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모자 상봉'…왜 살인극으로 치달았을까?
'27년 만의 모자 상봉'…왜 살인극으로 치달았을까?
  •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승인 20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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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의 모자 상봉이 비극적인 살인극으로 마무리됐다.

이모(34)씨는 7세 되던 해 어느 날 저녁, 집에서 어머니 최모(54)씨가 내연남 노모(52)씨와 성관계를 맺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이 사실은 남편의 귀에 들어갔고 어머니 최씨는 이혼 후 내연남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 이후 재혼에 실패한 아버지는 이씨가 12세 되던 해에 아들이 보는 앞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어린시절 모친 불륜 목격, 부친 자살 충격

남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맡겨진 뒤에도 이씨는 좀처럼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불륜 장면과 아버지의 자살 장면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17세 때 소년의 집에서 가출한 이씨는 이후 가방공장 등을 전전하며 어머니와 내연남에 대한 증오를 키워갔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는 여성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졌고 이 편견은 이씨로 하여금 30세를 넘어서도 이성교제를 극도로 꺼리게 했다.

그러던 지난달, 이씨는 건강보험공단에 피부양 신청을 하러갔다가 가족관계 증명서에 적힌 어머니의 주소를 발견했다.

어머니가 서울 강서구 방화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21㎝ 길이 흉기를 구입해 지난 8일 주소지를 찾아갔다.

어머니와 내연남 노씨로부터 사과를 받으려는 작정이었다.

오후 1시께 문을 두드리자 어머니 최씨가 나왔고 27년 만에 만난 모자는 4시간30분 동안 소주 2병을 나눠 마시며 그동안 살아온 세월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최씨는 내연남 노씨와도 이혼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7세 때 불륜 장면으로 화제가 전환되자 술에 취한 두 사람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사과하기는커녕 "넌 내 아들이 아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 누가 시켜서 왔느냐"며 자신을 밀치자 격분한 이씨는 품고 있던 흉기를 꺼내 어머니의 복부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술에 만취한 이씨는 어머니 휴대폰에 있던 내연남 노씨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노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노씨의 직장이 있는 경기도 양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씨는 오후 6시37분께 양주 모 매운탕 집에서 노씨를 만났다.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자 이씨는 노씨의 복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경찰 추적을 피해 도주하던 이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께 "죗값을 치르겠다"며 서울 관악경찰서 신사파출소로 찾아와 자수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어머니와 내연남이)사과만 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잘못하긴 했지만 나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씨를 조사하고 있는 강서경찰서는 존속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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