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이건희 회장의 ‘反부패 추방’ 비토 ‘내막’
경제개혁연대, 이건희 회장의 ‘反부패 추방’ 비토 ‘내막’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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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2008년 두차례 유죄선고 받아…회사 신뢰도 실추로 리더십 논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으로 신뢰 회복에 솔선해야

이건희 삼성회장이 뿔났다.
이 회장이 지난 8일 삼성테크원 비리 사건을 계기로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연일 강도 높은 질책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의 발언은 그룹 내에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삼성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혔다. 삼성테크원의 오창석 사장이 이 회장 발언이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계열사별 사이버 감사팀에 내부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에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에 연루된 직원에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도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 삼성테크윈 비리에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 훼손” 질타?

이 회장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사회 일각에선 냉소적인 반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회장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삼성의 자산을 사적으로 운용하는 등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불공정 사회의 장본인이 깨끗한 조직문화를 운운했을 때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하는 보도 자료를 10일에 냈다.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처럼 깨끗한 조직문화와 부정 측면에서 이건희 회장은 속박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이 회장이 경영을 맡은 1987년 이후 삼성은 변칙적인 경영권 세습 등 이 회장 일가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이 있어왔다.
삼성이 골치가 아팠던 현안 문제들이 회사 차원보다는 거의 예외없이 이 회장 가문의 소유, 지배구조와 연결돼 있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겪인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발행에서 시작된 불법 변칙 상속에서부터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 삼성생명 주식 등을 차명계좌로 운용해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 회장 선친인 이병철 전 회장의 유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 무노조 경영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옛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X-파일)에서 불거진 ‘정경 유착’논란이 불거졌다. 

SDS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불공정 사회’ 장본인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

이 회장에게 두 차례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첫 번째는 지난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집안의 가훈까지 내세우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대부터 이권 확보를 위한 뇌물제공을 해서는 안 된다. 남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기업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곤궁해질 때 이를 인수해도 안 된다. 술, 담배처럼 건강을 해롭게 하거나 인명살상을 위한 무기 생산은 안 된다”는 3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결국 불구속이라 감옥에 가지 않았지만 유죄가 확정됐다.

두 번째는 지난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계기로 삼성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확정판결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명분으로 단독사면의 특혜를 받고 곧바로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재벌의 언론지배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은 이 회장이 비자금 문제로 재판을 받는 동안 비판기사를 썼던 매체들에 대해선 광고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비판언론에 대해 ‘재갈물리기’를 시도했다”면서 재벌의 언론지배를 우려했다.

삼성이 안고 있는 현안 문제에 대부분은 이 회장 일가와 지배구조, 상속 등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 내에서 이 회장은 대통령에 못지않은 권력이라는 게 시민단체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삼성 윗물이 맑지 않은데...”라며 이 회장이 부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 삼성과 이 회장은 한 덩어리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계열사들의 눈부신 실적은 곧 이회장의 경영능력으로 평가되고, 삼성이 낸 기부금도 이회장이 낸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한성대 교수)소장은 “이렇듯 이건희 회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삼성그룹의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불공정 사회’의 장본인이다. 이런 그가 ‘그간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를 운운했을 때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지난 과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반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 회장을 뿔나게 한 것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에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카드 삼성테크윈 에스원 등 최소한 계열사 8곳에 대해 광범위한 감사를 벌였다. 계열사는 물론이고 1, 2차 협력업체까지 샅샅이 뒤져 최근 1년간의 부당행위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유형은 횡령부터 향응 수수, 협력회사에 대한 부당행위, 근태 관리 부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납품단가 후려치기, 특허 빼앗기 등은 관행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NGO 등 사회단체에선 삼성이 협력업체와 상생경영을 실천해 ‘이익을 얼마만큼 공유’를 할 것인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익공유제에 대해 이 회장은 ‘공산주의’에 비교할 만큼 비판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인 생각, 왜 삼성만 괴롭혀

삼성의 조직문화에 대해 삼성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삼성의 전직 직원인 A씨는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맨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으니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로열패밀리(총수 일가)의 좋지 않은 면들에 대해선 그게 삼성에만 일어나는 일이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불법 변칙세습, 정치자금 제공, 법규 위반 등 갖가지 사회적 물의는 대한민국 전반에 펴져 있는 상황인데, 삼성이 워낙 크다보니 삼성가의 문제만 도드라져 보일 뿐이라는 게 삼성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전직 삼성직원인 B씨도 “삼성의 인사 평가시스템도 비교적 투명하고 공정하다. 한번 잘못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이병철 창업주 때부터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인사는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않고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를 철저하게 따른다. 도덕성을 강조하고 원칙을 중시한다”고 했다.

삼성의 조직문화는 투명하다. 삼성의 잘못된 조직문화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세습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철학과 이 회장 가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 4대 재벌로 알려진 록펠러, 맬런, 듀폰, 핍스 가문은 기업의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대신 신탁으로 엄청난 부의 증식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재벌가처럼 경영권을 두고 골육상쟁을 벌이지 않는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계열사와 협력업체를 동원할 필요가 없다.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러주기 위해 편법과 불법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 정부와 시민단체와 싸울 필요도 없다. 

대신 사회에 거액을 기부해 세인들에게 찬사를 받는다. 우아하고 반듯하며 품위 있는 매너를 자랑한다. 이것이 선진사회이다.

한국 기업 오너들의 기부 문화는 독특하다.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휠체어에 의존해 사회적 합의처럼 기부를 결정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재단에 기부해 계속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생색만 내는 기부나 다름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회장은 자신의 지난 과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반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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