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공석 광폭행보로 ‘만회’하는 이재용
이건희 공석 광폭행보로 ‘만회’하는 이재용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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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 공백 6개월 눈앞 “마냥 비워둘 수야"...이 부회장, 사실상 직무대행 중 ‘직함’ 무의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르면 올 연말 그룹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이를 반영하듯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사실상 삼성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회장 타이틀만 없을 뿐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대표 얼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승진설 배경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배경은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장기입원으로 회장직 공석이 길어진 만큼 이 회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근의 광폭 행보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구본무 회장이 경영을 승계한 전례 등을 들며 ‘명예회장과 회장’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재계의 예상과는 달리 삼성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미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회장’ 직함이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또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내에서 임직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상징적인 존재여서 현실적인 필요가 없다면 이런 상징성을 희석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말 회장직 승계 가능성

최근 재계에서 이 부회장이 올 연말 회장직을 승계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그의 행보에 약간의 변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이 부회장은 서울 이태원동의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일본(동경해상)과 중국(PICC) 등 주요 손해보험회사 사장들을 초청, 만찬을 주재했다.

승지원은 삼성 창업자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주거하던 곳이다. 호암 타계 이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 겸 삼성의 영빈관으로 활용됐다. 이렇다 보니 승지원을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삼성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승지원에서 국내를 방문하는 IOC위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했다. 세계 최고 부자였던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이동통신 아메리카모바일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과 저녁을 같이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하는 장소로 승지원을 이용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지원 만찬은 각별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귀빈들을 만날 때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주로 이용했다. 이 부회장이 승지원에서 단독으로 만찬을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회장 부재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이 부회장 의사결정에 따른 첫 승지원 만찬인 셈이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 일단락된 점도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연말부터 패션 부문과 화학 부문, 중공업 부문 사업 재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해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고 삼성종합화학은 석유화학을 합병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한 회사로 합쳐졌고 삼성SDI는 제일모직의 소재 부분을 흡수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은 전격 상장을 결정해 사업 재조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 내부 ‘회장직 승계’ 회의적

이 회장이 1987년 회장에 취임할 당시 나이가 45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46세)이 연말에 회장직을 승계하는 게 이른 시점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반응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이 회장이 큰 방향만 제시하고 실무는 사장단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특히 이미 이 부회장이 그룹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굳이 회장 직함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는 회장 공석 상태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삼성 내부의 분위기는 다르다는 얘기다.

회장 취임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자칫 이 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할 경우 외부에서는 병세가 호전 중인 이 회장에 대해 호전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삼성 직원들도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해 경영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지분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연말에 회장으로 취임하더라도 지분 상속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이 부회장이 회장을 맡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아직 연말 인사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힘든 시점”이라며 “당분간은 현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경영공백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하든, 현체제를 유지하든 삼성의 현 상황에서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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