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신문_박경도 기자] 이해욱 대림 부회장의 갑질 논란이 뜨겁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언∙폭행에 전문 경영인 김동수 대표가 짤려나가면서 '갑질중의 갑질'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 25일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의 정기 주주총회장에 나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 날 임원 인사에서 물러난 사람은 이 부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인 김동수 사장이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김 대표가 그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 사장 스스로 오래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그것이 마침 이번 주총 때 의결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사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성결대학교 교수)은 "이해욱 부회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기업의 신뢰를 크게 떨어지게 했다. 부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당사자는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채 전문경영인을 퇴진시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이해욱 부회장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폭행과 폭언을 당한 운전 기사들이나 회사 내 의 전문경영인 셈이라는 지적이다.
그간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언∙폭행은 그 동안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쉬쉬해 오던 일이었다. 대기업 임원 등 VIP 개인 운전 기사들의 인터넷 커뮤니인 ‘수행기사’ 카페에는 이 부회장의 폭언과 폭행이 도를 넘었다는 글이 넘쳐난다.
◇ "사이드미러 접고 운전" 대림산업 VIP 메뉴얼에 적시
노컷뉴스가 단독 보도한 대림산업의 '업무수행 운전지식 및 요령'에는 "차선을 변경할 경우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는 것 보다 몸과 고개를 뒷좌석 유리까지 돌려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며 그 뒤에 '사이드미러 접고 주행하는 연습 필요'라고 적혀 있다.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들이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명령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주행 중 비상등을 켜는 것을 '불필요한 행동'으로 간주한 '(에티켓 차원의 비상등을 켜는 등) 운전 중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이 외에도 ▲ 브레이크 제동 시, 브레이킹 후 마지막에 미세하게 브레이크를 풀어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부드럽게 정지 ▲ 곡선과 유턴 등 급선회 시 핸들을 감는 속도와 원위치로 오는 속도 동일하게 ▲ 곡선구간 주행 시 아웃 인 아웃 개념을 명확히 인지하여 최대한 직선구간처럼 주행, 불필요한 차선 이탈 및 차선 변경은 삼간다. ▲ 곡선구간 시작지점 속도와 탈출지점 속도 동일하게 유지. 곡선구간 시작지점은 핸들링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감속 후 진입 ▲ 옆 차선의 차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앞차와의 간격 최소화 등 굉장히 상세하고 까다로운 운전 규정이 적시돼있다.
<이 부회장의 폭언과 폭언 묵인 의혹>
이 부회장은 이를 어길 경우, 고함과 함께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회사 측이 이 부회장의 폭행과 폭언을 묵인한 의혹이 있다. 대림산업의 <수행 및 차량 관리>에는 평소 이 부회장의 폭언을 기영화실화하고 그저 '참으라'는 듯한 규정도 명시돼 있다.
일반적인 상식의 운행일지나 운전수칙과는 차원이 다른 이 부회장 전용 수행가이드 지침이다. ▲ 본의 아니게 여러 이유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절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수행기사가 잘 안내하면 차후 그 부분에 대해 배려해주신다 ▲ 본의 아니게 실언하실 경우 수행기사는 곧이곧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잘 인내하는 수행기사 모습을 지켜보신 임원께서는 며칠 내에 반드시 감사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신다'(잘 인내하여야 한다)'
회사 측은 <수행 및 차량관리>수칙에서 각각 두 번에 걸쳐 폭언이 있더라도 무조건 참을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 부회장의 차량을 몰았던 운전기사들은 한결같이 "(이 부회장의) 폭언과 폭행에도 참았지만 배려도 감사의 표현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욕설이 시종일관 쏟아졌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