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배우 이태은, "텍스트를 숨쉬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싶어"
[인터뷰②] 배우 이태은, "텍스트를 숨쉬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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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하고 존경하는 선배이자 언니 전미도 배우님이 롤모델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다"

앞서 진행된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의 나팔수 나팔역의 이태은 배우와의 인터뷰와 이어지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Q. 윤동주 시인의 팬이라고 알고 있다.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시인 역을 맡은 강하늘 배우가 같이 캐스팅됐을 때 놀라지는 않았나.

A.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저는 정말로 윤동주 시인도 그렇고 그가 남긴 시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죠. 그 시 속에 남겨진 문장들과 이야기에 감탄과 감동을 받았죠. 정말 구할 수 있는 책은 다 구해서 읽었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직접 갔었죠. 이준익 감독님이 제작한 영화 <동주>도 4번이나 봤어요. 영화관에서 두 번을 봤고, 시간이 날 때 구매해서 집에서도 봤을 정도였죠. 윤동주라는 사람에 대해서 대단하게 표현하거나 미화시키려고 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동주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봐서 그런가 강하늘이란 배우를 처음 봤을 때는 크게 놀란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정말 윤동주를 좋아해서 영화를 많이 봤다'라고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자기 또한 동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친해지게 됐던 것 같아요. 앞에서 말했듯이 강하늘 배우가 맡은 역할 때문에 그런가 어쩔때는 철없는 팔도의 엄마같은 느낌도 들지만 같이 작업을 하면서 정말 성실하고 열려있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됐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웃음)

 

 

Q. 데뷔한지 10년 정도 지났다.

A. 넓게 보자면 10년인데, 정확하게 보자면 8년이에요. 제가 25살 때 데뷔했는데 지금은 33살이니까요.

Q. 앙상블로 시작해서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올라왔다. 배우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얼마 전에 뮤지컬 <호프>라는 작품을 봤었거든요. 호프라는 여자의 일대기가 그려진 작품이죠. 그 작품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정말 연기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는 여배우들이 많구나란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죠. 정말 좋은 작품은 많고, 연기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도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배우로서 부족하거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하고 싶은, 욕심나는 작품은?

A.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그 결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서 그들의 사랑과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픔이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인데다가 백석 시인의 동명의 시를 작품으로 옮긴 뮤지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나단 라슨의 팬으로서 <렌트>라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렌트>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지금 맡고 있는 배역이랑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배역들을 꼭 해보고 싶어요. 한 작품 더 추가하면 <위키드>에서 제가 커버를 두 번 했었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글린다 역할이었죠. 초연 때부터 재연 때까지 참여했는데,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리허설은 정말 많이 했는데, 공연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이나 기분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요.

 

Q. 배우가 된 계기가 있을까.

A.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캣츠>라는 뮤지컬을 처음 봤었거든요. 그때 그걸 보면서 인간이 동물을 표현한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런 뮤지컬을 한다고는 생각을 안 했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공연의 한국 초연 공연을 봤었거든요. 예수님의 일대기를 수많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분노하는 군중이 되기도 하고, 구걸하기도 하는 등 많은 롤들을 그 배우들이 소화하고 있더라고요. 한 작품 내에서 정말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걸 보고 멋있다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수나 마리아도 엄청 멋있었는데 앙상블이 만들어 나가는 이미지가 너무 멋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죠. 그걸 보고 아 매력 있다고 느꼈다면, 옥주현 배우님의 <아이다>라는 작품을 보고 배우가 돼야겠다고 확실한 생각을 하게 됐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나쁘진 않지만 무대 위에서 보이는 캐릭터, 배역이 정말 멋있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어서 대학입시를 급하게 준비해서 쳤는데 처음에는 실패했죠. 그래서 이걸 포기해야 되나 재수를 해야 되나 고민했었거든요. 그때 봤던 작품이 배해선 선배님이랑 최정원 선배님의 <시카고> 였어요. 사실 오늘도 시카고를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 공연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어요. "지금 포기하면 정원 선배님 나이 때 나는 무대 아래서 공연을 보고 있겠지, 그런데 포기하지 않으면 저 무대 위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해 대학교에 입시한 게 차례대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Q. 첫 작품은?

A. <닥터 지바고>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고, 그다음에 <그리스>란 작품을 했습니다.(웃음)

Q. 앞서 3월 1일 공연에서 가슴 벅찬, 말로는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걸 제외하고 '아 난 정말 배우하기를 잘했다'라고 생각났을 때가 있다면?

A. 사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요. 두 가지 정도 이야기를 하자면 SNS와 편지를 통해서 정말 진정 어린 마음을 적어서 보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정말 잘 봤다. 배우가 돼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 나 정말로 잘하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건 조금 웃긴 에피소드이기도 한데, <위키드>라는 작품을 하고 쉬는 기간에 브로드웨이에 가게 됐었거든요. 그때 위키드 제작진 측에 연락해서 브로드웨이에서 <위키드>를 봤던 거요. 브로드웨이에서 <위키드>라는 작품은 할인이 정말 없는 편이어서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면 정말 어렵고 좋은 자리를 구하는 건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그런 작품을 정말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봤다는 게 저 자신한테 뿌듯하기도 했고 기뻤던 것 같아요.

 

Q.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A. 요즘 드는 생각인데요.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없어지거나 다친다면 거기서 오는 상실감 또한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서 무언가를 크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연습을 하고 있죠.

Q.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는 인생 선배, 혹은 누군가의 옆집 누나, 언니로서 배우라는 직업을 따라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보이는 화려함 때문에 이 길에 들어서는 거라면 좀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시작하면서도 저 자신한테 이런 생각을 주입했었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을 포기하더라도 꼭 해보고 싶었고 하고 싶었어요. 일단 정말 하고 싶다면 해야 되는 거지만 이 일 또한 절대 쉽지 않고, 인생에 쉬운 일은 정말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휘둘리지 않을 각오를 했으면 좋겠어요. 힘든 일은 생길 거고 그걸 이겨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Q. 나 이태은은 어떤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나

A. 제가 정말 가까우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가 한 분 있는데, 전미도 배우님이세요. 이번 작품에서 나팔 역을 연습하고 배경을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았어요.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공연에 들어가거나 작업을 하면서 상의를 많이 하거든요. 늘 정말 아낌없는 응원과 찬사를 해주고 있어서 언니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미도라는 배우는 정말 한 줄의 텍스트를 살아있게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요. 언제나 모든 배역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죠. 그래서 같이 공연을 하는 배우들을 비롯해 창작 진들에게도 힘이 되는 배우시거든요. 그래서 저 또한 모두에게 인간적으로, 이성적으로 다가가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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