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그룹총수 '지배'는 하되 '책임' 없다
8개 그룹총수 '지배'는 하되 '책임' 없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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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현황, 사외이사 현황, 이사회 내 위원회현황, 소수주주 권한 행사 현황을 분석하여 공개했다.

분석 대상 집단은 20144월 지정된 민간 대기업집단(49)중 공시 의무가 없는 신규 지정집단(2)을 제외한 47개 민간 대기업 집단이다.

최태원 SK이재현 CJ 회장등이 사법처리 되는 등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총수 이사등재 비율이 줄어들었다. 기업을 감시할 사외이사 비중은 늘었다. 하지만 가결 건수가 99.74%에 달했다.‘거수기노릇은 여전했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감소

삼성현대중공업두산신세계 등 8개 재벌은 그룹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없다.지난 1년 새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총수는 12명이다. 그룹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수일가들이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권리만 누리는 모럴헤저드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9개 민간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2013년도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가 있는 41개 집단 계열사 1,429곳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는 375(26.2%)였다. 올해 신규로 진입한 5개 집단을 제외하면 기존 36개 집단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는 지난해 371개에서 올해 354개로 17(4.6%)줄었다.

재벌 총수들은 평균 3.8개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삼성현대중공업두산신세계LS대림태광이랜드 등 8개 재벌은 총수가 이사로 등재한계열사가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등재 이사를 총수일가로 확대해도 삼성신세계이랜드미래에셋동부그룹은 전체 계열사 등재이사 중 총수일가 비율이0.3~1.4%로 아주 낮았다.

계열사 76개 이사 수 356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한 명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등기이사가 아니다. 27개 계열사에 등기이사가 109명인신세계그룹 역시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만 신세계조선호텔 사내이사로 등재돼있고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제외돼 있다.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일가가 등기이사로 등재되지 않으면 경영과 관련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법률상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등기이사다. 경영에 대한 책임도 등기이사만 지도록 돼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일부 집단에서 그룹 총수가 이사로 전혀 등재 되지 않는 등 총수의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 추궁이 어려운 지배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총수일가 중 12명은 최근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내년부터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라 상장사에서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보수는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상장사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 인프라코어의 등기이사였던 박용만 두산 회장과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두산 건설에서는 박정원 회장과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효성그룹은 효성ITX의 등기이사였던 조현준 효성 사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세아그룹과 영풍그룹은 총수 본인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SK그룹에서는 총수와 사촌간인 SKC솔믹스의 박장석 SKC부회장이 오리온그룹에서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배우자인 이화경 부회장이 오리온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유명무실지주회사

9월 말 현재 전체 지주회사 수는 132개로 1년 전보다 5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중 대기업집단소속 지주회사는 31개로 오히려1개가 감소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출자구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 대기업집단이 평균 4.92단계의 출자구조를 가진 반면 지주회사는 평균 2.93단계에 불과했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도 25.4%로 전체 대기업집단 평균(103.7%)보다 크게 낮았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1999년 도입된 지주회사제도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체제 밖에 주요 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행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전체 계열회사 596개 중 184개는 총수일가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었다.

전체 계열사대비 지주회사 체제 내 계열사비중을 나타내는 편입률은69.1%2010(73.3%)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공정위 김성하 경쟁정책국장은지주회사체제 밖 계열회사에는 총수일가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상당수 있고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이들 일가의 부당한 부의 이전에대한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비중 증가

대기업집단(47) 소속 상장사(238개 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49.6%로 전년(48.7%)대비 0.9%p 증가했다. 총수 있는집단(49.8%)이 총수 없는 집단(47.9%)보다 1.9%p 높게 나타났다.총수 있는 집단은 전년보다1.2%p 증가(48.6%49.8%)한반면 총수 없는 집단은 1.7%p 감소(49.6%47.9%)했다.집단별 사외이사 비중은‘KT&G’(84.6%)가 제일 높았고교보생명보험’(80.0%), ‘한라’(63.2%) 순이었다.

반면에쓰오일’(27.3%), ‘이랜드’(28.6%),‘한솔’(34.5%) 등은 극히 낮은 비중을 나타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201046.3%에서 201449.6%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 있는 집단의 사외이사 비중이 총수 없는 집단보다 높아졌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도201086.6%에서 201493.0%로 꾸준히 증가했다. 총수있는 집단 소속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총수 없는 집단보다 낮았다. 하지만 그 격차는 20108.5%p에서 20143.7%p로점차 좁아지고 있다.

집중 투표제의 경우 전체 상장사(238개 사) 12개 사(5.0%)가도입했으며 전년과 동일하다. 서면투표제의 경우 전체 상장사(238개 사) 23개 사(9.7%)가도입했으며 전년(25개 사)보다 2개 사가 감소했다. 전년에 이어올해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없었다.

내부견제장치 도입 늘어

전체 상장사(238개 사)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31개 사로 전년(34개 사)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12개상장사 중 11개 사가 시차임기제를 채택하고 있어 집중투표를 실시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대기업집단의 내부견제장치 도입이 늘어나고 있고 소수주주의 경영감시기능도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었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사회 내에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회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주주의 권한행사를 뒷받침할 집중서면전자투표제의 도입활용 등의 변화는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총수일가 이사등재 회사 수도 일부집단 총수에 대한 형사소송 진행,총수일가 이사등재회사의 흡수합병에 따른 소멸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지주회사 전환집단의 경우 총수일가 이사등재비율이 일반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아 소유구조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책임경영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여 시장 감시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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