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최대 3곳에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신탁업 경쟁 제고를 위한 신규 인가 추진 방안'을 발표하자 국내 증권사들 발등에 불이 붙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관리, 개발, 처분하고 이익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사업으로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유지해오던 빗장을 풀기로 결정한 것. 이로써 지난 2009년 이후 신규 진입 없이 부동산 신탁회사 11곳이 유지해오던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26~27일 이틀간 접수한 결과에 따르면 신영자산신탁, 제이원부동산신탁, 대한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연합자산신탁 등 12개 회사에서 부동산신탁사 예비 인가를 신청했고, 이중 8개 증권사가 단독형태 또는 자산운용사와의 컨소시엄을 맺거나 금융지주사와의 협업 형태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계열 증권사 대신 지주사가 나섰으며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네트워크와 함께 신청했다.
부국증권, 대신증권은 단독으로 신청했고 마스턴투자운용은 이지스자산운용, 키움증권, 현대차증권과 함께 참여했다. 신영증권은 유진투자증권과, 바른자산운용은 SK증권과 뛰어들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미래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분야가 투자은행(IB)과 부동산금융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초 NH투자증권이 정영채 사장을 CEO로 선입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12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유상호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리고 정일문 사장으로 세대교체한 것도 무관치 않다.
초대형 IB가 증권업계 핵심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IB 인력 중심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신탁업으로 한정할 경우 증권사들은 단순 대출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넘어 부동산 개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투자 가치도 높다는 의견도 다수다.
신한금융지주는 10년전 100억원 수준이었던 아시아신탁사 지분 60%를 지난달 1934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바 있다.
당장의 부동산신탁 영업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효과가 없더라도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가치 상승시 되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부동산신탁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라며 "사실상 과점 체제를 유지해온 부동산신탁업 라이센스를 보유할 경우 신성장동력원을 하나 더 가질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해당 기업들은 금융감독원 및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내년 3월 중 예비인가(최대 3개사)를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