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구택 포스코 회장 "미국식이 모범답안 아니다"
[인터뷰] 이구택 포스코 회장 "미국식이 모범답안 아니다"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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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눈만을 의식하는 경영은 하지 않겠습니다." 취임 1년을 맞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연일 소신발언을 쏟아내며 CEO로서 자신의 컬러를 드러내고 있다. 해외CEO포럼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이 회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포스코는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 단기 업적에만 관심을 갖는 `월가(街)`의 논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날 IR에서도 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회장은 "외국인 지분이 66%에 달하고 이중 70%가 미국투자자라는 지분 구조를 갖고 있지만 포스코가 반드시 미국식 경영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수익과 고배당이라는 연간 단위의 목표에 집착하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 주주에게 증자를 요청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주식회사가 반드시 성공모델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같은 정부의 과잉보호와 구조조정의 지체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철강업계가 바로 단적인 예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1년간의 펀드운영 수익률로 연봉이 결정되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포스코가 설비유지에만 연간 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체 중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기간산업체로서 포스코가 받고 있는 기대와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권과 정부를 포함,일부에서는 민영화된 포스코가 실패하기를 기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은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아갈수록 아쉬움이 많을 것"이라고 외부의 경영개입에 대한 가능성을 시인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포스코는 경영과 소유가 분리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졌으며 오히려 대주주가 없는 대기업으로서의 성공모델을 개척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윤리경영과 PI(업무혁신)를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임으로써 내부부패에 대한 자체 견제장치도 꾸준히 도입해왔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 들어 단 한 건의 인사청탁도 없었고 포스코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전혀 휘말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경쟁력 있는 철강 원자재를 국내 제조업체에 싸게 공급함으로써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창사이념도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독점업체라는 시각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이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철강시장은 완전개방됐으며 철강업체의 통합화 추세로 볼 때 조만간 조강생산량이 1억t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글로벌 경쟁상황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철강 산업의 주도권은 유럽-미국-일본-한국으로 그 지역의 산업고도화 추세에 맞춰 옮겨왔다"며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체의 리딩컴퍼니로 남기 위해서는 이런 변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년 뒤 인도가 세계 철강의 중심지로 부상할 경우 포스코 본사도 인도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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