 제외하고 임원을 맡고 있지 않기 때문. 정 회장과 정대표는 각각 삼표시멘트 회장과 사장을 맡고 있다. 비재무적 요소인 EGS(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 환경파괴 논란에 이어 노동자의 죽음으로 내몬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비판이다.  삼표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대상에 부상하면서 정 회장 일가에 부적절한 경영 관습이 바뀔 기회가 되고 있다. 투명하고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삼표, 강원탄광서 출발 중견기업 성장

삼표그룹의 뿌리는 1952년 설립된 강원탄광이다. 고(故) 정인욱(1912~1999) 창업주가 강원도 철암 골짜기에 탄광개발업체 강원탄광을 설립했다. 석탄은 1960~1970년대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에너지원이었다. 

강원탄광은 1963년 서울근교에 연탄공장 3개를 짓고, '삼표연탄' 신화를 알렸다. 1966년 삼표연탄 수송을 위해 삼강운수(현 삼표의 전신, 삼표그룹 공식홈페이지는 삼강운수를 모체로 설명)를 만들었다. 1960년대 중반 강원탄광은 강원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골재·레미콘 등으로 사세를 넓혔다. 1970년대엔 철강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재계 26위로 30대그룹 반열에 올랐다. 국내 전기로 3위 강원산업, 콘크리트파일·레미콘업체 삼표산업, 철강재 유통판매 삼표상사, 산업기계생산 삼표제작소 등 29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무리한 철강분야 증설이 외환위기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주력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그 무렵 창업주가 타계한다. 창업주 2세 중 장남 정문원씨는 강원산업을 사돈집안인 현대차그룹 계열의 인천제철에 매각하고 재계를 떠난다.

차남 정도원 회장이 이끈 삼표 계열은 명맥을 이어간다. 2000년대 아파트 경기가 살아나면서 레미콘·골재 산업 위주의 삼표는 워크아웃 졸업한다.  삼표산업(레미콘·골재)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삼표피앤씨(콘크리트) 삼표레일웨이(철도) 등 국내계열사 27개를 가진 중견그룹으로 성장한다. 

정도원(74) 회장은 고(故) 이상순 일산실업 명예회장 딸 이미숙(63)씨와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첫째딸 정지선(49)씨는 1995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결혼한다. 둘째 정지윤(47)씨는 1998년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씨와 혼인한다. 막내이자 외아들 정대현(45) 대표는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인 구윤희씨와 결혼한다. 정 대표는 2006년 입사해 삼표기초소재, 삼표레일웨이, 삼표시멘트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는다. 2018년 초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부사장)에 취임한다. 명실상부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이듬해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장(사내이사), ㈜삼표 경영전락실장(사내이사), 삼표레일웨이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정 대표로 경영승계가 끝나 대관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ESG경영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이번 삼표산업의 중대재해 발생을 계기로 수면위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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