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제35화 ‘거기는 안 돼요’
[기업소설] 직장의 신-제35화 ‘거기는 안 돼요’
  • 이상우
  • 승인 2019.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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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감나무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요?”
“감나무?”
조민지의 질문에 박민수는 어리둥절해졌다.
“경상남도 진영, 산청, 함안, 그리고 경상북도 상주, 충청북도 영동, 대강 이런 곳이에요”
“그래요? 갑자기 감 장사를 하려는 거요?”
“ㅋㅋㅋㅋ...”
조민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한참 웃었다. 웃는 모습이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박민수는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그 감나무들을 사들이는 거예요. 3공 시절에 유실수 심기 운동을 해서 감나무, 밤나무를 많이 심었으나 그것이 돈은 되지 않고 지금 헐값에 나와 있거든요.“
“그걸 사서 뭐해?”
“며칠 전 골프 연습장의 대성황을 보셨지요. 우리 그룹이 레저 산업을 시작 하는 겁니다. 그 골프채는 무엇으로 만드는지 압니까? 옛날에는 감나무를 깎아서 만들었습니다.”
“그건 그때 이야기죠.”
“감나무와 밤나무등 유실수 심기 운동으로 전국에 단지가 수없이 형성되어 있어요. 그 결과 감 값과 밤 값이 폭락해 그것을 따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시골 마을 마다 감과 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천덕꾸러기가 된 셈이지요.”
조민지는 그의 사업 계획에 대해 계속 해서 열변을 토했다.
“헐 값 일 때 감나무를 몽땅 사 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밭이나 산은 팔지 않고 감나무만 팔려고 할까?”
듣고 있던 박민수가 이의를 제기했다.
“예. 잘 보셨어요. 더러는 밭이나 산을 사야 할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는 골라서 쓸 만한 산이나 밭을 함께 사는 겁니다. 야산 같은 것을 헐값에 살 수 있지만 장차는 상당히 쓸모 있는 땅이 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제조업이나 종합상사만으로 돈 번 줄 아세요? 실제로 큰돈을 번 것은 모두 땅장사랍니다.”
“하긴 그럴 거야.”
박민수는 조민지의 통찰력이 내심 대견스러웠다.
“감나무를 독점으로 사들여 돈을 벌고 나무 베고 난 자리는 아파트나 콘도 같은 것을 짓거나 아웃도어의 꽃이라고 하는 오토캠핑장을 세워 또 한 몫 할 수 있을 거예요.”
“콘도?”
“콘도도 앞으론 유망한 레저 업종이 될 거예요.”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시기상조가 아닐까?”
 박민수는 맥주잔을 훌쩍 비운 뒤 한 병을 더 청했다.
 
한 병을 비웠지만 반은 조민지가 마신 셈이었다.
“모든 사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 할 때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할 때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외국의 성공한 경영인들이 쓴 성공담을 보면 대개가 그렇거든요.”
조민지가 새로 딴 맥주병을 들고 박민수의 잔을 채웠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점점 비대해져 가고 농어촌은 쪼그라들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이렇게 되면 도시 사람들은 삶의 터전 아닌, 향수의 터전, 여가이용의 터전으로 농어촌을 그리워하게 된답니다. 거기다가 소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속도는 대단히 빨라질 거예요.”
두 사람은 12시가 거의 되도록 사업전망에 대해 토론을 했다. 토론 이라기보다는 조민지가 하는 이야기를 박민수가 경청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이제 그만 가지. 우리 주제에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박민수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벌써 두 사람이 맥주를 여덟 병이나 비워 가슴이 얼얼한 지경이 되었다.
“거, 박 선배는 그게 탈이에요. 우리라고 왜 그런 사업계획을 못 세우나요?”
“내 말 뜻은...”
“황당무계한 꿈이라고만 생각하나요? 두고 보세요. 나는 사장님을 설득해서 이 일을 꼭 이루고 말테니까. 자, 가요.  이번에는 내가 낼 게요.”
조민지가 핸드백을 어깨에 둘러메면서 일어섰다.
다리에 힘이 약간 풀렸다.
그들은 택시를 타고 조민지가 집의 골목 어귀까지 왔다.
“여기서 이제 돌아가요. 오늘 저녁 미안 했어요.”
조민지가 약간 상기한 얼굴로 작별 인사를 했다.
시계는 벌써 새벽 1시를 넘고 있었다.
차도 들어 갈 수 없는 달동네의 입구에는 가로등도 멀리서 비칠 뿐이었다.
“정말 혼자 이 골목으로 갈 수 있는 거요?”
박민수가 헤어지기 아쉬워 달동네를 향한 좁은 언덕길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염려 말아요. 자 악수!”
조민지가 손을 내밀었다.
“조금만 더 바라다 주지.”
박민수는 결심을 한듯 내민 조민지의 손을 잡고 골목어귀로 들어섰다.
“싫어요.”
조민지는 그렇게 말 하면서도 박민수가 하는 대로 따라 걸었다.
몇 발자국 가던 박민수는 한손으로 조민지의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조민지를 자기 가슴에 포근하게 안았다.
“민지야.”
박민수는 조민지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이듯 불렀다. 퉁퉁 뛰는 그의 가슴 고동이 조민지에게 전달되어왔다.

“예!”
조민지도 조용히 대답했다. 그 때 박민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두 팔로 조민지를 감싸 안았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조민지의 입술을 우악스럽게 덮어 버렸다.
조민지도 뛰는 가슴을 느꼈다. 그러나 이것이 술기운이려니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의 포옹은 멀리서 바치는 달빛으로 인해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민지는 정말 맹랑한 여자야.”
“응... 맞아.”
두 사람은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박민수는 조민지를 옆의 담벼락에 밀어 붙인 뒤 더 격렬한 입맞춤을 퍼부었다.
조민지는 최면술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행동도 못하고 그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박민수는 한 손으로 조민지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은 채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다른 한 손은 조민지의 블라우스를 헤집고 가슴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은 마침내 브래지어 까지 밀어내고 나긋하고 세상에서 가장 촉감이 좋은 유방을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음...”
조민지는 가벼운 신음을 토했다.
젖가슴을 유린하고 있던 박민수의 손이 이번에는 스커트 밑으로 들어갔다.
숲을 헤치고 은밀한 곳에 손가락이 닿았다. 촉촉하고 매끄러웠다.
“거기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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