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미리 예방하자... 공연·가요계 '행사취소 및 방역' 나서
우한 폐렴 미리 예방하자... 공연·가요계 '행사취소 및 방역' 나서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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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종문화회관
사진 세종문화회관

공연문화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발생해 세계로 퍼지고 있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는 현재까지 비말(침방울)이나 접촉 등을 통해서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다중복합시설에 감염자와 함께 있는 경우 전염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던 확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곳들은 일제히 문을 닫고 방역에 들어갔다. 지난 3일까지 면세점 3곳, 영화관 2곳, 백화점 1곳이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에 들어간 상태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의 경우 국내 12번째 확진자가 20일과 27일 두 차례 방문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지난 2일 곧바로 영업을 종료하고 임시 휴업을 결정했으며, 제주 지역에서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각각 영업을 중단했다. 제주 여행을 하고 귀국 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관광객 A 씨가 이 지점들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군산점과 부천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각각 8번째 확진자와 12번째, 14번째 확진자 부부가 들른 것으로 확인됐다. CGV 성신여대점은 5번째 확진자가 방문해 지난달 31일부터, 성신여대점은 12번째 확진자로 인해 지난 1일부터 휴업 중이다.

이러한 문제가 심해지자 공연문화계 쪽 또한 비상이 걸렸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등 대형 극장들을 필두로 공연장 입구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비치하는가 하면 안전과 관련해 마스크 착용 등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내부 방역에 들어갔으며 다수의 공연장들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동극을 비롯해 소극장에서 올라가는 작품들이다. 아동극의 경우 면역에 취약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2월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 대다수가 공연 취소 및 연기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3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공연들은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들 역시 공연을 취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극장 또한 이번 사태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을 소유하고 있는 제작사들의 경우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해도 큰 상관이 없는데, 공연장을 대관해 작품을 올리려고 하는 극단들의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로 인근에 위치한 300석 미만의 소극장은 약 130여 개며 대다수가 민간 공연장이다. 최소 50석 규모에서 300석 규모까지의 소극장들의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처를 하기가 쉽지 않다. 대다수가 지하에 있는 공연장들이 많기 때문에 방역하는 데 있어서도 환기가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소극장협회 측은 안전을 위해 소극장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 소극장협회는 해당 공연장들에 무상으로 방역을 지원하며 1개 공연장당 총 10회 방역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1개 공연장당 손세정제를 2개씩 보급 지원한다. 마스크의 경우 아직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제작사 측 입장에선 쉽게 공연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자금이 투자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관객들의 몫이다. 다만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쉽게 '공연을 보지 않겠다'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와 공연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공연은 현장에서 보지 못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작품이라도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 그 차이 때문에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들도 있다.

다수의 관객들은 "일단 우리가 조심하면 된다"라는 입장이다. 일부 관객들은 "바이러스가 무섭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못 보는 것보다는 낫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연극 <환상동화>의 강하늘 회차, 5일 오후 3시 뮤지컬 <웃는 남자> 수호(엑소) 회차, 11일 개막 예정인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 회차들은 매진 상태였다. 해당 공연을 관람·예매한 관객들의 입장에선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힘겹게 티켓을 예매한 만큼 쉽게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한 폐렴' 등의 우려로 작품의 조기 폐막을 밝힌 공연은 뮤지컬 <위 윌 락유>가 유일하다. 영국 밴드 '퀸'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위 윌 락유>는 뮤지컬 배우들과 현역으로 뛰고 있는 가수들이 다수 캐스팅돼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다만 첫 공연 이후 관객들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가설극장이기 때문에 방역에 취약하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1월 말 조기 폐막을 알렸다.

공연계에 이어 가요계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걸그룹 여자친구는 새 미니앨범 '회 : 래버린스(回:LABYRINTH)'의 쇼케이스를 취소했다. 팬들을 상대로 하는 쇼케이스를 취소하고, 관객 없이 녹화해 방송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레미니선스(reminiscence)'를 발매한 '에버글로우' 역시 같은 날 오후 열 예정이던 팬쇼케이스를 취소했다. 5일 새 미니앨범 '#'의 팬쇼케이스를 앞두고 있던 걸그룹 '이달의 소녀'도 팬쇼케이스의 취소 의사를 밝혔다.

그룹 'god' 멤버 겸 솔로가수 김태우는 14, 15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11년 만에 열 예정이던 소극장 콘서트 '솔 풀'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팬들과 소속 가수의 건강을 위해 콘서트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8일 예정된 그룹 '위너'의 싱가포르 콘서트와 8, 9일 예정됐던 남매 듀오 '악뮤'의 창원 콘서트는 취소 결정됐다.

한편, 전국 공연의 예매 건수 등을 집계하는 공연예술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1일 전국 공연 건수는 243건·예매 건수는 3만 9636건이다. 지난달 토요일들을 살펴보면 4일 공연 건수 258건·예매 건수 7만 1331건, 11일 공연 건수 295건·예매 건수 7만 5458건, 공연 건수 308건·예매 건수 8만 2319건, 25일 공연 건수 98건·2만 937건이었다.

흔히 2~3월은 공연계에서 비수기로 통하는 달인 것을 감안해도 공연 건수와 관극 자체가 적은 설날 당일인 25일을 제외하면 2월 1일 예매 건수가 1월보다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나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이 일어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소극장과 작은 공연 관계자들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추경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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