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무대가 선다는 것, 상상 안돼"
[인터뷰]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무대가 선다는 것, 상상 안돼"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1.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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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무대서 오는 생소함과 생격함 기대하길바라"
뮤지컬 배우, 그리고 프로듀서 정영주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돌아왔다.

앞서 수 많은 뮤지컬에서 그를 만나왔지만, 이 뮤지컬에서 그가 처음 등장할때 받았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배우 정영주 하면 이 작품이 떠오를 정도라고 해야할까.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정영주 배우에게 있어 많은 성장과 변화, 그리고 어려움을 주는 작품인 것 같았다. 그래서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작품이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신청했고, 12월 말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맞춰 공연장 내 일부 장소에서 안전 수칙에 맞춰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 나오는 사진의 경우 야외에서 촬영 당시에만 마스크를 벗고 찍었음을 미리 전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과 작사, 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작품은 남편을 잃고 집안의 권력자가 된 베르나르다 알바와 고압적인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딸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농가를 배경으로 극 제목과 동명의 인물 베르나르다 알바가 자신의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을 치르고 집에 돌아온 알바는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본능, 질투가 하나둘 터져 나오게 된다.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영주  안녕하세요. 저는 26년 차 뮤지컬 배우 정영주라고 합니다. 현재는 뮤지컬 <베르나르다알바 >의 제작과 배우 겸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Q. 초연 이후 학교 공연으로 많이 올라간다고 알려졌는데 본 적이 있을까 

정영주  예, 두 번 정도 봤었던 것 같아요. 초연 이후 학교 정기 공연이나 기말·졸업 작품으로 올라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사실 보통 연극과와 뮤지컬과 학생들 성비가 6~7, 남자가 3~4 정도 되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대부분의 작품들이 남자가 메인이다 보니 여자 배우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었는데 이 작품 이후로 그걸 상쇄시켜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실 이것도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작품이 공연계에 있어서 어떤 패러다임을 깨부쉈다고도 보여졌던 것 같다 

정영주  그래서 안타까워요.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전통을 고수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일본의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경우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다카라즈카 메인 배우가 되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죠. 우리도 충분히 훨씬 더 좋은 시스템 체계와 계념,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떤 면에서 전통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어떻게 보면 좋은 부분들을 카피하거나 가져와서 발전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우리 공연계가 어떻게 보면 편식을 하고 있지 않나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 공연계의 판도 또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모험, 항해를 떠난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초연 첫 무대와 마지막 공연, 그리고 재연을 앞두고 있는 소감은 

정영주  사실 초연 무대 총 21번의 공연에서 울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매회 공연에서 모든 관객분들이 기립해 주셨었거든요.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될까라는 마음도 들었죠. 사실 되는데 말이에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들이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 스스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도 그리고 공연을 하고 나서도 계속 이런 불균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만든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초연 배우들이랑은 그 이후로 "밥 먹자!" 하면 다들 한 집에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때 나눴던 대화들이 지금 재공연이 되기까지 많은 도움닫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백여 년 전 작품, 하지만 지금도 많은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공감을 하고 있다.  

정영주  달라지지 않았던 거죠. 이 작품과 관련해서 많은 평을 들었어요. 억압이나 구속, 자유롭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 욕망의 분출 등의 표현들이 많았죠.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라우면서 개탄스럽더라고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네, 변함이 없다는 것에 말이죠. 성을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엄연히 조물주가 균형을 맞춰 만들어주신 거잖아요. 이걸 굳이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려 애쓰지 않아도, 숨기려고 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리고 사실 그 시대에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지지를 받으면서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쓰였고 지금까지 이야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을 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그냥 여성이 가지고 있는 관습과 도덕에 관한 이야기에 몰두해 이 작품을 썼고, 우리는 그 작품을 이 시대에서 바라보고 해석했던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면서 그리고 공연을 하면서 계속해서 그 간극 혹은 그가 바라봤던 해석들을 찾아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사진 ⓒ 조나단 기자

 

Q. 재연으로 돌아오면서 수정되거나 보강된 부분이 있을까 

정영주  일단 캐릭터 분석에 더 집중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사건에 대하는 인물들의 톤이나 사이즈가 달라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딸들 중 한 인물이 어떤 대사를 하는 것과 관련해 이 대사를 왜 하게 됐을까라는 부분에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인물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연습을 하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초연 때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체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들이 정말 많이 고민하고 해석하고, 또 회의를 통해서 캐릭터를 만들면서 계속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고 있어요. 올드 멤버와 뉴 멤버 가리지 않고 부딪히면서 더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정영주  재공연에 대한 부담감은 있죠. 이 공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매니아층은 각자 마음에 자를 들고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그 잣대의 사이즈를 맞추려고 생각하다 보면 매 순간순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배우들이 더 집중하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초연과는 또 다른 무대와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한 만큼 새 술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초연이 아닌 재연이지만 초연처럼 우리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무대는 공연장의 규모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수정되고 디자인도 바뀌게 됐죠. 연출도 바뀌고 배우들도 더 늘어나는 등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새로운 무대에서 오는 생소함과 생경함을 기대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배우들 모두 관객들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Q. 다른 배우들은 어떤가. 

정영주  안 그래도 이야기를 했었어요. 초연 때 캐릭터를 고집하지 말자고요. 여러 상황들이 바뀌었고, 스태프들 또한 바뀌었다. 초연 때 두 스텝 만에 끝낼 수 있었던 부분들이 다섯 스텝을 가야 할 수 있다. 초연 때 손짓을 30센티만 해도 됐다면 지금은 더 가야 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 모두 고집하지 말고 열어두자. 몸이 이끄는 대로 가자고 말했었죠. 그러면서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기 해석에 대한 개성은 포기하지 말자고 말했어요. 그래서 사실 걱정은 되지 않아요. 지금도 배우들 모두 고집부리지 않고 더 좋은 걸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있거든요. 

Q. 맡은 배역 베르나르다 알바는 어떤 인물인가.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던 것 같은데 

정영주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녀가 만든 집이라는 공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인물이에요. 그녀는 빈틈없는 철옹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만들어왔죠. 그래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어려워하지 않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감정'적인 부분들이죠. 명령으로 통제하는 건 힘들어하지 않는데, 어떤 감정이 생기는 건 힘들어해요. 자기 손 위에 모든 인물들을 올려두고 편하게 아우르고 있다가도 그런 상황이 깨지는 순간엔 외면하게 되는, 그래서 그다음에 오게 되는 아픔이나 고통 또한 외면하게 되는 인물이에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베르나르다 알바가 참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밖에서 바라볼 때 모든 인물들이 다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겁이 나더라도 해보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국을 맞이했지만, 달라지지 않았죠. 외면하고 다시 문을 잠그죠.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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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섯 딸 들 중에서 누가 가장 베르나르다 알바와 가까울까. 아니면 그처럼 통제하고 외면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 

정영주  분석하는 과정에서 딸 들 이름이 한 번씩 다 나왔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셋째 딸 아멜리아였어요 너무나 순수하고 착하지만, 되려 그가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답습할 수 있겠다는 거였죠. 표면상으로 보면 사실은 조금 더 힘이 있어 보이는 막달레나나 마르띠리오가 그럴 것 같았지만 오히려 아멜리아가 더 표가 많았어요.  

Q. 그럼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 그 이후에. 모든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까 

정영주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베르나르다 알바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체제가 계속 이어져 갈 것 같아요. 그러나 멀지 않은 시기에 그 벽이 무너지겠죠. 앙구스티아스는 시집을 빌미로 혹은 아델라의 죽음을 계기로 그 집을 떠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멜리아는 엄마에게 가장 큰 쇼크를 주고 세계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죠. 막달레나는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그냥 그 체제 속에서 살아갈 것도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혼자 그 큰집에 덩그러니 남을 수도 있고요. 베르나르다 알바도 그렇죠. 그 집에서 폰시아랑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Q. 많은 관객들 혹은 배우들이 '문'을 열고 나오는 첫 신에서부터 한기를 느꼈다던데  

정영주  그렇다면 작품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사실 연습실에서는 정말 추운 데서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다들 꽁꽁 싸매고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항상 잔소리를 하죠. "양말을 무조건 두 개를 신어라!" "털 슬리퍼 신어!" "목도리 꼭 해"라고요. 그럼 "아, 그만 좀 하세요. 엄마. 귀에 못 박히겠어요!"라고 말해요.(웃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몰입을 잘해줬던 관객분들이 계시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사실 그 장면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모든 장면을 통틀어 관객과 배우들의 객석 간의 거리를 그 첫 신, 첫 호흡에 베르나르다 알바가 장악을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에너지도 그 장면 문 여는 순간에 쏟아요. 거기서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나머지 힘으로 공연을 이어나가지 않나 싶어요. 제가 노출되는 빈도는 적지만 그렇다고 놓고 있을 수 없거든요. 정신력이 정말 많이 소모되는 장면이라 체력 안배가 꼭 필요하죠. 모든 배우들이 마지막 신을 끝내고 커튼콜을 하고 무대 뒤로 들어가면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렸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다들 쾌감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초연이 끝나고 나서 "베르나르다 알바, 재공연간다"라고 말했을 때 다들 언제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 알겠어요. 엄마"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사실 초연 이후로 모일 때마다 다들 항상 물었거든요 "엄마, 이게 정말 올라가요?"라고요. 그럼 전 항상 답했죠. "어, 엄마가 올릴게"라고요. 그럼 항상 '우와' 하는 감탄사가 이어졌어요.(웃음) 

Q.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들 또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정영주  초연 이후로 "아니 그래서 공연은 언제 올려줄 거야?" 했었는데, 무대를 올리는 게 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Q. 정말 쉽지 않은 시기에, 쉽지 않았던 결정이었다 

정영주  미친 거죠. 그런데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주저앉고 싶지 않아요. 이게 어떤 신적인 존재에 의존하는 발언은 별로이지만 우리는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표현이 있었으면 하지만 우리는 이겨낼 거라고, 이미 여러 위기들을 잘 극복했었잖아요. 그리고 제발 공연이 마지막까지 큰 사고 없이 잘 끝냈으면 좋겠어요. 과거를 생각해 보면 예전에 객석에 두 명의 관객만을 앉히고 공연을 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때 태풍이 와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됐었어요. 관객들도 다들 안 왔는데 차마 취소를 못하고 갈 데도 없어서 그런가 커플 두 분이 오셨더라고요. 두 분밖에 없었지만 너무 재밌게 공연을 끝까지 봐주셔서 공연이 끝나고 같이 술 한잔하자고 했었어요. 수녀 복을 입고 물어봐서 그런가 당황해하셨었는데 알겠다고 하셔서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다섯 명의 수녀복 입은 배우들과 함께 술 한 잔을 하러 갔었죠. 곱창집이었는데, 그 두 분은 이제 결혼해서 한국에 안 사시는데 지금도 기억이 나요. 

그래서 사실 무대가 선다는 건 상상이 안돼요. 관객분들은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무대를 설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쇼 머스트 고 온'이라는 게 와닿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극장에서 영사기가 서는 것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알프레도 아저씨는 불타는 극장에서도 영사기를 돌렸는데, 우리도 그렇게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할 수 있고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해요.  

사진 ⓒ 조나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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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장면이 있다면? 

정영주  매일매일 바뀌는 것 같아요. 어떤 날은 그냥 제가 하는 대사가 다가올 때가 있고, 어떤 날은 딸들이 하는 대사나 장면이 되기도 하죠. 지금 이 순간 생각이 나는 건 마지막에 죽은 아델라를 두고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라고 딸들에게 말하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사실 도망가면 잠깐은 편할 거예요. 그런데 잠깐의 편함 이후 그들은 몇백 배 혹은 몇천 배를 후회할 수도 있죠. 그래서 그 불편함을 맞닥뜨리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또한 이게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Q. 공연이 얼마 안 남았는데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 또 다른 후배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정영주  갑자기 마이클 잭슨이 보고 싶네요. "You are not alone"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공식 자리에서 여배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페미니스트 아니냐', '남자를 싫어한다'라고 말하는데 전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이후에 어느 순간부터 균형이 깨졌지만요. 여자들 또한 성에 대해서 구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 강박에서 자유로워진다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제 친구 부부만 봐도 그 집에서 못질이나 전기 배선 바꾸고 일하는 건 제 친구예요. 친구 남편분은 살림을 맡고 있죠. 여자 배우들 또한 이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작품이랑 캐릭터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어요. 언제든 용기를 내라고요. 그리고 힘들다면 버텨라, 우리가 응원하겠다고요. 먼저 걸어나가고 있는 선배들이 더 좋은 길, 건강한 길을 닦아놓을 테니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협한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세상이 재밌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멈추지 않고 더 잘하고 더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Q. 초연과 재연,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을 것 같다 

정영주  아무래도 재연에선 배우라는 역할뿐만 아니라 제작자라는 역할이 추가되다 보니까 마음가짐 또한 달라지더라고요. 배우로서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사로서 보이는 게 더 있다 보니 쉴 수가 없어요.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면서도 어느 순간 일이 생기고 업무가 생기더라고요. 그냥 연기만 했을 때는 다른 부분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데 살림살이부터 배우 컨디션, 공연, 무대 모든 걸 신경 쓰다 보니 더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그게 고통스럽지만 즐길 수 있게 됐지만요. 이걸 계속 즐겨보고 싶어요. 처음 스트레칭을 할 때 2~3센티의 관절이 안 펴져서 안될 때 엄청 슬퍼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바닥과 일치해서 닿을 수 있었어요. 고통스러운데 어떤 쾌감이 있더라고요. 그게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괴롭지만 해 놀고 나면 그래도 잘했네라는 걸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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