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前 관계자, “2008년 호반건설 탈세제보 있었다”
[단독] 국세청 前 관계자, “2008년 호반건설 탈세제보 있었다”
  • 한원석
  • 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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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징크스 ‘승자의 저주’에 빠지나
"호반 관련 자료 국세청 캐비넷에 있을 것"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우선협상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던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발표할 당시부터 업계는 호반건설의 인수의향에 의구심을 보였다.

그간 호반은 M&A업계의 ‘단골’이면서 ‘시장의 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직 국세청 고위층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호반건설의 탈세 제보가 넘쳤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호반건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호반건설은 또 철수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대우건설의 적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인수를 취소했다. 대우건설은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대우건설은 M&A시장의 대어지만, 모기업을 잡아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9년 대우그룹 공중분해 이후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에 인수됐다가 승자의 저주가 되어 금호그룹을 해체시켰다. 이후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어 매각을 추진했다. 이번엔 호반건설이 덥석 대우건설을 물었다. 하지만 부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손을 뺐다.

대우건설 매수철회 내막
최근 본지는 전직 국세청 최고위층 인사를 만나 호반건설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을 입수했다.

이 인사는 “호반건설이 생각보다 부실하다. 과거 호반건설에 대한 탈세제보가 국세청에 쏟아졌다. 당시만 해도 호반건설의 규모가 크지 않아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는 그 많은 제보가 국세청 캐비넷에 쌓여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우건설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 기업의 부실이 편안할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형 M&A등을 거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호반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재계서열은 물론 건설업계 수주 순위도 2~3위로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국세청 세무조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호반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 제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절대 인수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매수 철회에 재계는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철회이유로 지난 7일 대우건설이 공시한 2017년 잠정실적에서 해외 발 악재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을 들고 있기 때문. 모로코 사피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생긴 약 3~4000억원의 추정 손실을 반영했다.

M&A시장에서 이 같은 일은 보편적이다. 실사 과정에서 가격을 깎으면 된다. 오히려 실적을 이유로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호반 측은 “해외 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문제를 접하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인수 철회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호반건설은 자신의 패를 다 보여줬다.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이는 언제든 회사가 어려워 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호반건설 M&A팀은 예비실사 과정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만 살펴봤을 뿐 4분기 부실에 대해서는 살피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M&A에 나서는 기업답지 않은 태도라는 게 M&A업계의 진단이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보통의 M&A에서는 실사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날 경우 인수대금을 조정하거나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호반 측의 발 빠른 철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실적은 증권사들이 예상한 영업이익 5000억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예상 못한 손실을 이용해 가격을 깎는 방법도 있는데 곧바로 인수 포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 연루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커넥션’에 부담을 가져 M&A 철회를 결정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와 호반건설의 연루설을 제기했다. 정권 차원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꺼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혈세 공적자금 3조2천억원 투입해 반토막인 1조6천억원에 팔아 제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다시 묻는다, 대체 호반건설과 무슨 관계인가”라고 거듭 정부와 호반건설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호반건설은 M&A 시장의 적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가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를 한다. 호반건설은 최근 3년 동안 10차례의 M&A에 참여했다. 2015년 금호산업부터 2016년 울트라건설·동부건설·보바스병원, 2017년 SK증권·제주 퍼시픽랜드·한국종합기술·블루버드CC·리솜리조트와 대우건설 등이다. 건설사부터 시작해 병원·증권사·리조트업체·골프장까지 다양하다.

호반건설은 M&A가 있을 때마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작 호반건설이 인수한 것은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울트라건설(208억원)과 테마파크인 제주 퍼시픽랜드(800억원) 밖에 없었다. 1000억원이 넘는 M&A를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다. 굵직한 이슈마다 이름을 걸어놓고 자금력 등을 과시하려 했다.

전직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호반의 재정상황은 생각보다 취약하다. 대형 M&A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도 이런 이유 같다. 잘못 발을 들여 놓았다간 그룹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국세청에 알아보라”며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의 저주
그동안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기업들은 많았다. 그러나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기업은 호반건설이 유일했다. 기업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소극적인 것도 경기침체보다도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과거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던 금호그룹이 건설경기 위축으로 낭패를 보다 호반건설까지 포기하면서 ‘승자의 저주’라는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있다. 호반건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전직 고위층의 제보처럼 국세청의 캐비넷에 숨겨진 파일이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문 대통령과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 만큼 차기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저주를 딛고 어떤 변화를 보여줄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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