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설 제사상 물린 후 다시 '유산싸움' 왜?
삼성家 설 제사상 물린 후 다시 '유산싸움' 왜?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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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맞은 삼성家 유산분쟁 쟁점과 전망

결국 삼성家 장녀의 화해주문도 허사로 끝났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항소했다. 지난 1일 진행된 1심이 이건희 회장의 대승으로 끝이 남에 따라 이번 삼성가 유산상속분쟁이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이 전 회장의 전격적인 항소로 형제간 유산분쟁은 재점화됐다.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지난 15일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전 회장의 소송대리인 측은 1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차명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주식 가운데 무상증자로 늘어난 부분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 등에 불복해 다시 한 번 법원에 재심을 맡겨본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번 이 전 회장의 항소장 제출은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1심에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줘 다소 싱겁게 끝났기 때문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제기한 청구에 대해 일부 기각,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가 형제들 간 상속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은 물론 종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재판부는 이때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돼 소송을 각하했다"며 "원고들이 청구한 나머지 삼성전자 주식 등은 상속재산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고 그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삼성가 유산분쟁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비롯하여 둘째딸인 이숙희 씨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을 돌려달라고 주식인도 소송을 지난해 2월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들 유족들은 소장에서 삼성생명 차명주식 3800만주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차명주식 보통주 225만주, 우선주 1만2천주 등에 대해 상속 회복을 주장(청구)했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삼성생명 주식 등 청구원인이 상속재산과 동일한 것인지 여부와 제척기간 도과가 핵심이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 주식과 관련하여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50만주(액면분할 후 기준) 중 이맹희 씨 등의 상속분 합계 177,732주에 대해서는 10년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점을 들어 각하했다.

이외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과 이에 따른 이익배당금 등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따라서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 기각하였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상속분할협의에 의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을 단독으로 상속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1심에서 패소한 이 전 회장은 항소장 제출 마감 시간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작심한 듯 항소장을 제출해 상속재산 소송에 미련을 못 버린 모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까지 나서 항소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 그만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앙금이 여전함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1심 재판이 끝난 직후, 삼성가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간 화해무드가 조성됐던 사실도 적잖이 작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

지난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고문은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가 맏딸인 이 고문 입장에서도 집안 내 형제 간 싸움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 고문은 이맹희 전 회장을 비롯한 여동생인 이숙희씨 동생인 이창희씨의 아들 이재찬씨 등 일부 삼성가 형제 및 유족들이 지난해 2월, 선대 회장 관련 재산 소송을 할 때도 ‘선대 회장이 타계할 때 정리된 문제여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견지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 전 회장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이 고문의 우려에도 불구, 이 전 회장이 항소장을 내 유산분쟁을 이어간 것.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간 해묵은 앙금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지만, 이번 소송전은 형제 간 불화는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한 푼도 안 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이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이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을 정도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19일, 양 측은 결국 폭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측은 용인 선영에서 추모식을 가졌던 때다. 이날 행사에는 이건희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가 다 참석했지만 한옥과 출입문 사용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불참했다.

대신 이재현 회장이 제주(祭主)가 되어 필동의 CJ인재원에서 제사를 지냈다. 제사엔 이 회장이 불참했다. 홍라희 관장, 이서현 부사장, 김재열 사장 등 삼성측 인사와 이명희 신세계회장, 정용진 신세계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들이 참석했다.

당시 한옥 사용 등을 두고 양측은 극심하게 대립했다. 이에 CJ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문을 출입할 수 없게 한 것과 선영 내 한옥을 이용할 수 없게 한 것은 조상의 제사날 뒷문으로 왔다가 가라는 것”이라고 이건희 회장 측을 원색 비난했다. 여기서 한옥은 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이다.

CJ는 “지난 24년 동안 선영 한옥에서 손복남 CJ 고문(이병철 회장 맏며느리)이 추모식 음식을 만들어 왔다”며 “따라서 (한옥 출입을 막는 것은) 선영참배를 막는 것과 다름없다”고 삼성을 겨냥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 전 회장이 선대회장 유산상속 분쟁을 이어가면서 그만큼 삼성가 형제 간 화해는 더 멀어지게 됐다.

이런 양상이 지난 1일 법원 1심 선고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지만, 이 전 회장이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양 측의 법정공방은 계속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과 이 회장 간 대립은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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