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소기업 기술탈취 ‘갑질’ 논란
현대차, 중소기업 기술탈취 ‘갑질’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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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 1심 패소... 홍종학 중소기업부장관, 기술탈취 손볼까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한 중소기업이 굴지의 재벌 대기업 현대차를 상대로 한 특허소송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허심판원은 21일 현대차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소송은 이제 시작이다. 특허소송에 민사소송까지 첩첩산중이다. 최소 3년 이상 걸릴 이 과정을 영세한 중소업체는 견디기 힘들다. 이에 대해 신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에 대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취임 일성으로 대기업의 ‘기술탈취’문제를 손보겠다는 홍 장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가 ‘도덕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술을 인정한 적도 없고, 도용한 적 역시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술 탈취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이긴 중소기업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은 21일 미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 비제이씨(BJC)가 지난해 4월 현대차의 ‘도장설비 악취 제거를 위한 미생물제 특허’를 상대로 낸 특허무효 심판청구에서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비제이씨의 특허만 인정한 것이다.

특허심판원은 현대차 특허의 10개 청구항(특허의 권리범위를 설명한 항목)에 대해 “모두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특허가 출원 당시 ‘선행 기술’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특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특허 명세서엔 미생물제의 구체적 반응과 배합비율 등에 대한 내용도 충분하지 않다고 특허심판원은 지적했다. 이 결정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재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용설 BJC 대표
최용설 BJC 대표

비제이씨는 현대자동차가 당사의 기술 관련 핵심 자료 공개를 요구한 뒤 이를 그대로 베껴 현대자동차 내에서 사용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 업체 주장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비제이씨의 폐기물 정화 약품인 ‘미생물’을 그대로 베꼈다는 것.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4월부터 현대차에 미생물제를 납품하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제이씨는 자동차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 신기술을 개발해 현대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2006년 8월, 비제이씨는 이 미생물제에 대한 특허를 현대차와 공동으로 출원했다. 최 대표는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2013년 11월, 현대차는 비제이씨에게 미생물제와 관련된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이후 2014년 3월까지 5개월동안 비제이씨는 이와 관련해 자비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2014년 1월, 현대차는 경북대와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다. 최 대표는 현대차가 비제이씨에 테스트를 시키기 전에 경북대와 산학협력을 미리 짜놓았다고 주장한다. 2013년 11월 5일자로 ‘산학협력 하겠다’는 기안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결국 2015년 1월, 현대차와 경북대는 공동으로 자동차 도장설비 악취제거 기술 특허를 출원한 뒤, 그해 5월, 현대차는 비제이씨와 미생물제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탈취한 뒤 이를 경북대에 그대로 전달해 ‘유사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지난해 4월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국감에서도 제기된 기술탈취 의혹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산자위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과 김경수 의원이 다뤘다.

이어 올해 국감에서는 교문위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지난 10월 31일 교문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현대자동차가 경북대학교하고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차는 10년 넘게 거래하던 BJC라는 중소업체의 미생물 정화기술 그리고 이 정화 테스트 결과 심지어 BJC의 미생물까지 탈취해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전달해 준다. 그리고 경북대는 이렇게 제공받은 기술로 유사 기술을 개발해가지고 특허까지 등록을 했다”며 “현대차에서 이 일을 담당하던 직원은 당시 경북대 석사 과정이었는데 자신의 석사 논문에 이렇게 기술을 탈취한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써 가지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은 현재 도산 상태에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은 이어 “기술 탈취는 타인의 연구 성과를 가져다가 기술과 재산을 모두 빼앗는 명백한 절도 행위이고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도산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논문 표절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16일 경제민주화네트워크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술탈취 근절대책 마련과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이학영 의원과 홍익표·박정·어기구의원, 현대차와 한화에 기술 탈취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변 김남근 부회장과 특허변호사회 손보인 변호사는 특허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계 법률 개정을 통해 ‘기술’요건을 완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을 도입해 기술탈취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는 한편, 피해자가 부담하는 입증책임을 완화해 실효성 있는 근절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경험한 기술탈취 사례는 최근 5년간 527건, 피해신고액이 3063억 6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또한 기업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2천여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기 때문에 연구소를 미보유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까지 포함하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비제이씨가 공정위에 기술탈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를 신고한데 대해 공정위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최근 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을지로위원회가 나셔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1심이 끝났다.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된 소송전을 중소업체는 감당하기 힘들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제이씨 최 대표는 27일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제안 페이지에 ‘기술탈취 피해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7년간 소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수사기관이 조사하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2350?navigation=petitions)

최 대표는 이 청원에서 ‘법원, 공정위, 기술분쟁조정위의 구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미흡하다’며 ‘기술탈취 여부는 수사당국이 밝혀줘야 한다’고 청원했다. 그는 ‘기술탈취는 절도나 상해사건과 동일하다. 기술탈취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자인 대기업을 조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에 기술탈취 사건을 담당하도록 하고, 초기에 수사만 해준다면 기술탈취 사건들은 해소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기업이 자신의 직원들에게 기술탈취를 장려하는 잘못된 관행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12월, 비제이씨는 환경부의 제2012-590호 공고를 통해 제384호 신기술인증서를 받았다. 환경부 인증도 받을 만큼 실력있는 중소기업이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는 구제받을 수 있어야한다는 게 국민들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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