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굳히기냐 신영자의 설욕전이냐
이부진의 굳히기냐 신영자의 설욕전이냐
  • 최수아 기자
  • 승인 2011.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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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vs 신영자 ‘글로벌 한판승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의 ‘면세점 대전’이 해외로 그 영역을 넓혔다. 신라와 롯데면세점은 최근 홍콩국제공항 입점을 동시에 추진, 또 다시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지난해 AK면세점 인수전을 시작으로 벌써 4번째다. 입찰 제안서는 롯데가 먼저 제출한 상태. 신라면세점은 아직 입찰 마감 시한이 남은만큼 면밀히 검토 후 제출할 예정이다. 2년간 뜨겁게 경쟁해온 면세점 대전의 최종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입찰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 입찰제안서 제출 “글로벌 순위 3위 목표”
신라, “입찰 검토 중, 해외 진출 신호탄 기대”



신라와 롯데가 해외로 눈을 돌린 까닭은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정부로부터 특정 지역을 ‘신규 보세구역’으로 지정받아야 사업장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국제공항 면세점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영국의 히드로, 싱카포르의 창이에 이은 세계 5위권규모로 사업면적이 7540㎡에 달하고 연간 탑승객 수도 5000만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입찰 대상인 담배·주류, 화장품·향수, 잡화 등 3개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이 5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숨에 외형을 키우는데 최적의 환경이다.

더욱이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이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신라와 롯데가 적극적으로 입찰에 승부수를 띄우기 충분하다.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왼)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특명! 세계 5위 홍콩 면세점을 잡아라”

면세점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국제공항의 화장품 매출은 1억7000만달러로 2005년에 비해 105% 늘었다. 같은 기간 담배·주류 매출은 2억달러로 88% 증가했다. 잡화도 1억800만달러로 44% 성장했다.

지난해 홍콩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이용객수도 4980만명으로, 인천공항 3290만명을 압도했다.

이에 이번 입찰에는 신라와 롯데뿐 아니라 현재 사업권을 갖고 있는 스카이 커넥션과 뉘앙스-왓슨은 물론 차이나 듀티프리그룹 등 중국업체와 ‘글로벌 빅4’로 불리우는 미국 DFS, 독일 게브르하이네만, 스위스 듀프리, 이탈리아 오토그릴 중 일부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홍콩국제면세점 입찰을 따내 현재 6위권인 글로벌 순위를 2018년까지 3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는 그룹 차원에서도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측도 “화장품, 향수 등의 사업부문을 중신으로 홍콩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홍콩국제공항 입찰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해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면세점 운영 능력이 탁월한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며 “사업권을 나눠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부진, 김포 화장품 사업권 획득 ‘우위’

이 사장과 신 사장의 치열한 면세점 승부는 2009년 AK면세점 인수전을 시작으로 현재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라가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사실상 이 사장이 1인자로 등극한 상황이다. 롯데가 따낸 주류·담배 사업권이 50%의 마진율을 거둬들이는 화장품·향수 사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 루이비통 유치전에서 신라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 사장의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인천 공항 공항의 주요 손님인 한국, 중국, 일본 고객들 사이에서 워낙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신 사장 또한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를 만나러 직접 인천공항을 찾아 갔을 정도. 하지만 결국 이 사장에게 내줘 업계 1위인 신 사장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신라면세점을 상대로 법원에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독한 일벌레’로 명성이 자자한 이 사장의 굳히기냐, ‘30년 유통업계를 진두지휘’해온 관록의 신 사장이냐, 이들의 글로벌 한판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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