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더블 딥 위기, 선제대응능력은 실종 했나
[이원두 경제비평] 더블 딥 위기, 선제대응능력은 실종 했나
  • 이원두 고문
  • 승인 2020.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선방했다’는 자찬의 축배가 끝나기도 전에 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고 더불딥(double dip: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의 위기를 맞았다. 직접적인 요인은 우한폐렴 여파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친 노동 반 기업 기조의 심화와 정책의 선제대응능력이 실종수준으로 약화된 데서 찾아야 한다. 선제 대응력은 없으면서도 일이 터지면 강도 높은 사후 처벌이나 징계를 통해 정책당국은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파생결합펀드(DLF)사태가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런 자세로는 우한폐렴 영향의 최소화는 고사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경제성장 동력이 제조업에서 모빌리티로 이행하는 대전환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우한 폐렴의 급확산으로 진원지인 우한뿐만 아니라 인근의 황강시도 외출이 금지되었다. 우리 정부도 후베이성 경유 외국인의 입국 거부조치를 취한 데 이어 제주도도 중국인 무비자를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서 미국에서 시작한 중국인 입국 제한 또는 금지 조치는 세계 60개국으로 확산 되었고 세계 30개 이상의 항공사가 운행을 중지함으로서 세계 인구의 20%, GDP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고립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구 이동이 제한되면 그에 따른 소비와 생산 등 경제활동 역시 힘을 잃게 마련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 5%는 작년 연간 성장률 6%를 밑도는 수준이며 이러한 중국의 저성장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현재로는 가늠조차 힘들 정도다.

우한폐렴에 따른 세계적인 경제적 손실은 무려 3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으며 불룸버그는 사스나 메르스의 4배 이상이 될 것이라 전망을 제사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 업계는 중국에서의 완성차 생산은 말할 것도 없고 부품조달 차질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플라이 체인의 붕괴가 장기화 될 경우 완성차 제조 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도 시야에 두어야 한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중국공장 가동 재개도 현재는 불안한 상황이다. 장기간 유지되어 온 부품 공급처를 단기간에 부작용 없이 대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반도체와 자동차는 여전히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와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우한 폐렴은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을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감퇴에서 벗어나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는 지금, 공급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곧 바로 국제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한번 떨어진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산업생산 증가율이 통계를 잡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래 최저수준을,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외환위기(1998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는 제조업의 쇠퇴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려주는 우울한 현상이다. 역성장을 기록한 설비투자가 주로 기계류(-8.8%)와 운송장비(-4.1%)에 집중되었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4분기에 생산 소비 투자지표가 개선되어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35개월 만에 동반 상승하는 등 경기 반등의 조짐을 보이다가 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음으로서 이른바 더블딥에 직면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만큼 선제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정책당국의 선제대응 능력은 어느 수준인가? 선제대응을 하려면 중장기 진단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국제 경제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또 때맞추어 진단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현재 세계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5G 통신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와 공유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이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역사적인 변혁을 의미한다. 여기에 효율적으로 순응하여 그 동안 확보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우한 폐렴이 이처럼 전 지구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권력과  행정시스템이 개입함으로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비록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으나 위생을 비롯한 사회 기반 시설과 정치권력을 포함한 사회지도층과 국민의 인식 수준이 경제력을 따르지 못하는 이중성이 특징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제조업 중심 체제에서 모빌리티와 공유경제 중심으로 이행하는 세계적 조류에 선제대응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문함으로서 정책당국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