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美 헤지펀드 엘리엇 ‘먹튀’에 발목 잡힐까?
이재용, 美 헤지펀드 엘리엇 ‘먹튀’에 발목 잡힐까?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5.0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구도 가속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7.12%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 보유 목적은경영참여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병 반대가 명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특성상 자본이득을 위한 단순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노린 먹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지분 13.15%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낮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 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주가가 낮아 (배임을 피하기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셈이다. 일부에선 헤지펀드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우호지분을 모아 주주총회에서 합병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주가를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 주주들 관건

 

4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 11125927(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1977년 설립됐다.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펀드를 운영한다.

전체 운용자산은 미화 260억달러(한화 약 29조원).

엘리엇은 당초 3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전량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종전까지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공시 규정상 보유 지분이 5% 이상일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3조 규정에 따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분 보유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에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라고 기재한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합병 반대이유 를 재차 밝혔다. 지난달 26일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한 합병을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합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다음달 열리는 합병 주주총회에 세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하는 삼성물산측 주주들의 움직임이 최대 관심사다. 엘리엇이 합병반대 주주들과 힘을 합쳐 합병 찬성 주주들과 표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를 보면 삼성SDI(7.18%)와 이건희 회장(1.37%)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3.65%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 13.15%와 엘리엇이 장내에서 취득한 지분 7.12%를 합하면 현 경영진의 지분율을 크게 웃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측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합병의 운명이 정해질 상황에 직면했다.

 

엘리엇중립 주주포섭

 

엘리엇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에게 불리하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많았던 점을 간파하고 이를 이슈화하는데 성공했다.

삼성물산의 주당가치는 55767원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8조원대 수준으로 평가돼 있다.

전반적으로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시너지를 주목해야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한편에선 삼성물산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4.1%) 가치만 8조원에 달하는데다 삼성SDS 지분(17.1%)가치(37500억원)만 더해도 11조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제일기획(12.6%), 삼성엔지니어링(7.8%)등의 지분이 있다.

일부 삼성물산 주주는 토지가치 등을 더하면 사실상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거저 가져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엘리엇은 이런 문제를 대대적으로 이슈화시킨 후, 중립적인 스탠스를 갖고 있던 주주들의 포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엘리엇과 함께 합병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일성신약 지분 2.05%만 합해도 반대지분이 벌써 9%를 넘는다.

국내기관은 제외하더라도 32.1%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이 여기에 가세하면 합병은 더욱 힘들어진다.

증권업계는 엘리엇이 합병 무산을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당한 선에서 삼성측과 협상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높여 주가 차익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