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전쟁 나선 GS 4세, 이삭줍기인가 책임 경영 인가?
지분 전쟁 나선 GS 4세, 이삭줍기인가 책임 경영 인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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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홍·허준홍·허서홍, ‘후계구도’ 위해 지분확보 경쟁 나서나... 하락장에서 주식매수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각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 대기업 오너 일가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GS그룹 오너 일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를 두고 4세 경영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매집나선 GS 4세들
GS그룹 오너일가 4세들이 GS그룹 지주회사인 ㈜GS 지분 매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허세홍(50)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42) GS에너지 전무, 그리고 허준홍(44) 삼양통상 대표 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 주식을 올해 들어 2월에만 9차례에 걸쳐 총 27만8천여주를 사들였다. 이어 3월 들어서는 19일까지 11차례에 걸쳐 34만2천여주를 사들여 올해 들어 모두 62만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GS 주식 총 205만4천주(2.21%)를 보유하게 됐다. 허 사장은 허동수(76)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이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역시 2월에 4차례에 걸쳐 6만주, 3월에는 7만4천주 등 13만 4천주를 매입해 163만6천여주(1.76%)로 비중을 늘렸다. 허 전무는 허광수(74)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아들로 지난 2007년 홍석현(70) 중앙홀딩스 회장의 장녀인 홍정현(40)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기획위원과 결혼했다.

지난해 말 GS칼텍스 부사장에서 물러난 허준홍(44) 삼양통상 대표도 2월에 2차례에 걸쳐 10만 주를 매집해 총 208만주(2.24%)를 보유하게 됐다. 또한 허 대표가 최대 주주(22.05%)인 삼양통상도 지난해 20만주를 산데 이어 올해 들어 30만주를 매입해 총 50만주(0.54%)를 보유하게 됐다. 허 대표는 故 허정구 함양동상 명예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으로 이어지는   GS 허씨 일가의 장손이다.

이 밖에도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선홍(21)씨도 지난 13일 2만5천주를 매입해 35만3400여주(0.38%)로 보유 비중을 늘렸다.

오너일가 3세에서는 허태수(62) 신임 GS그룹 회장이 7차례 걸쳐 8만5천여주를 매입해 비중을 192만3천주(2.07%)로 늘렸다. 허 신임 회장은 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5남중 막내로, 허창수(71) 명예회장이 장남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GS의 의결권 있는 주식(보통주) 수는 총 9291만5천여주다. 올해 3월 17일 기준 오너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GS 지분은 49.86%에 달한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지분율 47.26%에서 불과 반년 만에 2.6%나 늘린 것이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로 허씨 일가에서 ㈜G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은 허용수(51) GS에너지 사장으로 5.26%(489만주), 허창수 명예회장이 4.75%(441만7천여주), 허연수(58) GS리테일 부회장이 2.46%(228만7천여주), 허남각(81) 삼양통상 회장이 2.32%(215만6천여주)순이다.

승계 구도 우위 확보
지난해부터 시작된 4세들의 지분 매입 경쟁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트 허태수’를 대비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계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분율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GS그룹은 장자승계, 형제 순차경영 등을 펼치는 여타 그룹과 달리 경영승계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확립되지 않았다. 그래서 4세들 중 누구라도 경영권 도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GS오너일가 중 올 들어 ㈜GS 지분을 늘린 것은 허태수 신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4세들 뿐이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GS 지분 확보에 나선 이유는 ㈜GS가 그룹의 주력회사들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GS는 GS에너지(100%), GS리테일(65.8%), GS글로벌(50.7%), GS홈쇼핑(36.1%) 등 GS건설을 제외한 GS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여기에 최근 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부터 4남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까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4세 경영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허씨 일가는 구씨 일가와 함께 LG그룹을 경영하던 시절에도 70대에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이른바 ‘70세룰’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허태수 신임 회장이 3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라는 예상과 몇 년 후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이어 받을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여파로 인한 주식시장의 폭락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GS의 최근 주가는 지난 3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3일 종가는 3만2600원이었고, 장중 52주 최저가인 3만2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22일 종가 5만3400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그만큼 적은 비용으로도 지분을 늘릴 기회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주식을 직접 증여하기보다 주가가 떨어졌을때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승계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상장사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 시점을 살펴보면 주가가 저평가될 때가 많다. 이는 상장사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자녀들의 경우 승계 비용을 줄여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뉴시스)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사진=뉴시스)

 

허창수, GS건설 독주 체제
한편 이러한 ‘승계 전쟁’에서 허창수 명예회장과 장남 허윤홍(41) GS건설 사장은 한 발 물러나 있다. GS건설이 지주사 체계 바깥에 있기 때문.

GS건설은 故 허만정 선생의 3남인 故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일가가 주요 주주다. 최대주주는 허 명예회장 장남인 허창수 명예회장(9.27%)이며, 허정수 회장(3.24%), 허진수 회장(3.8%), 허명수 전 부회장(3.06%), 허태수 신임 회장(1.91%) 등이 주요 주주다. 허창수 회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은 25.59%, 국민연금 지분율은 13.27%에 달한다. 허창수 회장은 ㈜GS와 GS건설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허태수 부회장은 GS건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GS건설은 허창수 명예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할 예정이다. 허 회장의 동생인 GS칼텍스 및 GS에너지 허진수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이사에 신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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