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유정환,‘ 신뢰경영’에서 ‘환각질주’까지
무법자 유정환,‘ 신뢰경영’에서 ‘환각질주’까지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5.0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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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폭행·알몸난동·마약…“혐의가 몇 개야”
▲ 유정환 몽드드 전 대표

지난 10일 오전 강남 한복판에서 죽음의 질주를 벌이는 고급 승용차가 목격됐다. 주변 운전자들을 공포로 몰아간 이 승용차는 곧 다른 차량 3대를 연달아 들이받는다. 사고를 내고 차를 버린 젊은 남자가 흰색 아반떼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 스피드광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금호터널에서 BMW 차량을 들이받았다. 남자의 기행은 계속됐다. 피해 차량 여성을 폭행하더니 출동한 경찰 앞에서는 알몸 난동을 벌였다.

그는 아기엄마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물티슈 업체 몽드드의 유정환 전 대표(당시 대표)다. 이후 그의 마약 복용 사실이 발각됐다.

강남 벤틀리 무법자

도심 한복판에서 벤틀리 승용차를 몰고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등 엽기적인 행각으로 화제가 된 유정환 몽드드 전 대표(35)가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가 의뢰한 유 전 대표 머리카락에서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유 전 대표가 교통사고를 낸 지난 10일 당시 병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채취된 소변에서도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됐다.

경찰 관계자는 “몽드드 전 대표가 ‘최근 동남아에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마약을 접해 양성반응이 나왔고 사고 당시에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정신이 혼미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유 전 대표는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면서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에서 이상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10일 오전 8시 15분께 유 전 대표는 서울 강남구 도산사거리 부근 도로에서 벤틀리 승용차를 몰다 4중 추돌 사고를 냈다.

당시 상황이 찍힌 블랙박스 동영상은 TV 뉴스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차량 한대는 전복이 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했었다. 이에 아랑곳없이 과속으로 도주하던 벤틀리 차량은 바퀴가 빠지면서 멈춰 섰다. 유 전 대표는 타고 있던 차량을 버렸다. 이후 갓길에 세워져 있던 흰색 아반떼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계속해서 난동을 부리던 그는 뒤쫓던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특히 한 피해 차량 여성은 유 대표에게 어깨를 폭행당하기도 했다. 또 출동한 경찰 앞에서 옷을 벗고 알몸으로 항의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경찰조사 결과 음주운전은 아니었지만 이미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감동적 물티슈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정환 전 대표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무면허운전, 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당시 경찰은 인명피해가 없고 피해차주가 처벌을 원치않아 유 전 대표를 석방했다. 하지만 귀가하지 않고 경찰의 출석 요구도 무시한 채 호텔 등을 전전했다. 잠적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경찰은 14일 오후 10시 55분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사고 이후 몽드드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대표는 29세이던 2009년 자본금 800만 원으로 몽드드를 창업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37)씨와 공동투자로 설립한 회사다. 그는 몽드드를 연매출 500억 원의 업계 1위로 성장시킨 성공한 젊은 경영인으로 통한다.

몽드드는 지난해 한국 소비자 선호도 1위 브랜드 대상 수상,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유 전 대표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최근 제조된 제품으로 1대1 교환해주는 무료 리콜제, 제품의 생산 과정 투명 공개 등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몽드드는 지난해 물티슈 유해물질 논란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업체다. 당시 유 전 대표는 발빠른 대응과 전액 환불이라는 과감한 결정으로 오히려 소비자들을 감동시켰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 죽이기다’, ‘몽드드는 안전하다’는 등 유 전 대표를 적극 두둔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물티슈를 쓰다가 오히려 몽드드로 갈아타는 이들도 늘어났다.

이후 12월 식약처가 몽드드의 안전성을 확인해주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소비자들은 “괜한 오해를 받은 몽드드가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믿었던 뽕드드”

유 전 대표는 각종 매스컴에서 강연, 인터뷰 등을 활발히 하면서 더욱 많은 지지를 받았다. 위기 극복과 기업 운영을 위한 비전 강의까지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1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유 전 대표가 쌓아올린 소비자와의 견고한 믿음은 지난 10일 ‘강남 벤틀리 사고’로 무너졌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뒤통수 맞았다. 윤리 의식 없는 회사 제품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불매 운동글이 이어졌다. 기행에 가까운 사건을 두고 마약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유해물질 파동 때도 유 전 대표의 진심어린 호소문과 대표 마인드를 믿었던만큼 배신감을 느낀다”는 분노를 보였다. 당시 중소기업 죽이기 의혹으로 동정심을 받아온 유 전 대표가 엽기적 ‘교통사고 갑질’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

22일 마약 복용 소식까지 전해지자 몽드드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섰다.

몽드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뽕드드 망하나요? 회사 이미지는 이제 회복 불가” “마약 만진 손으로 애기 물티슈 만드니 좋나요?” 등의 야유글이 쏟아지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 중심경영 우수기업 인증을 받았다.

당시 유 전 대표는 “소중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몽드드 물티슈가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이유로 ‘정직함’을 들었다. 당시 그의 말을 반박하는 고객들은 없었다. 대,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휘청거렸던 유해물질 논란을 지나 다시 우뚝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났다. ‘정직한 경영’철학으로 기반을 다진 회사 대표는 공포의 레이스를 펼치다 여성을 폭행하고 마약 복용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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