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권오준 연임 성공 뒷말 무성한 내막
포스코 권오준 연임 성공 뒷말 무성한 내막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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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이어 안종범에 인사 문제 문자 메시지 보고 논란
▲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회장의 연임 성공에 뒷말이 무성하다.

권 회장은 3월 10일 정기주총에서 선임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최순실이 회장 선임에 개입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 수사의 결과에 따라 포스코 내부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자격심사 과정에 CEO추천위 관계자와 여러 차례 비밀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비설과 공정성 훼손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포스코 측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본인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명하는 자리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해명했다. 이어 “7(CEO추천위) 회의가 있었는데 누구를 만났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의 연임에 재계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분위기다. 권 회장은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가 권 회장의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것.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권 회장이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권 회장이 연임됐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수사를 받는다면 포스코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 침체로 철강산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권 회장 수사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다른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 수사가 오히려 권 회장의 연임을 돕는 결과가 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내부사정에 정통한 A씨는 “권 회장은 CEO추천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대선이 끝나면 정치권의 외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외압을 막고 총대를 메고 물러나겠다’고 설득했다. CEO추천위에서도 차기 회장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권 회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사외이사 6명 전원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권 회장을 차기 CEO로서 자격심사를 실시했다. 자격심사 기간 동안 권 회장은 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를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B씨는 “(25일 연임 확정 전에)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권오준 회장의 연임을 확정해 놓고 고민하는 척 쇼를 했다. 24일부터 모 일간지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CEO추천위의 결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최순실 씨의 권 회장 선임과정과 대가성 보은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권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만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임결정 하루 전인 24일 <한국증권신문>에 제보를 해 온 포스코 관계자 C씨는 “엊저녁(23일)은 물론 오늘(24일) 아침 사외이사들하고 권 회장이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거기서 사실상 연임결론이 났다고 하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CEO추천위원들 모두 공범이다. 절차는 무시하고 뒤에서 쇼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고발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3일부터 25일까지 본지에 포스코 회장과 관련된 제보가 쏟아졌다. 대부분 권 회장과 추천위원간의 유착으로 연임이 이미 결정됐다는 것이다. 25일 오후 권회장의 연임이 결정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포스코 이사회는 CEO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권 회장이 차기 CEO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결과를 받고 임기 3년의 회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권 회장에게 닥친 문제는 로비 의혹만이 아니다. 특검의 칼날도 차츰 다가오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권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임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권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25일 당일 연합뉴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권 회장에서 '낙하산 인사'를 보고한 사실을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검도 최순실, 청와대의 포스코 인사 개입과 권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해 2월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 인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임원진 관련 명단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2015년 12월 ‘VIP’라는 단어와 함께 적혀 있는 10여 명의 명단이 있었다. 이는 청와대가 포스코 인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4년 권 회장의 회장 선임에 포스코 내외부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권 회장이 전문 경영인이 아닌 기술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가 회장에 출마한 것 부터 선임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예상외로 발탁된 배경에 대구지역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권 회장의 부인이 서강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주목됐다. 후일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와 친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으로 확대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포스코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을 지적했다. 한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포스코와 관련 명단이 있었고, 이것이 '낙하산 인사'관련 의혹이 있다. 시민단체가 권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계열사 매각등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연임을 확정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책임을 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기 전 포스코 노조정상화추진위 대표는 권 회장의 연임을 짜고 치는 고스톱에 비유하며, 권 회장이 3월 정기주총 전에 퇴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권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 원을 증자, 미르·K스포츠재단에 이사회 결의 없이 49억 원을 출연한 사실, 광고계열사 포레카 매각을 통해 최순실 씨에게 이권을 넘겨주려 한 것 등 드러난 사실만으로 권 회장이 물러날 사유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에 의한 교체보다는 (권 회장은) 스스로 물러나는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권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 입장이다. 전임 이구택, 정준양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외풍으로 물러났다. 권 회장도 전임 정 회장이 2014년 중도 사퇴하면서 회장에 선임됐다. 대선이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로 가시화되면서 권 회장에 입지도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권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 시민단체 고발사건 등에 숙제를 안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는냐에 따라 사건에 불똥이 포스코 내부로 튈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면 권 회장의 신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 CEO의 저주가 있다. '3+1법칙'이다. 3년 재임 후 연임 1년으로 불명예 퇴진이다.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정준양 전 회장이 그랬다. 이번 권 회장에게도 '3+1법칙'의 저주가 이어질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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