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건설‘재개발 사업 비리’문건 단독 입수 '불법에 갑질까지'
[단독]현대건설‘재개발 사업 비리’문건 단독 입수 '불법에 갑질까지'
  • 박기영 기자
  • 승인 2015.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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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수주 위해 불법·탈법…문건 마저 위조해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현대건설 재개발 수주 위해 추진위에 불법 자금 지원
-도시정비법과 공정거래법 위반…공정위 제재도 예상

건설업계는 비리복마전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계열사이자 대한민국 1등 건설사인 현대건설(정수현 대표)까지 재개발 수주를 위해 온갖 탈법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문건을 본지<한국증권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 8구역재개발(구, 불광 1-1구역)과 관련해 현대건설은 수주를 위해 입찰 전부터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고 현대건설-정비업체-추진위의 삼각커넥션을 통해 수주를 했다. 이 과정에 현대건설은 추진위에 돈을 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구역이 지역주민들의 찬성을 얻지 못해 10년이 넘게 진통을 겪다 지난 2014년 서울시가 재개발구역을 해제하면서 발생했다.

현대 건설은 매몰비용을 반환하라며 주민 10여명을 상대로 각각 8억 상당의 가압류를 걸었다. 대형로펌을 동원한 현대건설과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 간에 법정소송전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됐다. 본지는 현대건설과 추진위 간에 있었던 불법적인 커넥션을 1개월간의 탐사보도를 통해 집중 보도한다.

재개발비리는 심각하다. 비리복마전이다. 시공사 선정에서부터 철거업체 선정, 이주관리 사업비, 철거감리 용역비, OS업체·정비사업업체 등에 횡령과 비리가 난무한다. 오죽하면 검찰 수사관 출신 김상윤 씨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조합원을 위한 <죽은 조합원 살리기, 재개발·재건축비리 수사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만큼 재개발 비리가 비일비재하다는 의미다.

국내 1등 건설사인 현대건설도 재개발 비리로 인해 불똥이 튈 조짐이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재개발이 해제된 서울 은평구 불광 8구역 주민들과의 소송에서 드러난 사업추진비 지원이‘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불광 8구역 주민들.

현대, 재개발비리복마전 재현

서울 은평구 불광 1동 600번지 일대 주민들은 지난 2003년에‘불광 8주택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설립하고 재개발을 추진한다. 15760㎡에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6개동 254세대(임대44포함)의 아파트다. 추진위는 그해 7월 22일 추진위 총회결의를 통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추진위가 은평구로부터 추진위승인(2005.1.27.)받기 이전이다.

이후 정비구역지역입안신청(2006.06.8.8) → 주민공람(2007.7.20.)→정비구역신청(은평구→서울시2008.11.6.)→도시건축공동위 심의(2008.12.10.)→구역지정고시(2009.4.23.)가 된다.

하지만 사업구역 일대가 정비구역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못해 난항을겪는다.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조합원들은 지난 2013년 5월 추진위원회 해산동의서를 청구했고, 그해 9월 5일 해당관청인 은평구가 정비구역을 해제한다. 서울시도 2014년 2월 19일‘제3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불광 제8주택재개발정비구역 해제 안건을 가결시킨다.

▲ 불광 8구역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금전대차계약서. 도급계약 날짜를 2003.06.30 이라고 명기해 놨다.

재개발 무산 책임 물어 주민소송

10년 동안 난항을 겪던 재개발은 결국 무산된다. 설상가상 현대건설은 2014년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추진위 임원 11명을 상대로‘원상회복’소송을 제기한다.

추진위에 조합설립 실패 책임을 물어 매몰 비용으로 들어간 대여금(8억4200만원)을 반환하라는 것. 결과는 대형로펌인 세종을 앞세운 현대건설의 승리였다.

서울민사지방법원 제12민사부(홍이표 판사)는 지난해 8월 25일 판결을 통해“추진위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것 자체가 무효”이나“그와 별개로 금전대차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권리의 의무는 향후 설립될 조합에 포괄승계(구, 도시정비법 제15조 제4항)가 된다고 하더라도 시공사 선정의 권한을 가진 조합 총회가 아닌 추진위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결의는 무효라는 판단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2003년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자금을 대여해준 행위는 법 위반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도시정비법 11조 1항 [시공자의 선정]에 의하면 조합 또는 토지 등 소유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적격한 건설업자로 보는 등록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2항에는‘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해야 한다(2002.12.30.제정)고 되어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추진위와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조합사무실임차료, 조합운영비, 모델하우스 건립비용 등의 명목으로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 L씨를 비롯한 11명에게 채무의 이행을 연대보증하게 한다. 연대보증에 발목을 잡힌 주민들은 현대건설이 제기한‘원상회복’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인당 8~9천만원을 꼼짝없이 배상하게 됐다.

주민들로선 억울하다. 10년 준비했던 재개발이 무산되고 거기다 추진위의 사업추진 경비로 사용된 돈마저 배상해야 할 처지다. 실제 재개발 사업에서 조합 설립 이전단계인 추진위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비리가 비일비재하다. 조합설립을 위한 조합원 모집에서부터 사업 추진과정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는 일반인들로선 감당하기 힘들다.

이때 수주를 노리는 건설회사가 정비사업체를 동원해 조합(추진위)-정비업체-건설사 간의 커넥션을 형성하고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불광 8구역 사업 추진과정에 추진위와 현대건설은 연결한 것은 정비업체(컨설팅)대표 A씨이다. 그는 현대건설의 부장 출신이다. 그는 현대건설의 재개발수주를 위해 추진위를 도왔다.

L 전 위원장은“(조합설립 전인 추진위원회에) 현대건설이 직접주면 안된다며 컨설팅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나중에 (도급계약 이후)현대건설에서 경비 처리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우회지원하지 않고 추진위의 새마을금고 통장으로 직접 입금한다. 계약전인 6월 18일에 현대건설이 외환은행을 통해 2억 원을 송금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컨설팅 회사 간에 신뢰에 금이 가면서 믿지 못해 직접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

▲ 현대건설이 추진위에 입금한 내역. 도급계약 날짜는 7.22 이지만 그 이전인 6.18에 2차례에 걸쳐 2억 원 등 계약 전에 입금했다.

현대, 추진위 통장에 수억원 입금‘왜’

본지가 단독 입수한 추진위가 사용하던 새마을금고 통장(0330-09-******-3)사본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2003년 6월 18일에 두 차례에 걸쳐 2억 원을 송금했다. 이어 7월 2일에도 1855만 원을 송금했다.

이는 현대건설은 시공사 선정 권한을 쥔 조합 설립이전 단계인 은평구청의 추진위원회 승인(2005.1.27.)이전에 돈을 지급했음을알수있다.

현대건설이 해당 관청인 은평구로부터 승인도 받지 않은 추진위의 총회(2003. 7.22.)를 통해 시공사로 선정됐고, 그 이전에 자금을 대여한 것은 도시정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해당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것은 2002년 7월부터다. 하지만 공사도급 계약서는 6월 30일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하루 차이로 도시정비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 판결문. 현대건설과 추진위의 도급계약은 2003.07.22 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대해 추진위의 말은 다르다. 2003년 6월 28일에 총회를 열어 현대건설을 시공사를 선정하고 7월 22일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추진위에 요청해 계약일 7월 22일을 6월 30일로 수정했다는 주장이다.

L 전 추진위원장은“현대건설이 계약서에 적혀 있는 날짜를 나중에 바꿨다. 당시는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몰랐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원래 6월 중에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6월 28일 급하게 총회를 열
었고 7월 22일에 계약을 했다. 그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약서 날짜를 6월 30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어“(도시정비법을 피하기위해)날짜가 뒤바뀐 문서는 재판과정에 증거로 채택되어 판결에 반영됐다. 현대건설이 명백한 도시정비법 위반이자 불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문서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L씨가 제시한 계약서에는 첫 장과 두 번째 장에 날인된 도장이 육안으로 봐도 달랐다.

이것이 현대건설의 요청으로 문서에 날짜를 조작한 근거라고 L 씨는 주장했다.

실제 법원도 계약 체결일을 2003.7.22.이라고 판단했다. 현대건설이 도시정비법을 피하기 위해 6월 30일로 날짜를 바꿨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계약일이 7월 22일임이 확정된 만큼 도시정비법위반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은평구청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은평구청이 불광 8구역의 추진위원회를 승인한 2005년 전에 작성한 모든 계약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은평구청의 담당 공무원은“불광 8구역의 추진위의 승인은 2005년에 났다. 2003년에 현대건설과 도급계약이 맺었다면 불법”이라며“당시 재개발이 활발하게 추진되던 시절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불법적으로 밀어붙여 계약을 맺은 경우가 허다했다”고 했다.

건설과 재개발관련 법률소송이 전문인 박경수 변호사는“조합원의 사정을 보면 안타깝다”면서“구 도시정비법상 추진위원회는 주택개발사업의 시행자가 아니다. 시공사를 선정할 권한이 없다. 추친위가 시행자인 조합의 설립 전에 시공사를 선정했기 때문에 현대건설과의 계약은 무효이다. 하지만 계약에 포함된 소비대차계약 부문은 민법 제 137조에 정하고 있는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금전대차계약은 유효한 계약”이라고 했다.

▲ 주민들이 시위를 한 현대건설 본사

1·2심 패소로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대형로펌을 앞세운 현대건설과 주민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나 다름없다. 현대건설은 주민들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한 상태다. 그런데도 재판 비용 때문에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로선 더 이상 상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작 서울 계동에 있는 현대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뿐이다.

주민 B씨는“현대건설은 돈 밖에 모르는 악덕기업이다.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을 유혹해 뒷돈을 제공해 시공사로 선정되고 재개발이 취소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앞에선 법을 앞세웠지만 뒷전에선 칼을 든 채권 추심하는 사채업자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법적 효력없는 추진위에 자금대여

추진위와 현대건설의 계약은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불광 8구역은 법과 원칙, 절차까지 무시됐다. 시공사 선정 권한이 없는 추진위가 총회를 통해 타 건설사의 입찰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현대건설과 계약했다. 이는 공평하고 공정한 공정거래법의 경쟁 입찰을 위반 것이다. 다수의 건설사를 참여시켜 경쟁 입찰을 해야 함에도 추진위의 총회에서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것이다.

재개발 사업은 일반 민간사업보다 엄격한 기준이 있다. 일반적 재개발의 경우 기본계획을 세우고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지정이 완료되면 추진위를 구성·승인 절차를 거쳐 창립총회를 하고 조합을 설립한다.

이후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현장설명회→입찰서 접수 및 개봉→대의원회 의결→건설업자 합동 홍보설명회(2회 이상) →총회의 의결→계약의 체결 등이 수순이다.

시공사 선정과정도 선명하다. 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보고 시공사 선정 등의 업무의 공공성을 담보케 한다. 관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이 총회를 통해 일반 경쟁 입찰, 제한 경쟁 입찰, 지명 경쟁 입찰 등의 방법으로 시공사로 선정한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관리 제도를 실시하여 시공사 선정을 조합인가 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후에 하도록‘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정하고 있다.

추진위와 현대건설의 계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제 12민사부 홍이표 판사는“시공사는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추진위의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서“시공사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권한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추진위 단계에서 개최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에서 시공사(현대건설)를 선정하기로 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로 대법원 2008.6.12. 선고 2008다 6298판결. 공덕6구역주택정비사업과 남광토건 간의 소송에서 시공사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 권한으로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고 판결 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불법은 전혀 없었다. 판결까지 난 일에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 돈을 되찾지만 신뢰 잃어

현대건설이 추진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똥 묻은 개’의 소송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의 문외한인 추진위를 상대로 도시정비법과 공정거래법까지 무시하며 공사를 수주하고 뒷돈이나 다름없는 사업추진비를 빌려주고 사업이 어렵게 되자 어제까지의 신뢰를 저버리고 소송을 나섰다는 점에서다. 현대건설은 사업에서 손을 떼고 투자된 돈은 주민 상대 소송을 통해 회수하면 되지만, 주민들로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주택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현대건설이 주민들을 상대로‘원상회복’소송은 얻는 것보다잃는 게 많은 소송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주민과 맺은 금전대차계약에 따라 손실을 보전 받게 됐다. 하지만 도시정비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이 있어 향후 불똥이 다른 방향으로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서 소송(소송액 20억 원 이상·6월30일 기준)이 진행 중인 곳은 총 8곳으로 총 소송액은 1141억800만원에 달한다. 이 사업장들에서 조합 및 조합원들을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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