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만 따진다? "원금까먹기 십상"
수익률만 따진다? "원금까먹기 십상"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4.16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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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열풍 속 '투자주의보'

1분기 발행액 '사상 최대'…대기자금 몰려

최고 손실 상품 -37%…"위험성 고려해야"

 

최근 국내증시가 박스권 안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시중자금이 대안투자처에 몰리고 있다. 바로 중간 수준의 위험으로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분기 ELS 발행금액은 직전분기대비 72.8% 가파르게 증가한 13조1384억원으로, 분기 발행량 중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ELS 발행액은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 10조원을 넘어섰고, 올 들어 2월과 3월, 연이어 최대 발행규모를 경신했다.

연 초 코스피지수가 훌쩍 오르면서 펀드환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환매자금이 ELS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펀드환매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박진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열풍은 증시 대기수요에 해당하는 펀드환매 자금이 상당부분 주식시장에 잔류하는 현상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2009년 이후의 자금이동 경로는 ‘펀드환매→ELS→자문형랩’ 으로 움직인 바 있어, 일단 중기적으로는 ELS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펀드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비교적 낮은 수익의 ELS로 갈아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ELS 조기상환 자금이 다른 ELS 상품으로 다시 유입되거나, CMA, MMF 등 단기상품에 있던 여유자금이 ELS 인기에 힘입어 새롭게 들어온 것으로 파악한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이후 상환이 다시 활발해지며, 원금 비보장형 ELS의 상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규 발행 규모 증가 또한 기존에 발행된 ELS의 활발한 상환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ELS 상환액은 8조9791억원으로 직전분기에 비해 114.2%나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6조267억원어치가 조기상환금액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국신용등급 하락, 유럽 재정위기 고조 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침에 따라 ELS 역시 조기상환이 어려웠으나, 올 들어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자 조기상환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이후 상승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옆걸음 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투자보다 위험이 적고 기대수익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ELS의 인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투자대상의 가격이 올라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ELS는 상품에 따라 기초자산의 가격이 사전에 약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하락장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또한 안정성을 강화한 에어백ELS나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 등 신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는 점도 ELS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투자자는 물론 고액자산가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올 1분기 ELS 발행액 중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공모형 ELS는 5조5013억원으로 41.9%를 차지했다.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함에 따라 비교적 단기에 투자자성향에 맞는 운용방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모형은, 58.1%에 해당하는 7조6371억원이 발행됐다. 직전분기 대비 105.8% 급증한 규모이며, 사모형 ELS 발행 종목 수는 2609개로 전 분기보다 85.6% 늘었다. 적극적인 베팅을 하기보다는 안정적 투자처를 선호하는 고액자산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초자산유형별로는 하락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종목형보다 지수형 상품의 인기가 두드러지며, 그 중에서도 해외 지수형 ELS가 주목받고 있다.

김 연구원은 “3월 전체 ELS 발행 금액이 5조6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해외 지수형 ELS의 발행 금액은 전체의 50%가 넘는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지수형 ELS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각 국의 지수가 고점에 다다랐고, 변동성이 감소하면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다운형(일정기간에 정해진 폭 이상 지수가 하락하지 않으면 조기 상환되는 ELS유형) ELS의 조기 상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지수형 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수형 ELS의 지속적인 발행 증가세가 부담이 될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크게 무리 없을 것”이라며 “4월에도 발행 규모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ELS의 인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LS는 각 증권사 상품마다 연동된 기초자산과 기간, 조기상환 조건 등이 제각각이어서 펀드와 같은 수익률의 단순 비교가 어렵기 때문. 증권사들은 운영상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구조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복잡한 상품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수익률 높은 상품에 가입했다가는 원금도 못 지킨 채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의 변동성과 기대수익률이 비례하기 때문. 연동된 지수나 종목 등 기초자산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원금손실가능성도 커진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말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가 촉발되면서 코스피지수가 1640선까지 내려앉았던 시기에는 일부 ELS가 원금손실한계(Knock-In) 구간에 들어서기도 했다.

특히 지수형 ELS에 비해 급락 우려가 큰 종목형 상품에서 최악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부자아빠 ELS 제1009회’는 지난 4일 만기시점에 -37.6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한국전력과 우리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설정 당시 연 15%의 수익률을 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폭락장에서 한국전력의 주가가 최초 기준가 대비 55% 아래로 떨어지면서 원금손실구간에 진입, 결국 30%가 넘는 손실을 냈다.

두산중공업·OCI를 기초자산으로 한 ‘대우증권 3723회 ELS’도 두산중공업의 녹인이 발생하면서 -21.5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삼성증권 6354회 ELS’ 역시 원금손실이 나타났다.

지수형 ELS 중에서는 지난 5일 만기가 도래한 ‘신한금융투자 ELS 제2513호'가 -21.47%를 기록해 가장 손실이 컸다.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가운데 HSCEI가 급락한 탓이다.

원금손실가능성과 더불어 ELS에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ELS의 만기는 상품에 따라 6개월부터 3년까지로, 일정기간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평가일에 해당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만기 이전에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조기상환시기보다 앞서 해지할 경우, 6개월 이내에는 10% 안팎의 높은 중도상환수수료(증권사별 상이)가 부과된다. 따라서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편 최근은 변동성이 제한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만기까지 변수가 곳곳에 산재해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등락폭이 클 가능성이 다분한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상품이 수익 면에서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대원 한국투자증권 Equity DS부 부장은 "사상최대 발행규모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ELS 투자에도 시장 상황에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과 같은 횡보장에서는 조기상환 주기가 짧은 상품을 선택해 증시가 방향을 잡게 되면 재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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