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회장, 지배구조개편 단행 중 몸살 '내막'
김태오 DGB금융회장, 지배구조개편 단행 중 몸살 '내막'
  • 이남경 기자
  • 승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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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후보자 요건 및 검증 절차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편안 통과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거센 반발...외부인사 앉히기 위한 꼼수 주장
김태오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배구조개편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성공한 뒤 빠르게 그룹리스크 해소에 나섰던 김 회장이 그룹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등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 지배구조 개편이 완전히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힘든 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취임 갓 100일을 넘겼던 김 회장의 소원이 이뤄졌다.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및 현대선물 손자회사 편입 승인이 각각 떨어진 것. 이 덕에 김 회장이 목표로 하던 ‘영업망 전국화’에 가까워졌다.

김 회장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 박인규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의혹, 채용비리 등의 오너리스크를 껴안은 DGB금융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며 취임했다. 한동안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보류되고 있었던 상황이라 김 회장의 어깨가 무거웠다. 외부출신이라는 점에서 퇴직 임원들의 반발도 거셌지만 이를 이겨내고 김 회장은 인수전을 무사히 성공시켰다. 김 회장은 이제 그룹정상화를 위해 남은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 경영에 속도를 붙일 일만 남았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9일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주회사가 대구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관리 및 추천을 맡고 최고경영자 후보자 요건 및 검증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선임절차, 외부평가 절차 등도 엄격히 규정했다. 이는 김 회장이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사회의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이에 CEO 후보 검증이 강화된다. 이와 관련해 임기 만료 40일 전부터 승계 절차를 밟는 기존 규정으로는 후보 검증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결과 승계 절차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지주회장은 최소 6개월~1년 전, 은행장은 최소 3개월~6개월 전 승계 절차를 시작한다.

CEO 선임 과정에는 외부 전문기관 등 다양한 검증을 거치게 된다.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아울러 CEO 후보 임원은 최고경영자의 자격 요건에 부합하도록 체계적인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의무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대구은행장의 자리가 비어있는 대구은행 이사회와 대구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졌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대구은행 내부 인사 중 지주회사가 내세운 요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외부 인사를 대구은행장에 앉히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20년 이상의 금융회사 경력이 있으면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했으나 등기임원 경험, 은행사업본부임원경험, 은행 외 지주사 및 다른 금융회사 임원 경험 등이 요건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임원 가운데 일부는 앞서 언급됐던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리스크 등에 연루된 혐의로 행장에 오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장의 요건이 강화되면 내부은행장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DGB금융지주 측은 대구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려는 입장이다. 다만 대구은행은 이와 관련해 지주 권한이 더욱 커지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은행 노조 역시 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구은행 민주 노동조합(2노조)는 김회장이 1인 독점 지배구조를 만들어 은행장 자리까지 차지해 장기 집권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1노조)는 지주회사와 은행의 갈등으로 직원들이 불안해 한다며 합리적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허나 대구지역의 시민단체와 사회단체 등으로 이뤄진 대구은행 부패청산시민대책위원회는 대구은행 내부 출신 인사들이 새 행장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김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취지에 맞게 DGB금융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반발로 그룹 정상화가 다소 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 회장은 그룹정상화를 위해 기업의 문화 역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그 중 소통을 통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공정한 인사와 성과 보상, 폐쇄적 조직문화 탈피,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지속가능협의회를 설치해 모범적인 지배구조와 경영문화를 갖추는 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김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전문 CEO 경영으로 자율성을 최대한 독립하기 위한 경영의 큰 틀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우선 과제로 삼아 이끌었다. 아울러 내부개혁까지 이뤄내 각종 비리와 연루된 임직원 들을 교체하고 일명 ‘박인규 라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하이투자증권 M&A에 공을 많이 들이고 조직 장악력을 확보했다는 평이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며 DGB금융은 지방금융 최초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전 부문을 아우르는 사업 라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이에 그룹의 IB(투자은행) 역량 강화, 직접금융 상품 제공, 연계상품 확대를 통한 계열사 간 공동마케팅을 통해 수익원 다변화를 꿰하며 혁신 경영을 이뤄나갈 것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앞으로 혁신적이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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