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쩐의 전쟁’ 11 - 대성그룹 ② “내가 1인자”… 사업권 놓고 ‘남매 분쟁’ 불사
재벌가 ‘쩐의 전쟁’ 11 - 대성그룹 ② “내가 1인자”… 사업권 놓고 ‘남매 분쟁’ 불사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2.08.07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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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밥그릇에 탐을 내?”
재산을 둘러싼 재벌가의 법정 싸움은 재계의 단골메뉴다. 삼성, 현대, 두산, 금호, 한진, 롯데 등 ‘쩐의 전쟁’을 거치지 않은 로열패밀리는 없을 정도. ‘형제의 난’ ‘모자의 난’ ‘숙부의 난’ 그 종류도 다양하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일감을 몰아주며 진한 우애(?)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밥그릇에 손끝하나 스치기라도 하면 그 순간부터 애증의 관계로 변모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재벌가의 통과의례라고도 한다. 이에 [한국증권]은 유난히 ‘피’보다 진한 재벌가의 치열했던 ‘쩐의 전쟁’의 내막을 다시금 재구성해본다. 그 열한 번째 주인공은 한국 산업사에 연료 혁명을 이끈 대성그룹의 끝나지 않은 2세들의 재산싸움 막전막후다.

2001년 3월 23일, 대성산업 주주총회 현장. 대성가 형제들은 2차례나 표 대결을 벌이며 경영권 분쟁의 본격 서막을 알렸다.

이날 표 대결은 김영대 회장이 새로 선임된 2명의 이사 대신 다른 신임임원을 선임하겠다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독립적인 경영을 통해 회사를 이끌려면 신임임원 선임이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김영민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이사회 결의사항과 선친의 유지에 거스르는 행동이라며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김영대 회장은 당초 형제간 분할 경영을 하라는 김수근 창업주의 유언에 따라 동생들이 갖고 있는 대성산업의 지분을 넘겨받는 대신 대성산업이 갖고 있는 이들 도시가스회사 주식을 양도키로 했었다. 당시 대성산업이 보유한 지분은 대구도시가스 62.94%, 서울도시가스 26.3%. 지분율면에서 대성산업의 영향력이 막강해 김영대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동생들 회사의 경영권 장악이 가능했다. 김영대 회장이 소액주주의 의사에 반해 주식을 맘대로 팔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에 근거 한 것이다.

일단 대성산업의 주총 표결 승리는 위임장을 다수 확보한 김영대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에 김영민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크게 반발했다. 의결권 행사 가능 주식수, 개표 결과 등이 석연치 않다며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김영대 회장 보유주식 중 일부가 김수근 창업주의 주식을 명의 신탁한 것이기 때문에 적법성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3형제의 갈등 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깊어져갔다.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 반목을 거듭했다.

김영민 회장은 김영대 회장의 움직임에 대응, 서울도시가스의 대규모 지분이동을 막기위해 신주 BW(신주인수권부 사채), CB(전환사채)등의 발행금지와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김영훈 회장과 함께 지분매입과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영대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도시가스 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대표이사 해임을 법원에 요구하며 강력히 맞섰다.

하지만 김영민 회장과 김영훈 회장이 대성산업 주식 55.07%를 확보하면서 상황이 급변하자 김영대 회장은 전격 입장을 선회했다. 당초 형제간 합의대로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지분을 시가에 매각하기로 합의, 지분 경쟁 종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이는 향후 불어 닥칠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었다.

   
 故 김수근 창업주 (왼쪽부터), 장남 김영대 대성 회장, 차남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삼남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삼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오빠가 동생 사업권 가로채”

3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몸살을 앓은 지 한 달도 체 되지 않은 6월 28일. 독일 유명 가죽 브랜드인 MCM 사업관리권을 두고 이번엔 ‘남매간 분쟁’이 발생했다. 김영대 회장과 그의 막내 여동생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당시 성주인터내셔널)이 MCM 사업권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김성주 회장이 먼저 기자회견을 자청, 대성산업이 성주그룹의 알짜 사업인 MCM 관리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수천억원을 상속받은 오빠가 동생의 사업권을 가로채려 한다며 강력 비난했다.

친오빠인 점을 믿고 잠시 경영을 위탁했더니 이제와 돈 되는 사업을 뺏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MCM 관리권을 대성산업에 위탁하고 사업 수익금으로 지급보증액을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합의서도 억지로 받아갔다고 강조했다.

대성산업이 지급 보증한 성주그룹의 금융기관 차입금 65억원을 이미 청산한데다 91년부터 스위스 본사로부터 MCM 국내 독점권을 얻은 성주그룹이 대성산업에 하청 생산을 맡겨 판매해 온 만큼 성주그룹이 MCM 관리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대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이미 8년 전부터 대성산업이 MCM 사업을 관리해 왔고 계약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김성주 회장이 MCM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하고 사무실을 점령하는 등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김성주 회장이 사장직에 복귀하면서 작성한 ‘합의서’를 근거로 억울함을 표출했다. 대성산업이 MCM을 관리하면서 기여한 이익이 65억원에 이르게 될 경우 MCM 사업권을 대성산업에게 이전하기로 합의했다며 오히려 김성주 회장이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3년 한국에 첫 소개된 MCM은 성주그룹이 영업을 맡아오다 95년부터 대성산업이 생산을 맡고, 성주그룹에서는 판매만 맡았다. 96년 8월부터는 대성산업 해외사업부에서 MCM 사업부를 관리해왔으며 98년 7월부터는 김영대 회장이 성주그룹의 사장직을 맡았다. 그러다 2000년 3월 김성주 회장이 대표직에 복귀했고, MCM 경영은 대성산업 해외사업부에서 그대로 맡아왔다.

민·형사 소송까지 불사하며 파국으로 치달았던 오누이간 갈등은 MCM본사 회장단이 한국에 방문, 중재에 나서면서 부랴부랴 일단락됐다.

주 계약자였던 성주그룹이 제조, 판매, 경영권을 일체 맡기로 양측이 극적 합의하면서 남매간 대립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대성가 형제간 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김영대 회장과 김영훈 회장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서로 ‘대성’이라는 이름을 그룹명으로 사용하면서 형제갈등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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