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STX조선, 빅3 합병설 ‘모락모락’
성동·STX조선, 빅3 합병설 ‘모락모락’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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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부 장관, 조선3사에 인수 타진설... 산업부 해명에도 의혹 증폭

정부가 ‘조선 빅3’에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타진했다는 설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1조원 규모의 기업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키로 하면서 시장중심 구조조정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3일 <매일경제>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관계자와 2일 만나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백 장관이 조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성동조선해양 때문에 고민이 많다.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부실 조선사에 대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백 장관 발언을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인수 의사가 있는지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 회사 내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논의까지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산업부 장관이 조선 3사 관계자에게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통해 밝힌 시장 중심 구조조정 방침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8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방식을 국책은행 주도에서 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1조원 규모의 민관 구조조정 펀드를 꾸리기로 한 것. 펀드가 국책은행에서 부실기업의 채권을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김 부총리는 “재무적 관점에서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회계 실사와 함께 외부 컨설팅 등도 받아 산업적 관점의 대안을 검토해 최선의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사 결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와도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살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되면 회생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작년 실사보고서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파산 절차로 가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12월 중소 조선소에 대한 처분을 일단 유보한 뒤 처리 방향 재검토에 나섰다.

백 장관은 지난달 28일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연이어 방문한 자리에서 “구조조정 시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는 퇴출하는 게 맞지만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면 중소 조선소 보호 차원에서 두 회사를 존속시킬 수도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삼정KPMG를 2차 외부 컨설팅 기관으로 선정하고 신속하게 두 회사에 대한 실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구조조정의 맥락상 결국 두 조선사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구조조정 시기를 미룬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조선업 불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막 회복하려는 대형 조선사가 두 업체를 떠안을 경우 업계 전체가 부실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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